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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2.2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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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jpg


한 장 남은 달력이 외롭게 펄럭인다. 뉘엿뉘엿 저무는 한 해를 바라보며 내 인생 역시 한 뼘 더 수평선에 기우는 걸 느낀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어떤 건가를 물어본다. 지나온 삶도 되돌아보며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기일 듯하다. 문득 러시아의 문호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5분이 생각난다.

그는 젊은 날에 내란 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가 형장으로 끌려와 기둥에 묶일 때 생의 나머지 시간은 단 5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최후의 5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비록 5분은 짧지만,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가장 효율적으로 쓸까를 생각하다가 먼저 2분은 그날까지 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나머지 2분은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나머지 1분은 그동안 발붙이고 산 땅과 자연을 둘러보기로 했다. 3분여의 아까운 시간이 지났을 때, 그는 기적적으로 황제의 특사 명령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구사일생으로 풀려 난 그는 그 후, 사형집행 직전에 주어졌던 그 5분간의 시간을 생각하며 평생 시간의 소중함을 간직하며 살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날들, 비록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도시토예프스키의 5분 같은 마음으로 남은 세월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다. 나도 그중에 하나다.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그러나 왔다 간 모든 사람이 이름을 남긴 건 아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일천 명이 된다고 하여 1,000 years, 1,000 people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하여 보통 사람은 아무런 흔적조차도 없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꽃잎과 꽃가루가 남는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바닷물도 흔적을 남긴다. 그런데 어찌 사람이 왔다 간 흔적이 없겠는가?

이름을 남긴다는 건 문자적 이름이 아니다. 그 사람 이름에 입혀진 이미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가를 기억하는 일이다. 그건 장소와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록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더라도 개인으로는 모두가 유일한 존재이며 존귀한 존재다.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친족이 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이며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처음보다 끝맺음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전체를 기억하기보다는 마지막 모습을 기억한다. 피 터지게 싸운 사이라도 기분 좋게 웃으며 헤어지면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였다 하더라도 헤어질 때 다투고 헤어지면 결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5분처럼 남은 생이 어쩌면 나의 가장 귀중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여생의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할까를 고민해 본다.

먼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 아이들이 그렇게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푯대를 향하여 달려가는 경주자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 그것이 곧 창조주의 뜻을 받드는 자의 태도가 아닐까?. 단테의 신곡지옥의 문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고 한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희망이 없는 삶이 지옥이다.

내 기준에는 성공한 삶이란 얼마나 이름이 알려졌느냐, 얼마나 재물이 많으냐, 얼마나 지위가 높으냐, 얼마나 유명한가가 결코 성공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성공한 사람은 이 세상 끝나서 눈감을 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면 그것이 성공한 삶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김동길 교수는 빛난 이름을 남긴들 사후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미 떠난 사람은 말이 없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빛난 이름은 남기지 못할지언정 더러운 이름은 남기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가진 것이 없어도 남길 것은 있다고 했다. 소유의 번거로움 에서 벗어나려 했던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남기고 가셨다.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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