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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4.1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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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배.jpg

 

편하고도 불편합니다. 도대체 문장이 되지 않는 말입니다. 편하면 편한 것이고 불편하면 불편한 것이지 편하고도 불편하다니. 그러나 나 같은 세대가 살기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도대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도 집에서 한 발자국 나가지 않아도 너끈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는 단연 ‘챗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입니다. GPT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과 글을 생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AI입니다. 입에 이어 이제는 눈까지 생겼습니다. GPT는 이제 인간과 컴퓨터의 언어까지 구사하며 원하는 답과 제품을 알려주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나 같은 세대는 모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코흘리개 때부터 동네 아이들과 산과 들로 달리며 어울려 놀았고, 학창 시절부터 사회인이 되어서도 끼리끼리 어울려 살았습니다.

 

‘사람에겐 사람과의 접촉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과 접촉하느냐에 따라 내 안의 생각, 관념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들을 읽으며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런 말들이 공허하게 느낍니다. 사람이란 단어를 AI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대화는 의사소통이면서 마음을 주고받는 수단입니다. 이젠 사람 사이에 대화가 사라졌습니다. 가족이나 친지끼리 식당에 가서도 서로 대화하기보다는 각자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다가 음식이 들어오면 먹고 나갑니다. 어디를 가나 사람 대신 기계들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버스 발권도 앉아서 기계가 해주고, 식당에 가서도 기계로 주문합니다. 옷도 앉아서 주문하고 카페에서도 기계가 다 해줍니다. 청소도 기계가 해주고, 빨래도 기계가 해줍니다. 도대체 기계가 못하는 게 무얼까 싶습니다. 사람이 없어도 기계만 있으면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수술도 기계가 해주고 글도 기계가 지어줍니다. 앞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무얼까요? 도대체 기계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요?

 

‘가수 김광석 목소리로 AI가 노래 불렀어요’ 작년 조선일보 2월 9일 자 신문에 난 기사의 제목입니다. 세상을 떠난 가수가 부르는 최신곡을 기계가 부른다고 했습니다. AI가 생전 목소리를 익혀 부른다고 했습니다. 아나운서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기계가 대신 뉴스를 전해준다고 합니다. 사진도 진짜같이 만들고 목소리도 진짜같이 만든다나요. 언젠가 TV에서 이미 저세상에 가 있는 전원일기에 나오는 탤런트를 불러내어 산 사람과 대화하는 영상을 보고 섬뜩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AI가 시를 쓴다고 합니다. 사람이 쓴 시보다 더 쫄깃합니다. 그 시를 인간이 낭송하고 무대에서는 AI 무용수가 춤을 춘다고 합니다. 지금은 범죄 사실을 그들 사이에 오갔던 대화의 녹취록으로 진실을 밝혀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세월이 지나면 녹취록도 무용지물이 될 때가 올 듯합니다. 얼마든지 기계로 조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뿐인가요? 이제는 운전 면허증도 필요 없고 따라서 노약자들의 운전 면허증을 반납하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입니다. 자동차가 다 알아서 해줄 건데, 뭣 때문에 면허가 따로 필요하겠습니까?

 

그러나 나 같은 세대는 참으로 기계가 편리하면서도 불편합니다. 알면 간단하고 편리한데 너무 빨리 진행되다 보니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다룰 줄 모르니 답답하고 불편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늙을수록 더 배워서 좋은 세상 편리하게 살라고. 하지만, 이미 쇠하여진 세포를 살려낼 방도는 없습니다. 알았다가도 금방 까먹습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불편한 건 불편하게 살면 됩니다. 조금 참고 발품을 팔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든 기계들이 사람을 무시하고 사람을 갖고 노는데 화가 납니다. 인정도 없고, 사랑도 없고, 융통성도 없고, 고집만 센 기계가 사람 꼭대기에 앉아 사람을 부려 먹는 꼴에 부아가 치밉니다. 자칫하면 정(情)은 고사하고 진실마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상대방 목소리를 10시간 정도만 학습하면 인공지능 목소리인지 사람 목소리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까지 인공 지능 기술이 발달했어요.’ 기사 속 내용입니다. 그놈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요? 편하고도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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