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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7.06.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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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까지를 아우르면서 전면 부활된 지방자치는 역사도 일천하지만, 지방권력에 대한 주 견제장치라고 할 수 있는 주민투표, 주민소송, 주민소환제를 지방자치의 부활과 동시에 담아내지 못했다. 그 결과 지방자치는 단체장과 의원들의 비리와 구속, 재선거라는 악순환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상처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려 왔다.

지난 5월 25일 주민소환법 발효와 오는 7월 1일 주민소환법 실행으로 지방자치는 이제 좀 더 유권자의 주권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단체장이든 의원이든 일단 한 번 당선만 되면 어떤 구설에 오르더라도 임기까지는 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례였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조차도 재판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서 임기를 거의 다 마치고서야 유죄판결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 재판을 통하지 않고서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을 단죄할 수 있는 장치가 주민들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일반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비로소 주민들의 진정한 힘과 위력을 보여주게 되었다는 기대와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고 할 만 하다.

주민소환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아테네의 도편 추방제는 이른 바 그리스 민주정치의 토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바람에 90여년 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2003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재정파탄과 에너지 위기, 경기악화 등 산적한 문제에 시원한 해결책을 내지 못한 이유로 무능한 주지사로 낙인찍혀 주민소환투표에 의해서 직을 물러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데이비스 주지사의 경우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소환된 주지사라는 사실이 주민소환제의 남용과 오용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주민과 지자체간에 가장 빈번하고 첨예하게 대립된 경우는 대개 혐오시설 유치와 관련된 것이 많다. 거의 모든 지자체는 쓰레기 소각장, 화장장, 노인ㆍ장애인 시설의 설립과 관련하여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소환요건과 투표회부에 몇 가지 보완장치를 두었다고는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봉합하는 과정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지역이 끝없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들로 자치단체장은 이제 차기 선거와 관련하여 주민의 눈치를 더 살펴야 하고, 소신행정을 펼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낙선자나 정치적 반대자 쪽에서 제기하는 혐의들에 대해서도 어렵게 방어해야 한다.

민선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적되는 폐해중의 하나는 선심정치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을 설득하여 장기적인 지역발전에 대한 플랜을 세우기보다는 우선 보기 좋고 먹기 좋은 떡을 만드는데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소환제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를 낳게 한다.

따라서 주민소환제의 성패는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주민소환에 대한 규범을 만들어서 그것의 오ㆍ남용을 막아야 하고, 소신을 가지고 일하려는 공직자들의 의지를 꺾지 않도록 신중하게 적용하는 대신, 공공의 적이 되는 단체장이나 의원들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유권자의 수준이 그 나라 정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은 주민소환제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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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주민소환제 그 이후||오세호/전 서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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