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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 홍보에 있어 비방 목적 여부
    [요지]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죄에서의 ‘비방할 목적’이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974 판결) [사례] A신문사가 피해자 사단법인 B와 사이에 체결된 양해각서에 따라 B법인의 소식을 홍보하고 B법인은 위 A신문사에 인쇄비 등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며, 피고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B가 A와 부정하게 공모하여 B법인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위 A신문사에 매월 돈을 지급했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게시하고, ② B법인의 분사무소 두 곳은 B법인의 전신인 사단법인 C의 분사무소로 설치되었고 분사무소가 탈세 등 불법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음에도 피고인이 ‘위 사단법인의 분사무소가 B법인의 분사무소로 위장되어 있고 B법인이 분사무소를 이용해 탈세 등 자금을 은닉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위 게시판에 게시한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서 규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판단]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나 목적을 의미하는데,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이 서로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여기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란 적시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고, ‘공공의 이익’에는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8도1077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단기준에 의할 때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피고인이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게시한 위 글의 내용은 허위사실에 해당하고, 피해자 법인을 ‘비방할 목적’도 인정된다고 보아 위 게시글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여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죄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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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2
  • 상(賞)은 주는 것
    연말이 되자 곳곳에서 많은 수상소식이 들린다. 상은 잘한 일에 대한 보상이며 격려의 의미를 갖는다. 수상자가 소감을 말할 때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이는 것은 겸손에 더하여 분발의 계기로 삼겠다는 다짐도 들어있다. 그만큼 상은 받는 것 못지않게 ‘주는 것’으로도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한비자(韓非子)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신상필벌을 가장 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상벌은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수단의 하나이다. 따라서 공정하고 엄중하게 시행하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아래에 맡기지만 말고 직접 챙겨야 한다는 뜻도 있다. 공직사회에서 상이 갖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예전에는 공무원 근무평정에 표창 가점항목이 있었다. 훈격(勳格)에 따라 소정의 점수가 있어서 소수점 아래 숫자로 승진후보자 명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 수상여부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명분도 되었다. 어느 부서의 장은 비슷한 공적이라면 승진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하우를 발휘했다. 지금도 징계처분을 받게 될 때는 ‘표창 감경’을 할 수 있게 되어있으니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꼭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시에 있을 때, 어느 팀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가족들도 좋아하지요?”라고 묻자 “시아버지께서 ‘큰 상을 받았으니 이제 승진할 수 있는 거냐?’고 물으셨다”고 했다. 간절한 표정과 목소리가 무겁게 다가왔다. 마음에서 맴돌았다. 상도 기회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큰 행사를 마치거나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일이 끝나면 관례대로 굵직한 상을 받을 수 있는 부서가 있다. 마침 그 시기에 그 부서에 있으면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쉬운 것이다. 예전 도청 어느 부서는 직원 이동이 잦아 장기 근속자가 없었다. 한 직원은 장기 교육을 마치고 후 다시 그 부서에 있게 되었는데, 유일하게 근속기준에 해당되어 ‘○○기념일’에 훈장을 받았다. 유난히 상을 많이 받는 사람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없지 않다. 필자는 훈장을 놓친 적이 있다. 내무부에서는 시·군 통합 유공자로 당시 3명에게 주는 ‘근정훈장’ 수훈 대상자로 총무처에 보냈으나, 어찌된 일인지 ‘근정포장’으로 격이 낮아졌다. 통합업무와 통합시의 기구·정원 책정업무를 나눠 하던 다른 도와는 달리 충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업무를 함께 수행했다. 내무부에서는 힘들게 일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내무부 담당관에 이어 2순위로 필자가 추천되었던 것이다. 3순위는 K도의 고위 간부였다. 그런데 필자를 제치고 후순위로 추천된 J도의 담당자가 훈장을 받았다. 내무부에서는 추천서류까지 보여주며 의문을 표했다. ‘빼앗긴 것’이라고 까지 했다. 요즘도 그러하지만 예전에는 민간인이 정부포상을 받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오래 전, 시·도 별로 한 명 씩 「숨은 선행시민」을 찾아 대통령표창 대상자로 추천하게 되었다. 시·군에서 들어온 서류를 검토하니 다른 사람과는 비교할 필요가 없을 만큼 공적이 빼어난 사람이 있었다. 서류, 사진, 스크랩 등 한 뭉치나 되는 증빙자료를 늘어놓고 정리하던 중이었다. 마침 지나가다 스쳐 본 다른 부서의 간부가 묘한 표정으로 “그 사람은 안 될 걸”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요.”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대강 파악한 다음 그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 얼마 뒤 당초 추천하려고 했던 사람은 한동안 전국을 뒤흔든 초대형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신문, TV에서는 연일 톱기사로 사건 내용과 현장을 보도했다. 