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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란 피운 민원인 제지행위는 정당 공무집행
    [요지]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적법한 공무집행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도13883 판결) [사례] 시청청사 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피고인을 민원담당공무원이 제지하며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자 피고인이 담당공무원을 폭행하여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 [대법원 판단] 형법 제136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직무를 집행하는 이’라 함은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직접 필요한 행위를 현실적으로 행하고 있는 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하여 근무 중인 상태에 있는 때를 포괄하고, 직무의 성질에 따라서는 그 직무수행의 과정을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부분적으로 각각의 개시와 종료를 논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여러 종류의 행위를 포괄하여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파악함이 상당한 경우가 있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도3485 판결 등 참조).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집행이 전제가 되고, 그 공무집행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당해 공무원의 추상적인 직무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도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며, 또한 직무행위로서의 중요한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추상적인 권한은 반드시 법령에 명시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는 행위 당시 구체적 상황에 기초를 두고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523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단기준에 의하여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시청 주민생활복지과 소속 공무원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방문한 피고인에게 민원내용을 물어보며 민원상담을 시도한 행위, 피고인의 욕설과 소란으로 인해 정상적인 민원상담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다른 민원업무 처리에 장애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 행위는 민원안내업무와 관련된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포괄하여 파악함이 상당하다. 또한 당시 상황을 보면 피고인의 욕설과 소란행위로 민원업무의 방해상태가 지속되고 다른 민원인들의 안전이나 평온을 해할 우려가 발생한 상태였다. 따라서 행위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초를 두고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해보면, 담당공무원이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팔을 잡는 등 다소의 물리력을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불법행위를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방법으로 제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공무원의 행위는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보아, 피고인의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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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5
  • 빛과 어둠
    서산시립도서관에서 도서 목록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무삭제 완전판이란 ‘안네의 일기’를 발견하였다. 무삭제라는 호기심에서 500여 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의 책을 빌렸다.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지지난해 읽었던 괴벨스의 전기가 생각났다.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었다. 동시대를 살면서 하나는 피해자로, 하나는 가해자로 각각 어떠한 생각과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마치 동전의 앞뒷면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 같았다. 괴벨스와 안네는 비록 태어난 해는 다르지만, 가해자 피해자 모두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잠시 잠깐 머물다 가는 한 세상인데 왜 그들은 그런 모습으로 살다 가야 했는가? 두 사람 모두 자기의 삶을 담은 일기를 남겼다. 후세들은 그들이 남긴 일기를 읽으면서 어떻게 해서 그들이 가해자로 또는 피해자로 살아야 했던 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악과 선은 모두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같은 뿌리임을 알 수 있다. 빛과 어둠, 어느 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빛을 보면 사랑과 감사와 희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어둠을 보면 세상은 원망과 증오의 대상이 된다. 가해자인 괴벨스는 1923년에 태어나 어린 시절 폐렴과 골수염으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으로 신체적 열등감을 가지고 자랐다.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자 자신의 신체적 결함 때문이라는 피해의식으로 세상을 증오의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는 히틀러를 만나 온갖 선전 선동으로 나치를 도와 유대인 학살의 원흉이 된다. “대중은 거짓말을 듣고 처음엔 부정하고 그다음엔 의심하지만, 거짓말을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승리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선동은 한 문장만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가 남긴 선전 선동의 문구들은 오늘날 보아도 섬뜩한 악마의 외침이다. 얼마든지 거짓이 진실을 덮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우리 후세에게 교훈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피해자로 살다 간 안네는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대인 가족으로 태어났다. 