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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2.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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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수.jpg

 

한 해가 참 빨리도 지나간다. 2022년 새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개월을 거의 다 채우고 곧 마지막 해가 질 황혼녘에 접어들었다. 또 한 살 더 먹으며 늙어가는 것이 싫은데 생로병사의 궤도를 따라 한쪽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가 없다.

사실 인간에게 젊음과 청춘만 있고 늙어서 병들어 지구를 떠나야 하는 종말이 없다고 해도 문제다. 어린 자녀, 손주들도 자라야 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세상이라는 무대를 비워주고 앞선 세대는 늙어야 하며 끝내는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

60대에 접어든지 벌써 몇 년이 됐지만 나는 아직도 노인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어색하고 싫다. 다행히도 내년 6월부터는 우리나라도 만으로 계산하는 서양 나이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면 나의 경우에는 60대 초반으로 되돌아온다. 지금보다 더 젊어지게 돼 반갑기 그지없다.

정부가 12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만 나이’로 통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민법·행정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고, 앞서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먼저 법안 통과가 됐다. 시행은 공포한 날로부터 6개월 뒤부터여서 내년 6월부터 우리 국민들이 적게는 1년 내지 많게는 3년 더 젊어지게 된다.

현재 법령상 나이는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전통적인 나이계산법에 따라 1~2살 더 많은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즉, 출생한 날부터 바로 한 살로 여겨, 매해 한 살씩 증가하는 이른바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고, 일부 법률에선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를 쓰고 있다.

가수 싸이의 예를 들어보면, 그가 출생한 날이 1977년 12월 31일이어서 만 나이로는 44세이지만 연 나이로는 45세, 세는 나이로는 46세가 된다. 2022년 12월 31일부터 만 45세가 되는 싸이는 내년 6월 이 법안이 시행되면 그대로 일상생활의 나이가 될 것이다. 집에서 세는 나이, 연 나이가 이제는 없어지고 출생일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계산하는 나이 한 가지만 쓰게 되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싸이도 전 세계 팬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그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정직한 계산법이어서 정부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기준에 맞춘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낯선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나이를 묻고 심지어 생일까지 따지며 하루라도 먼저 태어난 사람을 ‘형님’으로 호칭하며 깍듯이 대접하는 경향이 있었다. 찬물 한 그릇도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먼저 마시라고 내밀며 장유유서의 질서를 중시했다. 그러다보니 어디 가든 나이자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나이보다 부풀려 속이기까지 하며 형님 대접을 받으려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나이 자랑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물론 나이에 따라 차별하지 않도록 정부의 권고에 따라 취업시장에서는 나이제한이 없다고 구인광고를 내지만 같은 능력이 있어도 젊은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지원자는 기피 대상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선거판도 마찬가지다. 출마하는데 연령제한이 없지만 아무래도 유권자들은 나이가 든 후보자보다 힘과 패기를 내세우는 젊은 후보자를 더 주목하기 쉬워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그래도 그 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종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나이를 선거일 기준으로 만 나이로 표기를 해줬다. 그래서 한국나이 70세가 되는 노인이 68세가 되기도 해 60대 후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도 하루하루 부지런히 늙어가면서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었다. 속절없이 주름살 하나 들려준 2022년은 이제 미련 없이 보내야겠다. 거품을 걷어낸 정직한 나이로 젊어질 2023년 새해는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허성수(서산타임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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