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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9.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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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부르는 노래 가사 중에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한민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머님 같은 나무’가 바로 소나무다. 소나무는 또 서산시의 시목(市木)이기도하다.

소나무의 용도는 실로 다양하다. 솔숲을 이뤄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 할 뿐만 아니라 곧고 쭉뻗은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해서는 목재로, 뒤틀린 것은 추운겨울 저녁 아랫목을 뜨끈하게 지피는 땔감용으로,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을 때는 목피(송기)가 먹을거리로, 솔잎은 약재로, 송화는 다식으로 등등.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우리 한민족이 생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소중한 나무로 기억돼 온 것. 이뿐이겠는가.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소나무 아래나 솔숲을 찾으면 머리끝까지 치솟은 화기가 내려가고 신장의 물 기운이 올라가는 명상의 원리인 수승화강(水昇火降) 이 절로돼 우리들에게 건강을 찾아주곤 한다.


 

소나무를 위한 명상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의 바람줄기 하나까지도 사랑해 왔다. 옛날 시인무객들은 솔바람 소리를 송뢰(松瀨)ㆍ송운(松韻)ㆍ송도(松濤도)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아름다운 음악처럼 감상했다. 그중에서도 눈 내리는 날 밤에 듣는 설야송뢰(雪夜松瀨)를 으뜸으로 쳤다. 이때 소나무 소리를 들으면 우주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아 우주와 나 자신이 하나가 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솔바람 소리는 극한의 추위를 견디고 고난을 이겨내는 가운데 인간에게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돌아보게 하는 관조의 미학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주와 같은 무량광대한 두뇌의 확장(상상력)과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관조(집중력)로 창조된 역설의 미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모진 겨울바람이 오히려 소나무를 우주의 소리와 같아지게 하는 거문고와 같은 우리의 전통악기 소리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고 있어 그 관찰의 지혜가 놀랍기까지 하다.

솔바람 소리뿐만 아니라 소나무는 땅이 척박한 돌 틈이나 바위 산비탈 등 성장하기에 부적합한 땅을 골라 자라기 때문에 다른 나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굴곡의 조형미’를 지니게 된다. 이 척박한 토양에서 자란 소나무의 뒤틀림은 바위산 등 주변자연과 절묘한 조화와 균형의 미를 이뤄 깊은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 만큼 그 자태의 아름다움은 뛰어나다.

그래서 옛 시인들은 소나무를 푸른 용이 하늘에 뜬 구름을 안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들은 때로는 소나무 껍질(松皮)을 용의 비늘로 보고 그 몸통을 꿈틀거리며 하늘로 승천하는 붉은 적용(赤龍)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바다 수평선에서 하늘높이 떠오르는 오색빛 태양의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소나무라는 것이다.

선인들은 소나무의 굴곡의 조형미에서 인생살이의 묘미(처세술)도 여기서 찾고 있다. 자양분이 많은 토양에서 올곧게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는 ‘금강송’이나 ‘황장목’이라해 옛날 궁궐 창건과 복원, 보수용으로 잘려 나갔다.

때문에 올곧고 쭉뻗은 잘생긴 소나무는 100여년 이상된 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돌틈 등 토양이 척박한 곳에서 이리 뒤틀리고 저리 뒤틀리며 자라 굴곡진 소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들 앞에 그 고운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잘생긴 소나무에서도 그 늠름한 기품을 읽었지만, 굴곡진 소나무에서도 그 ‘균형미’와 ‘조화미’를 통해 무한한 ‘생명력’과 ‘상상력’을 생각해낸 것이다. 소나무와 나의 정신세계가 하나가 되는 ‘송선일체(松禪一體)’의 깊은 명상세계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소나무 보호 봉산제도


조선시대 산림정책은 소나무 정책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리학이 국가이념으로 자리 잡은 시대 전반에 걸쳐 사람들로부터 자연과 일반 사물에 이르기까지 그에 따른 질서가 있었다.

군왕을 기점으로 천민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에서부터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전역의 산에 대한 인식까지 보이지 않는 질서에 의해 백성들의 인식 속에서 자리매김 됐다.

때문에 수많은 나무 가운데 소나무가 으뜸인 것은 그 생태에서 보듯이 ‘곧음’이나 ‘쓰임새’ 또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계절에 관계없이 푸름을 잃지 않는 그 ‘의연한 모습’. 그 소나무의 늠름한 기상에 조선 사대부들은 사군자에 포함시킬 정도로 소나무에 매료돼 있었다. 그래서 유교국가인 조선이 소나무를 귀중하게 여겼다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 등 장기간의 전란과 국정문란, 자연재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산림이 황폐해지고 소나무마저 남벌하게 되자 나라에서는 소나무 관리정책까지 마련하기에 이른다. 조선 19대 숙종(1674∼1720) 때에 이르러 국가 용도의 목재를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 우량한 소나무림을 조사해 집중관리하는 봉산(封山)제도를 펼친다.

소나무는 국가 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도로와 교량, 조운선, 군용선, 주택용 자재는 물론 궁궐이나 공공관서의 필수 건축자재 외에도 수많은 용도로 쓰이는 목재였던 것이다.

봉산으로 지정된 곳은 주로 강과 해안에 산재해 있으며 소나무의 크기와 부피로 보아 수로와 해운통로를 이용하지 않고는 운반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나무가 최근 엄습해 온 기후온난화로 인한 솔잎혹파리, 소나무재선충 등 각종 전염병으로 우리들에게서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예부터 우리 선인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그 숭고함을 주고 있는 소나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이 나면 틈틈이 동산을 찾아 소나무 밑에서 삶을 뒤돌아보고 미래를 점검해 보는 깊은 명상의 세계에 빠져들기를 권해 본다. 박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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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한민족 상상력 원천 소나무||“척박한 땅에 뿌리박고, 용처럼 꿈틀거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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