그가 네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네덜란드로 거처를 옮겼다. 1942년 독일의 점령하에 그들은 안네의 아버지가 근무하던 회사의 별관으로 피신하여 1944년 8월에 비밀 경찰에게 잡힐 때까지 2년여를 숨어지냈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잡힐 때까지 기록한 일기가 바로 유네스코에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그 유명한 ‘안네의 일기’다. “밤에 침대에 누우면서 ‘선한 것, 아름다운 것, 사랑스러운 것을 이 세상에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할 때 나의 마음은 환희로 넘칩니다.” “ 나는 어떤 불행 속에서도 항상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아름다움을 찾을 수만 있다면 바로 그 생각만큼의 행복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고.” “여태까지 나는 가끔 우울해했지만, 결코 절망한 적은 없습니다. 은신처에서의 생활은 위험한 모험이기는 해도 동시에 낭만적이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가해자는 힘이 있었고 자유가 있었지만, 증오와 불안과 변명 속에 세상을 탓하며 살았다. 피해자는 언제 잡힐지 모르는 공포 속에 살면서도 행복과 감사로 살았다. 누가 세상을 이겼는가? 돌아보면 한 뼘 인생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잠깐 머물다 간다. 한때의 권력이나 영화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들인가? 그런데도 오늘 이 세상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성별이라는 이름으로, 종족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안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들에 의해 짓밟힌 연약하고 힘없는 안네가 지구촌 곳곳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소련과 우크라니아 전쟁 소식을 듣는다. 역사는 반드시 오늘의 괴벨스를 기억하고 부끄러운 그 이름을 심판하리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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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9
  • 청중 질문에 특정 정당지지 발언 답변은 정당
    [요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 지지 발언을 한 것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도16335 판결) [사례] 甲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당 전당대회에 발언자로 참여하여 “돌아오는 4월 15일은 ○○당이 폭풍타를 칠 것입니다.”라고 발언을 하고, 청중이 어느 정당을 찍어야 하느냐고 묻자 “○○당을 찍어야지”라고 발언하여 ○○당의 지지를 호소하였는바, 이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반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단]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1항 제2호, 제60조 제1항, 제254조 제2항에 규정된 ‘선거운동’은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에서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를 말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행위가 그 정당 소속 후보자들의 당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라면 그러한 행위는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도4199 판결 등 참조). 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행위자가 행위의 명목으로 내세우는 사유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행하여진 시기·장소·동기·방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그것이 위 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혹은 반대하기 위한 목적의지를 수반하는 행위인지를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2209 판결 등 참조), 단순히 장래의 선거운동을 위한 내부적·절차적 준비행위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인지, 이와 구별되는 선거운동인지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44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특정 후보자’는 반드시 한 명의 후보자만을 가리키는 것에 한정되거나 그 명칭이 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문제된 발언이 이루어진 경위, 발언의 전체 맥락, 표현방법 등에 비추어 그 대상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18 판결). 또한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는, 특정 정당 소속 후보자들의 당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그 정당 소속 후보자들이 개별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ㆍ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통상적인 정당활동은 위 금지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제3호, 제4호). 이러한 법리에 따라서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선거에 관한 개인적 의견을 개진한 것이거나 청중의 질문에 소극적으로 답변한 것에 불과하므로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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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9
  • 양심이 소리칠 때
    사람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질 때는 양심대로 사는 모습이다. 인간사회를 유지하게 하는 것도 양심의 힘이다. 양심은 마치 항해하는 배에 항로를 가리키는 나침판과 같아서 선과 악을 구분하게 한다. 만일 인간에게 양심이란 나침판이 없다면, 본능만 있는 짐승과 다를 바 없다. 국어사전에 양심이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했다. 그런데 세상은 점점 양심을 잃어가고 있다. 금방 탄로 날 일도 태연히 거짓말을 하고도 표정마저 뻔뻔하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오직 자기의 잣대로 해석하는가 하면 부정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큰소리친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도 떵떵거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리사욕만 채우려는 지도자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고장 난 양심의 나침판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결코 이런 사람들의 세상이 될 수는 없다. 대부분은 양심의 소리를 듣고 산다. 그래서 세상이 유지되고 평화를 지킬 수가 있다. 양심은 질경이보다 질기고 면도날보다도 더 날카롭다. 어느 사람도 양심을 영원히 죽일 수는 없다. 아무리 악해도 어느 순간 죽었던 양심은 되살아나서 스스로 괴롭힌다. 그것이 바로 양심의 힘이다. 그러기에 몇십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뉘우치고 속죄하여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며칠 전에 부춘산에서 내려오는 후배를 만났다. 그는 몇 해 전 독서동아리에서 만난 사람이다. 