표창장, 감사장을 비추며 어떻게 그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었느냐며 내막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힘을 주었다. 그 때 만일 대통령표창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나가듯 하는 말을 귀담아 들었으니까 망정이지 아찔했다. 그 간부가 마침 그 시간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맞았다. 운이 좋았다. 그만큼 상에 얽힌 사연이 많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이제 상에 대한 인식과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할 때다. 물량 위주로 평가하고 보이는 것만을 인정하는 방식은 지난 시대의 안목이고 기준이다. 앞으로는 정량평가 못지않게 정성 평가에 비중을 두고, 외형적인 것에서 내면의 것도 무게 있게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 했다. ‘사랑’을 ‘상’으로 대체해도 이상하지 않다. 상은 주어야 받는 것이다. 거기에서 신바람도 나온다./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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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28
  • 메타버스
    얼마 전 서산시의회 임재관 의원이 ‘메타버스는 유행 아닌 패러다임’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서산시에 메타버스 구축을 제안했는데 이후 서산시가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궁금했다.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도 없었다는 게 임 의원의 설명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메타버스’라는 말이 화두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3차원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기존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이다.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해 인터넷 게임 세상 같은 곳에서 공부하거나 물건을 사고 팔수도 있고, 관광 가이드를 통하지 않고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 직접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며 다음 관광지와 숙박시설을 선택·예약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온라인 추세가 확산되며 더욱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산시가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기대를 갖고 지켜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데 실망감이 앞선다. 개인적으로 서산시 같은 작은 중소도시에게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멀다는 이유로 크고 작은 차별을 받아왔지만, ‘메타버스’만 있으면 서산의 해미읍성을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놓을 수 있다. 서울 등 대도시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아바타만 생성하면 집이나 전철 안에서 해미국제성지를 구경하고 머물고 싶은 숙박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서산의 꽁꽁 숨겨둔 맛집 등에 대한 실시간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메타버스 관광만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10만 명에게 홍보해 1만 명을 부르는 기존 관광전략이 아니라 100만 명, 1000만 명에게 알려 10만 명, 100만 명을 유도하는 것이 더 이득 아닐까. 서산의 농어촌을 메타버스 속에 구현해 타 지역 사람들이 아바타로 직접 농산물을 수확하거나 고기를 잡으면 택배로 보내주는 시스템 도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낚시와 곤충 채집 등을 주로 하는 닌텐도 인기게임 ‘모여 봐요 동물의 숲’이 발매 1년 만에 수천만장 팔렸고, 지난해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게임 내에 선거캠프를 차린 것은 유명하다. 이처럼 세계인은 이미 메타버스 세상에 살고 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를 메타버스로 구현한다면 시민 아바타가 시청을 돌며 민원을 해결하고 시장집무실에서 상담하는 등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세상이 실현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주민 편의 제고는 물론, 침체된 지역의 활기를 불어넣는 서산 세일즈의 신성장 동력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고약한 코로나19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차피 현생 인류는 한치 앞도 예측하지 못한 채 미래를 살아야 하고, 기왕 그렇다면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래 세계 속으로 걸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이병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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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28
  • 양봉이 살아야 농업이 산다
    5월 20일은 ‘세계 벌의 날’이다. 2017년 유엔은 생태계 보호와 인간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념일로 제정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 90%의 영양 공급원인 100종의 작물 중 70종은 길들여진 벌과 야생벌에 의해 수분된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은 꿀벌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사라지면 과일과 채소 값이 급등해서 한 해에 14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꿀벌은 전 지구적 생태계 유지 및 인류의 생존을 위한 식량생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아까시나무 꿀 국내 생산량은 평년의 45% 수준인 1만 3123톤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평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양봉 농민의 속은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2013년 연간 2810만원이었던 양봉농가 소득이 2018년에는 10분의 1 수준인 207만원으로 수직 낙하했다는 통계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2년 연속 덮친 대흉년으로 지역 양봉업계는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꿀 생산량 감소는 개화기에 잦은 강우와 저온·바람 등 이상기후로 개화 기간이 짧아지고 꿀벌의 활동이 부진했던 탓이다. 