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2.05.17 19:53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김풍배.jpg


5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로 섬겨야 한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임금도 없는 시대요, 아버지의 권위도 땅에 떨어졌으니 어찌 스승만 홀로 남아 대접받을 수 있겠습니까?

예전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내가 어렸을 적에 화장실에서 나오는 선생님을 보고 선생님도 오줌을 누시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선생님을 신비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신대 총장이셨던 김재준 박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였습니다.

교단에서 10년 봉직하셨으면 그분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머리에서 모자를 벗고, 20년을 봉직하셨으면 허리를 굽히고 30년을 봉직했으면 무릎을 꿇어라이런 글을 읽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선생은 많아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많아도 제자는 없다라고 합니다. 예전의 학교 교육은 지식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겸하여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현실은 사람을 만드는 교육보다는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만 남았습니다. 그것도 공교육은 제도만 남았고 오히려 지식전달의 수단은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 지도를 하려다 학 부형에게 혼쭐난 신문 기사를 가끔 봅니다. 그러니 누가 섣부르게 인성교육을 하려 들겠습니까?

큰 교회야 유아실을 따로 두지만. 그렇지 못한 교회에서는 어린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를 드릴 때 어린이가 뛰어다니는 걸 보고 그냥 못 본 척하는 젊은 부모를 봅니다. 식당 같은 곳에서 아기가 마구 뛰어다녀도 그냥 내버려 둡니다. 속으로 뭐라고 참견하고 싶지만, 꾹 눌러 참습니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성교육을 하지 않으면 아이는 장차 커서 어떻게 살아갈까요?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솝이 어렸을 때 목욕탕에 사람이 많은지를 보고 오라는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목욕탕엘 갔습니다. 목욕탕 입구에 돌이 하나 놓여 있는 걸 보았는데, 여러 사람이 돌을 피해 드나들면서 아무도 그 돌을 치우지 않았습니다. 그때 한 어린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한 남자가 아이를 일으켜 준 뒤 그 돌을 번쩍 들어 치우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이솝이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목욕탕에는 한 사람 밖에는 없어요

맹자는 사람이 사람 같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짐승 할 짓을 사람이 한다면 어찌 사람이라 하겠는지요?

오늘의 교육이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기능인을 만들고 있다면 인성교육은 어쩔 것인가요? 교육 현장이 이렇다면 가정에서라도 인성교육을 담당해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부모보다 더 위대한 스승은 없다고 합니다. 그들은 5~6세 경부터 성경 과목을 가르치고 10세부터는 유대 구전법 수록 집인 미 쉬나를 가르치고, 13세에는 계율을, 그리고 15세에는 탈무드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세계인구의 02.0%밖에 되지 않은데도 노벨상 수상자는 179명이나 배출한 이유도 어쩌면 그들의 교육 방법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아시아 교육협회 이사장인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은 지식 교육은 AI, 교사는 인성창의성 교육을 담당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요즘 20대 이하 사람들을 가리켜 Z 세대라고 부릅니다. 디지털 원주민 세대라고 합니다. 그의 주장대로 오히려 지식전달은 기억과 능력의 한계가 있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AI가 훨씬 효과적일 겁니다. 기계가 사람에게 지식을 가르쳐줄 수는 있어도 기계는 기계일 뿐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인간의 몫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선생이 스승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식전달자가 아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스승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가정에서부터 인성교육의 바탕을 길러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따라가기 버거운 아날로그 세대가 바라본 오늘의 교육 현실은 세대 차이만큼 답답하기만 합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태그

전체댓글 0

  • 1756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아날로그 세대가 느끼는 요즘의 교육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