그는 잃어버린 지갑 이야기를 꺼냈다. 세 번째 잃은 지갑이라고 했다. 모두 부춘산 등산하다가 잃었고, 잃어버렸다가 두 번을 찾은 지갑인데 이번만은 찾을 수 없을 듯하다고 했다. 지갑 안에는 얼마의 돈과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가 한 장 들어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잘되었다고도 했다. 지갑을 잃고서도 잘되었다고 했다. 의아하여 쳐다보는 나에게 그는 자기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냈다. 아주 오래전에 지갑을 주운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순간적인 욕심으로 몇만 원의 돈을 꺼내고 지갑은 우체통에 넣었다고 했다. 그 일이 마음에 걸려 속죄하는 마음으로 길가에 버려진 휴지를 주워 쓰레기 수거함에 넣는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손에 종량제 봉투가 들려 있었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나니 카드와 주민등록증 같은 걸 재 발급받으려면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지은 죄를 갚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문득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생각났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나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제자 한 사람이 어느 날 신발을 한 켤레 사고 난 후에 주인에게 돈은 내일 주겠다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제자가 돈을 들고 찾아가니 주인이 죽어 있었다. 공짜로 신발이 생겼다고 속으로 좋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고 양심이 매일 괴롭혔다. 공짜 같은 신발이 흉측(凶測)한 가시 같았다. 결국 그는 돈을 들고 새로 주인이 된 사람을 찾아가 말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그가 죽었지만, 내게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후배의 말을 들으며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꼈다. 자신의 치부를 그렇게 드러낸다는 것도, 대단한 용기려니와 한때의 잘못을 평생 가슴에 담아 무언가 보상하려는 양심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정말 어떻게 살았는가? 지갑을 주워본 적은 없지만, 몇만 원은 길에서 주워보았다. 돌려줄 길이 없다면 응당 경찰에 맡겨야 했었다. 그런데 그냥 수지맞았다고 마냥 기뻐하지 않았던가? 그뿐인가? 그보다 더한 허물로 양심의 소리를 외면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다시 양심의 나침판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양심이 소리칠 때마다 돌이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후배처럼 양심의 나침판을 바라보는 일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혼탁한 물이라도 끊임없이 공급되는 생수 앞에서는 맑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양심의 나침판이 제대로 작동하여 깨끗한 동네, 행복한 사회, 양심이 살아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선거철이다. 능력보다 깨끗한 양심을 가진 선한 청지기가 선출되기를 염원해본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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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3
  • 조합장이 조합원에게 과일 선물한 것은 위법
    [요지] 지역농협 조합장이 농협의 예산으로 일부 조합원들에게 추석선물을 제공한 것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기부행위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직무상 행위로서 처벌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대법원 2022. 2. 24. 선고 2020도17430 판결) [사례] 지역농협 조합장이 추석선물 명목으로 일부 조합원들에게 과일을 제공하고 자신이 주최하는 비공식 간담회에 참석한 전임조합장에게 과일을 제공하면서, 그 구매 비용을 지역농협의 예산으로 집행한 것이 직무상 행위로 보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판단]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이라고 한다) 제33조 제1항 제1호 나.목이 규정한 ‘직무상의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조합장의 재임 중 기부행위금지 위반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59조(기부행위금지 등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반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없게 되는바, 위 ‘직무상의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위탁선거법 제33조 제1항 제1호 나.목이 규정한 바와 같이 위탁단체가 금전·물품(이하 ‘금품’이라고 한다)을 그 위탁단체의 명의로 제공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금품의 제공은 위탁단체의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에 따라 집행되어야 하고, 이러한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은 법령이나 정관 등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위탁단체가 금품을 그 위탁단체의 명의로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대상자 선정과 그 집행과정에서 사전계획·내부결재나 사후보고 등 위탁단체 내부의 공식적 절차를 거쳤는지, 금품 제공이 위탁단체의 사업수행과 관련성이 있는지, 금품 제공 당시 제공의 주체가 위탁단체임을 밝혔는지, 수령자가 금품 제공의 주체를 위탁단체로 인식했는지, 금품의 제공 여부는 물론 제공된 금품의 종류와 가액·제공 방식 등에 관해 기존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관행이 있었는지, 그밖에 금품 제공에 이른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단순히 제공된 금품이 위탁단체의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에 따라 집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직무상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특히 직무행위의 외관을 빌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금품제공의 효과를 위탁단체의 대표자 개인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경우에는 ‘직무상의 행위’로 볼 수 없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조합장인 피고인이 조합원 등에게 과일을 제공한 행위가 직무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금지되는 조합장의 기부행위에 해당하므로 위탁선거법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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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3
  • 버스회사의 저상버스 도입 의무는?
