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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3.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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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의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가 살고 있다

 

도신 스님.jpg

[감상] 내가 닿을 수 없는 나는 혹시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 속에 당신도 있고 그이도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몸을 우주의 크기로 넓히는 시인처럼 이미 우린 우주의 크기인지도 모른다. 우주의 크기이면서 좁쌀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주처럼 팽창되어 있으면서 일 미터도 날아오르지 못하는 바보인지도 모른다. 내가 닿을 수 없는 나를 우주처럼 크게 늘리지는 않아도, 우주처럼 팽창시키지는 않더라도 그곳에 당신이 있고 그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므로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이 나를 생각하고 그이가 나를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당신과 그이의 몸에 상처가 나기 전에 내가 아프고, 나의 몸에 상처가 나기 전에 당신이 아프고 그이가 아플 수는 없는 것일까? 정말 내가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내 속에 당신이 있고 그이가 있다면 전쟁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해칠 수 있을까? 당신이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한 당신 속에 그이가 있음을 느낀다면 외로운 밤을 그이가 혼자 넘도록 내버려 둘 수 있을까./도신 서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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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신의 그대를 위한 詩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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