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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7.1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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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jpg

 

“한 나그네가 광야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맹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맹수를 피하여 도망치던 그 나그네는 살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한 우물이 있어서 우물 구덩이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마침 나무 한 가지가 우물 있는 데까지 뻗어 있었습니다. 나그네는 나뭇가지를 붙들고 안간힘을 다하여 버텼습니다. 나그네는 ‘이제 살았다’며 한숨 돌리는 순간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물 밑에는 커다란 뱀이 자기를 집어삼킬 듯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죽었다’하며 절망하는데 그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흰 쥐와 검은 쥐 두 마리가 나뭇가지를 갉아 먹고 있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위기 속에서 눈을 들어 나뭇잎을 보니 그 사이로 벌이 꿀을 만들어 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이 나그네는 자기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단 꿀만 빨아 먹고 있었습니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에 나오는 우화 한 토막입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이렇게 낮과 밤은 쉬지 않고 세월을 갉아먹는 사이 우리 인생의 시간도 끝이 납니다. 현대인들은 늘 시간에 쫓겨 삽니다. 마치 뒤에서 맹수가 쫓아오는 것처럼.

 

필자가 손목시계를 만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지금은 걸리는 게 시계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부잣집 자녀들이 아니고서는 꿈도 꾸지 못할 때였습니다. 그렇게 넉넉한 집이 아님에도 내가 시계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친구가 시계점을 운영하고 있던 덕이었습니다. 겨울 방학이 끝나갈 무렵 아버지는 시계점을 하는 아버지의 친구 가게에 데리고 가서 시계를 사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시계를 손목에 채워 주시면서 “시간을 아껴라”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물론 중고 시계였지만, 나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습니다. 며칠 동안 남몰래 시계를 들여다보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하셨던 시간을 아끼라는 말의 뜻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말씀이 내 일생을 사로잡는 삶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예수를 믿지 않던 아버지가 어떻게 성경에 나와 있는 말씀을 하셨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쨌든 아버지 말씀대로 생활 계획표를 세워 그것을 실천하며 살도록 애썼고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땐 마음이 편하지 않아 괴로워했습니다. 결국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계획대로 끝냈을 때 마음이 편했습니다. 어느 때는 ‘시간의 노예가 되어 살지는 않는지’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것이 오히려 시간에 매이지 않는 방법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해 놓으면 절대로 시간에 쫓길 일이 없습니다. 그것이 습관화되니 약속 시간에 아무리 늦어도 10분이나 늦어도 5분 전까지는 도착해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매사에 한 발짝 당겨서 준비하면 크게 낭패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자연히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속으로 짜증도 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한 달은 720시간이며 1년은 8,760시간입니다. 삶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며 사느냐에 따라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시간에 쫓겨 다닐 수도 있습니다. 흔히 ‘세월이 좀먹느냐, 모래알이 싹 나는 걸 봤느냐?’며 ‘새털 같은 많은 날 오늘 못하면 내일 하지’라며 여유를 부리지만, 그건 내일의 시간을 갉아먹는 것입니다. 독일의 시인 F 실러는 시간을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미래는 주저하며 다가오고 있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영원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돈은 앞당겨 쓰면 부채가 되지만, 시간은 당겨쓰면 자본이 됩니다. 화살처럼 날아가는 현재의 시간에 주저하며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을 당겨쓰면 정작 미래의 현재는 훨씬 더 여유로워질 것입니다. 허비한 날은 살지 않은 날과 같습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그의 묘비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한 자신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말이지만, 오늘 우리도 귀담아 두어야 할 말입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시간을 지배했다면 승리한 날입니다.  필자의 ‘잘 못 산 하루’란 졸시(卒詩)입니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평안한 하루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아무것도 하지 않은/평안한 하루를 보냈다//기도대로 되었는데/어쩐지 잘 못 산 하루 같다//시간은/살아서 파닥거려야 한다//기도 제목을 바꾸기로 했다/무언가 남기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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