    [요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버스회사에서 저상버스를 도입할 의무가 있는지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217421 판결) [사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원고들이 시외버스와 광역형 시내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고,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위반의 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위자료의 지급과 차별행위의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청구한 사안. [대법원 판단]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도록 제46조 제1항에서 차별행위를 한 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제48조 제2항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제48조 제3항은 법원은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이행 기간을 밝히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늦어지는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민사집행법 제261조의 간접강제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각 규정의 내용과 적극적 조치 판결 제도를 도입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적극적 조치 청구 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는 피고가 차별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는 경우 원고의 청구에 따라 차별행위의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그 적극적 조치의 내용과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때 폭넓은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다만, 법원이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때에도 원고와 피고를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인들의 공익과 사익을 종합적으로 비교ㆍ형량하여야 한다. 사인(私人)인 피고에게 재정 부담을 지우는 적극적 조치 판결을 할 때는 피고의 재정상태, 재정 부담의 정도, 피고가 적극적 조치 의무를 이행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비롯한 인적ㆍ물적 지원 규모, 상대적으로 재정 부담이 적은 대체 수단이 있는지, 피고가 차별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기울인 노력의 정도 등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4항, 제8항,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은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은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 2](이하 ‘이 사건 별표’라 한다)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별표는 교통사업자가 시외버스와 시내버스(좌석형)에 설치하여야 하는 이동편의시설로 안내방송, 문자안내판, 목적지 표지, 휠체어 탑승설비, 교통약자용 좌석 및 장애인접근가능표시 등을 열거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의 규정 체계 및 법령상 명시적인 근거 없이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교통사업자가 제공하여야 하는 정당한 편의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이 사건 별표에서 열거한 바에 따라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이 사건 별표는 승하차 편의를 위해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였을 뿐 저상버스의 도입에 관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그 도입 여부에 관한 입법상 논의의 필요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행 법령의 해석상으로는 이 사건 피고 버스회사들과 같이 시외버스나 광역형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교통사업자에게 저상버스를 제공할 의무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위 판단기준에 따라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해석상 피고 버스회사들은 원고들에게 정당한 편의로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피고 버스회사들이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피고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노선 중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ㆍ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는 노선, 피고 버스회사들의 자산ㆍ자본ㆍ부채, 현금 보유액이나 향후 예상영업이익 등 재정상태,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운임과 요금 인상의 필요성과 그 실현 가능성, 피고 버스회사들이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비롯한 인적ㆍ물적 지원 규모 등을 심리하여 이를 토대로 이익형량을 하지 아니한 채 피고 버스회사들에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하는 것은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대법원은,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령은 승하차 편의를 위해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였을 뿐 저상버스의 도입에 관한 규정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교통사업자에게 저상버스 제공 의무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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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6
  • 정당 공천이 꼭 필요할까?