국립 산림과학원에서 전국 아까시나무 개화시기를 조사한 결과 2007년 전라남도 목포와 강원도 양구지역의 개화기간 차이는 30일이었는데, 2017년에는 16일로 2주일 이상 단축됐다. 아까시나무의 정상 개화기간인 5월 초·중순에 큰 일교차와 잦은 강우로 꿀벌의 채밀 활동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화밀 대부분을 오전에 분비하는 아까시나무가 아침 저온현상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화밀을 분비하지 못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점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최근 10년 동안 꿀벌 개체 수가 무려 40%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꿀벌 감소와 이상기후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꿀벌 감소는 이미 전 세계적인 우려를 낳고 있고 이상기후 현상도 점점 가속화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처럼 양봉산업은 기후변화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으면서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 차원의 뾰족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양봉산업의 붕괴는 명약관화하다. 양봉농가가 안심하고 산업에 종사하여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양봉산업을 식량안보와도 직결된 국가의 중요 산업으로 인식하고 양봉산업 직불제를 도입해 양봉농가를 덮친 경영난 극복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정부가 양봉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한 생태계와 인류의 공존 및 번영을 위해 양봉산업 직불제 도입 논의를 지금 즉시 시작하길 바란다. 그동안 본 의원은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과 농민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안해 왔다. 2018년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2020년 농기계 무상임대 방안 마련, 올해 농업용 면세유 일몰규정 폐지와 양봉산업 직불제 도입까지 국가의 기반산업이자 생명 산업인 농업을 지키기 위해 작지만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국민의 먹거리와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안원기 서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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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28
  • 걸림돌을 디딤돌로
    2021년의 달력을 바꿔 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한 해를 마감하며 이맘때가 되면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계획대로 잘 된 것도 있고 아쉬움으로 남는 일도 있다. 기쁨과 즐거움의 기억보다는 오히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만 생각난다. 괴로웠던 기억이 더 많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던 듯싶다. 옛날 어느 가수가 불렀던 유행가 가사처럼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라며 위로해본다. 사람들이 세상을 말하기를 고해(苦海)라 했다. 인생에는 커다란 돌멩이 같은 문제를 만난다. 그런가 하면 징검다리처럼 디딤돌이 되는 행운도 만난다. 그러나 걸림돌도 디딤돌이 될 수 있고 디딤돌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돌은 그냥 돌일 뿐이다. 그런데도 어느 사람은 걸림돌이라 하고 어느 사람은 디딤돌이라 한다. 삶에서 만나는 장애를 불평과 원망의 시선으로 보는 것과 재기와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것과의 차이일 뿐이다. 우화 한 토막이 생각난다. 사람을 꿈꾸는 양 두 마리가 있다고 했다. 그 양들은 모두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었다고 한다. 신은 양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작정하고 산꼭대기에 숨겨 놓은 약을 찾아 마시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마리 양은 산꼭대기를 향해 각자 출발했다. 며칠 후 한 마리 양이 신에게 찾아와 항의했다. “신이여! 왜 그 좁은 길에 커다란 돌멩이를 놔뒀습니까? 그 걸림돌 때문에 도저히 건너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사람이 된 양이 나타났다고 했다. 양은 화가 나서 그 양에게 물었다고 한다. “넌, 도대체 어떻게 그 커다란 걸림돌은 넘어갔니?” 그러자 그 양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걸림돌이라니? 그곳에는 디딤돌밖에 없었어.” 필자에게도 걸림돌이 디딤돌이 된 경우가 있다. 상무 승진 고시를 볼 때였다. 지금은 자격고시로 바뀌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도내 시군별 지역 농협 상무의 결원이 생긴 숫자만큼 보충할 인원만 합격시켰다. 합격자 중에서 고득점자(高得點者)순으로 당락을 결정할 때였다. 당연히 응시자는 많고 합격자는 적을 수밖에 없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들 했다. 시험 과목은 농협법, 농협론, 실무, 회계 등 총 네 과목이었다. 이 중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회계과목이었다. 상업계열의 학교를 나온 사람은 회계과목이 디딤돌이었지만, 비상과 출신에게는 치명적 걸림돌이었다. 평소 현장 업무는 공식대로 처리하면 얼마든지 처리해 나갈 수가 있었지만, 이론 부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독학으로 익힐 수밖에 없다. 농협 회계, 농협 부기 등의 책과 죽기 살기로 씨름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응시 첫해 농협법과 농협론은 합격했으나 두 과목은 떨어졌다. 다행히 합격 과목 점수는 2년 동안은 유효했다. 실무 과목도 금융 경제 전반으로 범위가 넓었지만, 그래도 가장 취약한 회계과목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죽기 살기로 매달렸더니 어느 곳에 어느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까지 숙지하게 되었다. 당연히 결과는 좋았다. 통보된 점수를 보았더니 98점으로 최고 점수가 나왔다. 어느 문제에서 틀렸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짐작하기는 주관식 문제에서 조금 감점이 있었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었다. 걸림돌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경영책임자가 되고 나니 시험 준비하며 걸림돌로 생각했던 회계가 디딤돌이 되었다. 재무제표를 보며 경영을 분석할 줄 알게 되었고 문제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회계과목이라는 걸림돌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경영 전반에 관해 알 수 있으며 경영분석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인생도 수많은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인류 역사에 위대한 승리자들은 한결같이 시련과 고난을 만났다.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실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았다. 온실에서는 거목이 자라지 않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 말한다.’ 토마스 카알라일의 말이다. 새해가 밝아 온다. 여전히 걸림돌과 디딤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것이다./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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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28
