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신문(新聞) 스크랩

[독자기고] 최병부 한국문인협회 서산지부장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3.02.07 21:08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최병부.jpg

 

“신문의 한 부는 역사의 기록이며 산 증거라는 것을 실감한다”

필자는 53년간을 신문 스크랩해 왔다. 1970년 4월 24일 금요일자 D일보에서 ‘봄비 맞으며 첫 모내기’를 공주군 계룡면 소학리에서 했다는 기사를 보고 첫 모내기 소식이 하도 신기해 스크랩을 시작했다.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하루 일과를 신문을 읽고, 중요한 기사에 대해 스크랩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우리가 살면서 한 가지 일이나 방향에만 전념하는 사람을 일컬어 ‘외골수’라는 표현을 쓴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아침에 못 보고 미뤄뒀다가 그 일을 마치고 나면 밤 1시고 2시에 일어나서 반드시 신문을 보며 스크랩을 했다. 오랜 시간만큼 방대한 분량의 스크랩을 했지만 남의 집에 세를 살면서 부족한 보관 장소와 무려 16번의 이사 등으로 아쉽게도 많은 분량을 버려야만 했다. 그리고 1989년부터는 스크랩한 것을 고향인 태안군 남면 생강 굴에 보관했다가 생강 굴이 폐쇄되는 바람에 많은 양이 소실되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사건 사고들을 스크랩했다. 예를 들면 한동안 기승을 부렸던 부녀자 인신매매 사건, 사이비종교 사건, 현대판 고려장 등등 그 사회의 단면이 드러나는 사건들을 스크랩했다. 그 후로는 전국 곳곳의 사진을 담은 관광 사진, 칼럼, 수필, 지역 소식, 단체장들의 관련 기사를 주제별로 따로 모으고 있다. 심지어 1971년 1월 29일 D일보 신문에 난 영화 ‘13인의 무사(武士)’란 프로 광고를 스크랩한 뒤 동생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서 하루 종일 본 기억도 있다.

 

이렇게 신문을 좋아하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논에서 공손히 고개 숙인 벼 이삭을 보고 <가을 하늘은> 이라는 시를 썼는데 그 시가 『새 벗』이라는 어린이 신문에 실려서 신문을 좋아하게 되었다. 가끔 수십 년 동안 스크랩한 것을 넘겨 볼 때면 나만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인 것 같아 앞으로도 신문 스크랩은 계속될 것 같다.

53년 동안 신문을 보면서 오롯이 전해지는 정보를 받는데 그치지 않고 나의 생각도 신문사에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독자 투고도 많이 했다. 34년의 공직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서, 두 딸이 대학에 가고, 시집가던 날들의 이야기 등 살아온 이야기를 신문사에 많이 투고했다. 이렇게 신문사에 투고한 내용을 모아 ‘하늘엔 청운이’라는 수필집도 낸 바가 있다.

 

이밖에도 일기 및 전화 일기를 53년째 쓰고 있으며, 가계부, 차계부도 쓰고 있다. 이렇게 전화 일기를 쓰면 하루가 명확해진다. 사람들과 약속한 것도 잊지 않고 지킬 수 있어 정확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그리고 각종 우표, 화폐, 전화 카드, 신용카드, 명함 (약 5,000장) 등도 모아 보관하고 있다.

현재는 사회에서 시민에게 봉사를 최우선으로 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야기와 정보, 소소한 행복을 공유하는 일들로 얼마 전에 공영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참으로 나로서는 큰 영광이었다. 기록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먼저 산 사람들이 후대에 남겨주는 유산,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남겨놓은 소중한 마음들일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담론(談論)은 기지(機智)있는 사람을 만들고 기록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태그

전체댓글 0

  • 7814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신문(新聞) 스크랩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