    모두가 정치인이 될 필요는 없다. 정치인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치를 외면하거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정치는 우리의 삶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산타임즈>에 이병렬 대표의 ‘한 정치인의 정당 공천제 폐지 주장’이란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1990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 된 후 1995년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과 2006년부터는 기초의원까지 정당 공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칼럼에서 올해에는 여야가 ‘대선 기여도를 지방선거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박빙으로 끝난 20대 대선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바로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기간 중 여야의 선거 유세장에 가보면 어김없이 기초의원이나 출마 예정자들의 얼굴이 보였다. 어떤 이는 명함을 돌리며 인사하고 다녔다.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당에 대한 충성도를 알리는 목적도 있을듯했다. 그들을 보면서 문득 이 대표의 글이 생각났다. 그리고 정당 공천이 꼭 필요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뽑은 선량들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하려면 어디에 매이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정당 공천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고리를 끊는 것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무슨 이유로 정당 공천을 해야 하는가를 알아보았다. 먼저 지방선거의 활성화와 투표율을 높이고자 함이었다. 무관심한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정당이 대중 저변에 파고들 때 선거가 활성화되고 유권자의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당내 경선을 통해 자질 있는 후보자를 발굴하고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가 중앙 정부의 정책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만큼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기에 유리하므로 정당 공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 신인 발굴과 소외되기 쉬운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돕는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당 공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하는가? 폐지론자들의 주장을 보면 정당공천제도가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를 뿌리를 흔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공천권을 통하여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장악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공천을 통하여 검은돈이 거래되고 있으며 국회의원의 선거 도우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무자격자를 공천하여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고 무엇보다도 기초단체의 독립성을 저해한다고 했다. 국정과 시정은 다르다. 지방마다 특색과 형편과 처지가 다르다. 그럼에도 중앙정당에 예속되어 지방 특색을 살릴 수가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지방정치의 중앙예속화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지역갈등으로 분열의 씨앗이 되며 화합과 단결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정치 신인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에 맞는 새로운 인물의 출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고도 했다. 더구나 당적이 다른 경우 심하면 행정의 마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 정책의 경우 주민의 이익보다 당리당략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도 지방에서는 화합이 우선이다. 사실 선거는 총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전쟁이다. 돈과 시간과 능력을 다해 쏟아 붓는 것이 선거다. 거기에 개인이 아니고 정당이라는 큰 틀의 승패이기에 갈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인간 세상에서 완벽한 제도는 없다.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면 마땅히 버리고 바꿔야 할 것이다. 그것이 순리이고 그것이 인간 삶의 이치다. 정당 공천 제도를 시행한 지 벌써 16년이나 흘렀다. 시대가 변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도 변했다.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치만 구태에 안주하고 있으면 안 될 것이다. 어쩌면 정당 공천제는 내적으로 국회의원의 특권일 것이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시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국회의원은 없을까? 지금도 연신 지방선거 출마 지원자들의 문자가 날아오고 있다. 지방선거에 정당 공천이 꼭 필요할까?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기초의원만이라도 정당 공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목사/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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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5
  • 아파트 단지 상가 상인들의 지하주차장 이용 권한?
