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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3.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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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딩의 작품 ‘파리대왕’ 의 이야기다. 전쟁이 벌어진 위기적 상황에서 한 떼의 영국 소년들을 비행기로 안전 장소로 후송하는 공수 작전이 전개된다. 비행기는 적군의 요격을 받아 격추되고 소년들은 비상 탈출하여 태평양 상의 무인도에 불시착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처음엔 규율을 정하여 의회제도 비슷하게 회의도 하고, 소년 중에 랠프를 지도자로 선정하여, 언젠가 구조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봉화도 올리고 질서를 지키며 무인도의 생활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소년들 중에는 사냥한 멧돼지의 고기 맛에 끌리어 처음의 약속을 파기하고 개인의 욕심을 채우며 이성을 잃어 지도자 랠프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 이에 소년들은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이상이 없이 일시적 이익에 집착하여 파멸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작품은 조직이나 개인적인 인간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은 ‘신뢰’인데 이 신뢰가 상실되면 파멸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승복하기로 약속 해놓고도 자기에게 불리하면 경선도 불복하는 경우가 있으며, 사업을 하는 사람이 계약을 해놓고도 이익이 안 되면 파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배신자라 하여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다.

그래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국민은 안심하여 법을 지키며 공권력을 믿고 생활한다. 지금은 고달프지만 행복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지금의 어려움을 참으며, 근로자가 부지런히 일을 하면 임금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일한다. 사회에 이러한 신뢰가 없다면 현대 세계인이 함께 사는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 하겠습니다’고 선서한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를 소집하고도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여 개회하지 못하는가 하면, 입법을 합의하고도 하루를 못가 합의사항을 파기하여 할 일은 못하면서 사법부에 진정이나 하니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성 싶지 않다.

국가나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령 약속이 자기에게 불리하다 할지라도 지켜야 하며, 법률이 자기에게 불리하다 할지라도 지켜야 하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있어서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한다.

사람들은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고층아파트에 살고, 자동차가 차선을 넘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고속도로를 안심하고 달린다.

이런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고층아파트에 살고, 어떻게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신뢰가 인간 사회의 기본이라 한다.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기 때문에 공존을 위하여 서로 합의한 법이라는 제도를 마련하여 욕망을 자제하고 스스로 규제를 받으며 이성을 찾아 인간의 야만적 본성인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의 현상을 배제하고 평화적 사회를 유지한다. 그 신뢰가 민주주의 기초이며 법의 지배의 원리여서 문명사회일수록 법을 존중하고 법을 지키면서 발전한다.

그래서 윌리엄 골딩은 ‘파리대왕’ 을 통하여 신뢰를 상실한 인간이 파멸로 가는 현상을 경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간적인 신뢰가 남아 있어서 살 맛 나는 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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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있어야 사회가 발전 한다||●서산시의회 이철수 의장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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