  • 법원의 면접교섭청구 인정 여부
    [요지]법원이 면접교섭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요건과 고려요소 (대법원 2021. 12. 16. 결정 2017스628 결정) [개요]아이를 출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출하여 아이와의 친밀도가 낮고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으며,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자가 면접교섭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면접교섭을 인정할 경우 아이를 둘러싼 분란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되는 사안에서 법원이 면접교섭청구를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단] 민법 제837조의2 제1항은 “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제3항은 “가정법원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제한ㆍ배제ㆍ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부모와 자녀의 친밀한 관계는 부모가 혼인 중일 때뿐만 아니라 부모의 이혼 등으로 자녀가 부모 중 일방의 양육 아래 놓인 경우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는바, 면접교섭권은 이를 뒷받침하여 자녀의 정서안정과 원만한 인격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이는 자녀의 권리임과 동시에 부모의 권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문언 및 면접교섭의 취지 및 성질 등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이 면접교섭의 허용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부모에게도 면접교섭을 통해 자녀와 관계를 유지할 기본적인 이익이 있으므로 이를 아울러 살펴야 한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면접교섭을 허용하되,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하여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부모의 이혼 등에 따른 갈등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일부 발견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면접교섭이 이루어질 때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등을 깊이 고려하여, 가정법원은 개별 사건에서 합목적적인 재량에 따라 면접교섭의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능한 한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면접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이러한 고려 없이 막연한 우려를 내세워 면접교섭 자체를 배제하는 데에는 신중하여야 한다. 이때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자녀의 연령, 건강상태, 면접교섭에 대한 의사와 함께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나 친밀도,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의도나 목적, 자녀의 현재 양육환경에 비추어 면접교섭이 양육자인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자녀가 새로운 양육환경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되는지, 면접교섭 청구인에게 양육자인 부모 일방 또는 자녀에 대한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등의 전력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에 장·단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여 대법원은, 사안의 경우 청구인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가 약하거나 친밀도가 낮다는 이유로 면접교섭을 배제하여 관계를 회복할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면접교섭제도의 취지에 반하고, 면접교섭권은 양육하지 않는 부모인 청구인의 권리이기도 하므로 양육자가 반대한다고 해서 청구인이 자녀와의 관계를 유지할 기본적 이익을 박탈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의 면접교섭청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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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28
  •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
    한 장 남은 달력이 외롭게 펄럭인다. 뉘엿뉘엿 저무는 한 해를 바라보며 내 인생 역시 한 뼘 더 수평선에 기우는 걸 느낀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어떤 건가를 물어본다. 지나온 삶도 되돌아보며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기일 듯하다. 문득 러시아의 문호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5분이 생각난다. 그는 젊은 날에 내란 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가 형장으로 끌려와 기둥에 묶일 때 생의 나머지 시간은 단 5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최후의 5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비록 5분은 짧지만,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장 효율적으로 쓸까를 생각하다가 먼저 2분은 그날까지 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나머지 2분은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나머지 1분은 그동안 발붙이고 산 땅과 자연을 둘러보기로 했다. 3분여의 아까운 시간이 지났을 때, 그는 기적적으로 황제의 특사 명령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구사일생으로 풀려 난 그는 그 후, 사형집행 직전에 주어졌던 그 5분간의 시간을 생각하며 평생 시간의 소중함을 간직하며 살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날들, 비록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도시토예프스키의 5분 같은 마음으로 남은 세월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다. 