    [요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구분소유자 또는 임차인 등이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78156 판결) [사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상가의 상인들이 차단기가 설치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려 하자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하주차장 이용을 금지하였고, 이에 상가 임차인 등 상인들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지하주차장 이용 방해행위 금지를 청구한 사건. [대법원 판단] 집합건물 중 여러 개의 전유부분으로 통하는 복도, 계단, 그 밖에 구조상 구분소유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건물부분과 규약이나 공정증서로 공용부분으로 정한 건물부분 등은 공용부분이다.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원칙적으로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지만, 일부 구분소유자에게만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은 그들 구분소유자의 공유에 속한다(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0조 제1항). 건물의 어느 부분이 구분소유자 전원이나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지 여부는 일부공용부분이라는 취지가 등기되어 있거나 소유자의 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다면 건물의 구조ㆍ용도ㆍ이용 상황, 설계도면, 분양계약서나 건축물대장의 공용부분 기재 내용 등을 종합하여 구분소유가 성립될 당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인 용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여러 동의 집합건물로 이루어진 단지 내 특정 동의 건물부분으로서 구분소유의 대상이 아닌 부분이 해당 단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는지, 해당 동 구분소유자 등 일부 구분소유자만이 공유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대법원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지하주차장 진출입로에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할 수 있는 차단기를 설치하여 사전에 번호를 등록한 입주자와 목적을 밝힌 방문자의 자동차만 출입하도록 하면서, 상가에 입점한 상인이나 고객 등의 자동차 출입은 제한하자, 상가 구분소유자 등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지하주차장 이용 방해행위 금지 등을 구한 사안에서, 아파트와 상가는 별개의 건물로 신축ㆍ분양되고 구조나 외관상 분리ㆍ독립되어 있으며 기능과 용도가 다른 점, 지하주차장은 구조에 따른 객관적 용도에 비추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고 있는 점,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 전체 면적 중 전유부분 면적에 비례하여 분할ㆍ산출한 면적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으나,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 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지하주차장은 대지사용권의 대상이 아니므로, 대지사용권이 있다고 하여 지하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지하주차장이 아파트 구분소유자만의 공용에 제공되는 일부공용부분이라고 보아 상가임차인의 지하주차장 이용 방해금지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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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7
  • 다시 보는 ‘호산록(湖山錄)’, 그리고 소회
    개인이 쓴(私撰) 읍지(邑誌)로는 충남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두 번째로 알려진 <호산록>이 재번역·발간되었다. 오늘, 이 일을 맡아 수행한 서산문화원에서 보내준 두툼한 책을 받으며 나름 보람을 느꼈다. 필자는 지난 2019년 6월, 이조정랑을 지낸 한여헌 공이 1619년 호산록을 펴낸 지 만 4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하여 <서산타임즈>에 ‘400년 호산록을 되살리는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재 간행의 필요성과 추진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재번역·발간이 오로지 필자의 제언으로 이루어 졌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씨앗이 된 것은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당시 이 칼럼을 읽은 서산시의회 안원기 의원이 큰 관심을 갖고 시 사업에 반영되도록 힘쓰고 나아가 소요예산 확보에 노력했다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시 담당자로부터 몇 차례 전화를 받고, 의견교환과 함께 제언 내용을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이 사업을 맡아서 하려고 하느냐?”는 오해 아닌 오해까지 받았다. 어쨌든 필자의 순수한 뜻임을 밝히고 성사되기를 염원했다. 필자는 10년 넘게 <서산타임즈>에 서산 발전과 고향 선양 등에 관한 글을 쓰며 여러 가지를 제언했다. 그 가운데 빛을 보는 것 가운데 하나가 되고 보니 글로써 고향 사랑과 고향의 일에 참여하는 기쁨과 보람이 크다. 2019년 본지에 썼던 글 가운데 일부를 되짚어 당시 필자가 제안했던 뜻을 살피고자 한다. 「아무리 자랑할 만한 역사와 인물, 미풍양속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록이 없다면 뜬 구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도 지역마다 시·도지(市·道誌)와 시·군지(市·郡誌)를 비롯하여 향토지를 만드는데 힘쓰는 것은 이런 취지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호산록>은 새겨 볼수록 가치가 있다. 이처럼 귀중한 사료를 오늘에 되살리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역사적 문헌을 남긴 취지에도 부합된다. 역사는 당시의 사실과 상황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는데 의의가 있고, 이를 재발견하여 오늘에 되살릴 때 가치가 있다. 이에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재간행이 필요하다. 이를 전문판(全文版), 발췌본(拔萃本) 등으로 나누어 발간하고 널리 보급하여 향토연구 자료로 활용함과 동시에 시민과 학생들에게 ‘서산 역사알기’ 교재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현대어로 번역하되 알기 쉬운 용어와 해설을 덧붙이고, 가로쓰기로 편찬하면 젊은 세대가 읽기 쉽고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한문이라 누구나 읽기 어렵고, 두꺼우면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굳이 한자로 된 원문은 수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둘째, 당시 목민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자세에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그 정신과 자세를 거울삼아 기관장을 비롯하여 공무원들이 마음에 두고 일했으면 한다. 