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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賞)은 주는 것

가기천의 일각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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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12.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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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자 곳곳에서 많은 수상소식이 들린다. 상은 잘한 일에 대한 보상이며 격려의 의미를 갖는다. 수상자가 소감을 말할 때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이는 것은 겸손에 더하여 분발의 계기로 삼겠다는 다짐도 들어있다. 그만큼 상은 받는 것 못지않게 주는 것으로도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한비자(韓非子)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신상필벌을 가장 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상벌은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는데 중요한 수단의 하나이다. 따라서 공정하고 엄중하게 시행하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아래에 맡기지만 말고 직접 챙겨야 한다는 뜻도 있다.

공직사회에서 상이 갖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예전에는 공무원 근무평정에 표창 가점항목이 있었다. 훈격(勳格)에 따라 소정의 점수가 있어서 소수점 아래 숫자로 승진후보자 명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 수상여부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명분도 되었다. 어느 부서의 장은 비슷한 공적이라면 승진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하우를 발휘했다. 지금도 징계처분을 받게 될 때는 표창 감경을 할 수 있게 되어있으니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꼭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시에 있을 때, 어느 팀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가족들도 좋아하지요?”라고 묻자 시아버지께서 큰 상을 받았으니 이제 승진할 수 있는 거냐?’고 물으셨다고 했다. 간절한 표정과 목소리가 무겁게 다가왔다. 마음에서 맴돌았다.

상도 기회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큰 행사를 마치거나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일이 끝나면 관례대로 굵직한 상을 받을 수 있는 부서가 있다. 마침 그 시기에 그 부서에 있으면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쉬운 것이다. 예전 도청 어느 부서는 직원 이동이 잦아 장기 근속자가 없었다. 한 직원은 장기 교육을 마치고 후 다시 그 부서에 있게 되었는데, 유일하게 근속기준에 해당되어 ○○기념일에 훈장을 받았다. 유난히 상을 많이 받는 사람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없지 않다.

필자는 훈장을 놓친 적이 있다. 내무부에서는 시·군 통합 유공자로 당시 3명에게 주는 근정훈장수훈 대상자로 총무처에 보냈으나, 어찌된 일인지 근정포장으로 격이 낮아졌다. 통합업무와 통합시의 기구·정원 책정업무를 나눠 하던 다른 도와는 달리 충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업무를 함께 수행했다. 내무부에서는 힘들게 일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내무부 담당관에 이어 2순위로 필자가 추천되었던 것이다. 3순위는 K도의 고위 간부였다. 그런데 필자를 제치고 후순위로 추천된 J도의 담당자가 훈장을 받았다. 내무부에서는 추천서류까지 보여주며 의문을 표했다. ‘빼앗긴 것이라고 까지 했다.

요즘도 그러하지만 예전에는 민간인이 정부포상을 받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오래 전, ·도 별로 한 명 씩 숨은 선행시민을 찾아 대통령표창 대상자로 추천하게 되었다. ·군에서 들어온 서류를 검토하니 다른 사람과는 비교할 필요가 없을 만큼 공적이 빼어난 사람이 있었다. 서류, 사진, 스크랩 등 한 뭉치나 되는 증빙자료를 늘어놓고 정리하던 중이었다. 마침 지나가다 스쳐 본 다른 부서의 간부가 묘한 표정으로 그 사람은 안 될 걸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거요.”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대강 파악한 다음 그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 얼마 뒤 당초 추천하려고 했던 사람은 한동안 전국을 뒤흔든 초대형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신문, TV에서는 연일 톱기사로 사건 내용과 현장을 보도했다. 표창장, 감사장을 비추며 어떻게 그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었느냐며 내막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힘을 주었다. 그 때 만일 대통령표창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나가듯 하는 말을 귀담아 들었으니까 망정이지 아찔했다. 그 간부가 마침 그 시간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맞았다. 운이 좋았다. 그만큼 상에 얽힌 사연이 많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이제 상에 대한 인식과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할 때다. 물량 위주로 평가하고 보이는 것만을 인정하는 방식은 지난 시대의 안목이고 기준이다. 앞으로는 정량평가 못지않게 정성 평가에 비중을 두고, 외형적인 것에서 내면의 것도 무게 있게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 했다. ‘사랑으로 대체해도 이상하지 않다. 상은 주어야 받는 것이다. 거기에서 신바람도 나온다./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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