나도 그중에 하나다.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그러나 왔다 간 모든 사람이 이름을 남긴 건 아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일천 명이 된다고 하여 「1,000 years, 1,000 people」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하여 보통 사람은 아무런 흔적조차도 없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꽃잎과 꽃가루가 남는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바닷물도 흔적을 남긴다. 그런데 어찌 사람이 왔다 간 흔적이 없겠는가? 이름을 남긴다는 건 문자적 이름이 아니다. 그 사람 이름에 입혀진 이미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가를 기억하는 일이다. 그건 장소와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록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더라도 개인으로는 모두가 유일한 존재이며 존귀한 존재다.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친족이 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이며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처음보다 끝맺음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전체를 기억하기보다는 마지막 모습을 기억한다. 피 터지게 싸운 사이라도 기분 좋게 웃으며 헤어지면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였다 하더라도 헤어질 때 다투고 헤어지면 결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5분처럼 남은 생이 어쩌면 나의 가장 귀중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여생의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할까를 고민해 본다. 먼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 아이들이 그렇게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푯대를 향하여 달려가는 경주자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 그것이 곧 창조주의 뜻을 받드는 자의 태도가 아닐까?. 단테의 신곡‘지옥의 문’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고 한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희망이 없는 삶이 지옥이다. 내 기준에는 성공한 삶이란 얼마나 이름이 알려졌느냐, 얼마나 재물이 많으냐, 얼마나 지위가 높으냐, 얼마나 유명한가가 결코 성공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성공한 사람은 이 세상 끝나서 눈감을 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면 그것이 성공한 삶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김동길 교수는 빛난 이름을 남긴들 사후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미 떠난 사람은 말이 없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빛난 이름은 남기지 못할지언정 더러운 이름은 남기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가진 것이 없어도 남길 것은 있다고 했다. 소유의 번거로움 에서 벗어나려 했던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남기고 가셨다.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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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21
  • 구속 피의자의 명예와 초상권 침해 여부
    [사건요지] 수사과정에서 초상권을 보호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21다265119 판결) [사례] 수사관들이 구속 피의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명예와 초상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판단] 피의자인 원고가 자신에 대하여 피의자 심문구인용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도주하였다가 체포되어 심문을 위해 인치장소인 법원에 인치되는 과정에서 법원 건물 현관에서 대기 중이던 언론사 기자들의 촬영 등에 얼굴이 노출된 사실. 이에 앞서 원고가 체포된 직후 관할 검찰청 차장검사가 다수의 언론사 기자들에게 그 체포사실을 미리 알려준 사실, 원고는 호송차량 안에서 수사관들로부터 법원에 도착하면 포토라인에 서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한편 얼굴과 수갑을 가릴 수 있는 물품을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이를 제공받지 못한 사실, 원고를 호송한 수사관들은 당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원고 주위로 몰려나오자 이를 제지하는 대신 오히려 원고의 팔짱을 푼 채 기자들이 원고의 주위를 둘러싸고 촬영 및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뒤쪽으로 물러난 사실, 당시 촬영한 사진들 중 일부를 보면 원고의 얼굴 윤곽과 이목구비가 대략적으로 드러나 원고를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는 상태로 보도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체포·구속으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수사기관은 원하지 않는 촬영이나 녹화를 당할 절박한 상황에 놓인 피의자에 대하여 호송·계호 등의 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얼굴을 가리거나 제3자의 접촉을 차단하는 등 초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는바, 위 피의자 심문구인용 구속영장 집행 사실을 확인한 언론사 기자들이 원고가 도착할 무렵 건물 현관에 대기하고 있었고, 수사기관 공무원들은 호송차량에서 내리기 전에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였음에도 원고의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하여 주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원고에 대한 촬영, 녹화, 인터뷰가 가능하도록 방치하는 등 구속 피의자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명예와 초상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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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21
  • 공직자에게 책임이란?