셋째,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사찬의 향토사 자료로써, 그 가치를 선양하고 길이 보존하려면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서산이 이만한 역사자료를 남겼다는 자랑과 잘 간수하여 온 정성, 그리고 번역본을 발간한 지혜를 높이 사면서 또 다른 형태로 재탄생하여 널리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후 시에서는 도·시비 5천만 원을 확보하고 서산문화원 주관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에 시청 간부와 문화원 관계자에게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오늘 재탄생한 재번역 분을 보며 시와 서산문화원이 향토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을 수행했다는 생각이다. 한편 필자의 제안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나무랄 일은 아니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비록 의견이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아울러 재번역·발간에 힘쓴 여러 인사를 거명했는데 막상 안원기 의원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하여 혹시 그 공이 그냥 묻혀 버릴까하는 조바심을 이 글로나마 드러내고자 한다. 400여 년 전, 향토를 연구하고 기록으로 남기려는 의지와 역량을 갖춘 훌륭한 선조가 있음을 서산인의 자랑으로 삼아 널리 뽐냄이 필요하다.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빛을 본 <호산록>을 어루만지며 서산 역사의 거울이 되고 서산인의 뿌듯한 자부심으로 후손에게 길이 전해지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하루 빨리 문화재로 지정되어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인다. 가기천(수필가·전 서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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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7
  • 무명베에 태극기를 그린 것은
    시인 김남주는 독립의 붓을 들어 그들의 무명베에 태극기를 그린 것은 ‘일어나고 싶어서’라고 했다. 천사람, 만백성이 일어나 만세, 만세 조선 독립 만세를 목이 메도록 불러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빼앗긴 금수강산 쓰러진 나무와 함께 일어나 벙어리까지 입을 열고 일어나 만세, 만세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고 싶어서라고 했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들의 설움이 얼마나 비참한지, 얼마나 치욕적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목숨과 바꿔가며 거리로 나섰던 3.1 절을 맞아 다시 한번 그날의 장면들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지하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있는가를 상상해보았다. 그날에 흘리신 피 값으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을 보시면서 얼마나 흡족하게 생각하실까를 상상해보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다. 그 어느 것도 거저 얻을 수는 없다. 103년 전 3월 1일, 그날이 있으므로 조국의 광복을 위해 임시정부가 세워지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국민 의식을 일깨우게 하였으니 참으로 그날의 고귀한 희생을 영원토록 기려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외웠던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로 이어지는 독립선언문의 앞 구절은 지금도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라고 외쳤던 유관순 열사의 음성이 지금도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3.1 운동에는 男과 女가 따로 없었다. 얼마 전 「한국 여성 독립운동」이란 책을 보았다.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선교사들이 3.1운동 중에 목격한 몇 가지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동창에 살던 과부였다. 그녀는 31세로 아이가 하나 있었다. 군중 속에 들어가 만세를 불렀다. 일본 경찰에 검거되고 경찰은 그녀를 심문하는데 그녀의 속옷을 잡아 끌어 벗기려고 하였다. 그녀는 이에 저항하였으나 그 때문에 그녀는 얼굴이 검푸르게 멍이 들도록 매를 맞았다. 그러나 그녀는 속옷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경찰은 나무 삿대를 그녀의 맨살과 속옷 사이에 넣고 그것을 지렛대 삼아 강제로 옷을 벗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삿대로 그녀를 마구 후려갈겼다. 한참을 때린 후 경찰들은 차와 과자를 먹으면서 나체의 그녀를 희롱하였다.’ ‘두 아이가 있는 34세의 과부로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연행 도중 그녀는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는데도 팔이 빠지도록 비틀었다. 취조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그녀의 얼굴을 쥐어 문지르고 나서 무릎을 꿇고 똑바로 앉게 한 다음 머리를 걷어차 나둥그러지게 했다. 계속 발길질을 하고 일어서게 한 다음 옷을 벗으라고 윽박질러 그녀는 웃옷만 벗었다. 다시 속옷까지 벗으라고 강요하였다.’ 이런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은 나라를 잃으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런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이런 나라, 이런 평화,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비극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약하면 진다. 이것이 세상 원리요 이치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미국에서 군수 장비를 무려 100조 원어치나 지원받고도 미군 철수 발표 넉 달 만에 탈레반에게 무너졌다. 대통령부터 도망치기에 바빴고 30만 정규군도 그 첨단 장비를 다 내버리고 순식간에 흩어졌다. 아무리 첨단 무기로 무장해도 국민이, 그리고 지도자가 나라를 지킬 의지가 없으면 망하고 만다. 그런가 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국외 피신 제안을 단호히 거부하고 결사 항전을 외쳤다. 우크라이나 국민도 똘똘 뭉쳐 결사 항전을 하고 있다. 소총을 곁에 두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여성 의원의 결의에 찬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으면 무너진다. 늘 좌우명처럼 되뇌는 말 한마디 ‘어리석은 자는 같은 돌부리에 넘어진다’. 이 땅에 3.1 운동 같은 비극의 역사는 두 번 다시 없어야겠다. 목사/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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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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