    1977년 겨울, 영화 ‘타워링’을 관람했다. 미국에서 만든 재난영화였다. 샌프란시스코에 135층으로 세워진 세계 최고층 빌딩 ‘글라스 타워’. 맨 꼭대기에 위치한 연회장에서는 빌딩 개장 기념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때 81층 배전반에서 일어난 스파크가 인화물질로 옮겨 붙어 불이 났다. 영화는 소방관들이 불길 널름거리고 매캐한 연기 자욱한 건물에 진압하여 불을 끄는 과정과, 연회장에 갇혀 있던 이들이 가까스로 탈출하는 긴박한 장면을 담았다. 초대형공사를 하는데 얼마 되지 않는 비용을 아끼고자 값싼 전기 자재를 쓴 것이 원인이었다. ‘책임 의식’으로 영화를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충남농촌진흥원에서 경리사무와 재산관리업무를 담당할 때였다. 진흥원에서는 온실과 실험실에서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가공공장에서는 동력전기를 쓰는데 영 개운치 않은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윗분들께 말씀드리고 예산을 전용하여 수선계획을 세웠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 대수선 공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동력선에서 누전차단기가 자주 나가자 퓨즈 대신 구리선을 사용한 것을 발견하였다. 퓨즈를 박스 채 구입하여 주고 아낌없이 사용하라고 했다. 연 2회 하는 안전점검을 매월 실시했다. 도에서 관리하는 지방도와 중장비운영을 관장하는 사업소의 서무계장으로 일할 때였다. 용접작업을 할 때 정비사들이 절연장갑과 안전화를 착용하여야 하는데 이를 꺼려했다. 불편하고 작업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고가인데 비하여 예산이 부족한 원인도 있었다. 다른 예산을 돌려 충분하게 지원했다. 만약에 인명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장비 부족이 원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불도저, 굴삭기, 그레이더 등 수 십대의 중기를 운영하는데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바퀴가 있어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장비는 모두 보험에 가입하기로 하고 예산을 요구했다. 개소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두말없이 예산을 세워주었다. 중장비라 고액이다 보니 그 해 보험료가 칠백만원 쯤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와 장비 파손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대덕군 어느 면에서 쉬쉬하고 있던 자동차사고 보상 문제가 불거졌다. 대전시로 편입하는데 사무인계인수 과정에서 표면화된 것이었다. 군에서 면에 보험료를 내려 보냈지만 담당자의 업무소홀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 사이에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피해자 측에서 수시로 치료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요구했다. 마땅한 대책이 없는 면에서는 그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다 결국 드러났다. 예산을 세워 처리했다. 담당자는 문책을 면할 수 없었다. 상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어느 군 식산과장으로 있을 때였다. 정부양곡 도정공장과 보관창고를 일제 점검하는데 위반사항은 그날그날 시정조치를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전체 점검이 끝난 후 일괄 조치지시를 하는데, 그 때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날그날 통보했다는 것이었다. 마침 점검 기간 중 어느 창고에서 화재가 나서 전소되고 많은 양의 양곡이 소실되었다. 수사당국에서 원인을 조사하였는데 군에서는 미비 또는 위반사항을 신속하게 시정조치한 관계로 무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음에 담았다. 공직자의 업무에는 ‘책임’이 따른다. 한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물론이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하는데 소극적이라거나 ‘안 된다’고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데에도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판단의 문제는 관용 받을 수도 있지만 법을 어기거나 반드시 실행하여야 할 일을 소홀히 하면 책임을 면할 도리가 없다. 감사에서 위법·부당한 행정처분 사항이 발견되면 확인서와 함께 ‘관리자 조서’를 받는다. 행위자와 관리자의 책임소재와 경중을 따져 문책대상자를 가리기 위한 조치이다. 실무자는 물론이고 관리자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무자는 우선 내부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제때, 꼭 해야 하고 관리자는 잘 챙기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것이 결국 공직자 자신과 조직을 위하는 일이다. 앞에서의 사례는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일로 작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무적인 일, 보이는 업무에 대한 잘못은 문책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공직자에게는 이 보다 더 큰 책무가 있다. 바로 시민들에게 도움과 희망을 주는 것, 지역의 미래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온갖 열정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만일 못한다거나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엄중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마련이다./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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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15
  • 베풀 때 찾아오는 행복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역대 최고치란 기사에 놀람도 멈췄다. 예상하기는 연말에 9천여 명, 내년 1월 말쯤에는 1만 1천 명까지 확진자가 나올 수 있을 거란 기사도 있다. 돌아보면 온통 어두운 소식뿐이다. 코로나 여파로 금리와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어들어 가정경제는 점점 더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다. 너도나도 어렵고 힘든 이 시기에 그나마 마음 훈훈하게 녹여주는 따뜻한 기사가 있어 위안을 받는다. 매년 이맘때엔 어김없이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 바로 김달봉 씨가 또 거액의 기부금을 놓고 갔다고 한다. 지난 3일, 현금 1억 2천만 원을 든 검은 봉투를 전북 부안 군청에 놓고 갔다고 했다. 2016년부터 매년 거액의 기부금을 기탁 하였고 지난해에는 마스크 20만 장을 사서 소외 계층에 전달해달라며 1억 2천만 원을 기탁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기부하는 김봉달 씨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말 인천 3개 구의 공동모금회에도 김봉달 씨가 나타나 1억 5천만 원을 기부했고,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몇 년째 연말마다 1억 원씩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숨기고 선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 자선을 베풀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김봉달 씨가 기독교 신자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고 더불어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그 정신이 고귀한 것이다. 또 다른 기사도 있다. 1천 원짜리 백반을 파는 식당의 이야기다. 광주 대인시장 안에 있는 ‘해 뜨는 식당’에서는 벌써 11년째 백반을 1천 원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자장면 한 그릇 값도 5천 원이 넘는다. 치솟는 물가에 7천 원, 8천 원은 줘야 밥다운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요즘 단돈 1천 원에 백반을 먹을 수 있다니 이는 공짜나 다름없다. 가격이 싸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나 독거노인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이곳 말고도 전국 여러 곳에서 자비를 베풀고 있다. 이문수 신부님이 운영하는 ‘청년 밥상’이라든가 청주의 ‘만나 김치 식당’, 인천의 ‘민들레 국수’ 같은 곳들이다. 행복에 이르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의 욕망을 채워 얻는 행복감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을 비우고 남의 행복을 주는 방법이다. 문제는 자기의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느끼는 행복 또한 그때 잠시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이, 남의 행복을 주는 방법은 오히려 자신이 더 큰 행복감과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봉사 후에 갖는 심리적 포만감으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까지 가장 높은 상태로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마더 테레사 효과’ 또는 ‘슈바이처 효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벌써 25년 전 이야기다. 필자가 성연농협에서 근무할 당시에 중앙회에서 각 사무소의 업무실적 향상을 위해 각종 시상금을 내걸고 독려했었다. 물론 대규모 조합과 소규모 조합의 평가 기준은 달랐다. 당연히 성연농협은 소규모 조합에 속했다. 년 초에 계획을 세워 전국 1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여러 부문에서 상위에 속하여 상금을 받았다. 상금을 모아 한꺼번에 쓰기로 하고 적립했다. 제법 모인 상금을 어떻게 쓸까를 궁리하다가 그저 회식비로 날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내 불우 이웃을 돕기로 하고 직원들의 의향을 물었다. 전 직원이 기꺼이 동의해줘 면사무소에서 20여 명의 명단을 건네받고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물품을 전달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물품을 전달하고 온 직원들의 얼굴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기억이 생생하다. 코로나19처럼 기부 행위도 전염된다고 한다. 기부 천사 김봉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1천 원짜리 식당이 더 번창했으면 좋겠다. 구세군 자선남비의 종소리가 들릴 때가 되었다. 한두 사람의 희생이 아니고 십시일반 더불어 사는 기쁨, 베푸는 기쁨이 넘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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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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