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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애향’ 이지요”

[조규선이 만난 사람] 22. 유충식 지곡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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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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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년 동안 필자에게 ‘지곡문학’을 보내준 유충식 회장. 유 회장은 지곡면의 문화유산을 문화벨트로 조성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했다. 사진=최상임 사진작가

 

“문학은 애향심을 줍니다. 오래전에 고향을 떠난 출향인들이 ‘지곡문학’을 받고 고향을 찾아오고 있지요”

지난 17일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한 유충식(82)지곡문학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 10일 서산문화원에서 열린 ‘문학인 소통한마당’에서 약속한 지 일주일만이다.

지난 11년 동안 매년 ‘지곡문학’을 보내주어 늘 빚진 마음이었다. 또 1990년대 필자가 안견기념사업회장 당시 안견(安堅, 조선시대 최고산수화가)추모제 초헌관을 맡았을 때 제례의식을 안내해 주어 참으로 고마웠던 기억도 있다. 여기에 그는 또 부성사 임원들과 함께 필자의 공적비를 부성사에 세워 몸 둘 바를 모르게 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6.25전쟁으로 서산농림중학교를 자퇴한 후 마을일에 앞장서왔다. 25세에 지곡면 화천리 1구1반(원천마을, 그의 호 원천(遠川)반장, 68년 화천리1구 이장, 화천리 이동농협장에서 서산관내 농협 참사, 상무와 전무 등 24년간 근무하다 지곡농협조합장으로 선출되기 까지는 그의 신실함이 한몫했다.

주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신뢰를 받았는지는 그가 지곡면지 발간위원장(2005~2008)으로 있을 때 확인됐다. 당시 많은 분들이 30만원~200만원 등 단 시일 내 4천400만원을 모은 것이다.

지곡 부성초 2년 선배인 탄곡 이은우(1934~2018)선생의 제의로 향토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그는 문창후 고운 최치원 선생 유허비와 황산 이종린 문학비 건립, 부성산성 내 오현각에 오현영 시(최치원, 정신보정인경, 유숙, 고경명)재판각, 효자 임영주, 최달제 정려 건립에 앞장섰다. 그리고 ‘지곡의 문화와 유적’이란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2010년 ‘화백문학’에 수필‘냉수 한 컵의 인심’으로 등단했다.

그에게 성공한 삶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유 회장은 “가난하게 살았으니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매사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얻는 결과”라는 평범한 답변을 했다. 이어 “당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비닐 못자리에 조생종을 심어 일찍 수확함으로써 남보다 비싼 값에 쌀을 팔수 있었다”고 했다. 일찌감치 그는  ‘신지식 농업인’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실천하고 터득한 농법을 이용해 농가소득을 향상시켰다니 하는 말이다.

지역 발전은 천혜적인 아름다운 자연 자원+역사, 인물, 관습 등 문화 유산+특산물 생산, 기업 유치 등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그는 공단 등 산업화를 ‘지곡문학’이 지역향풍의 새문화로 만들겠다고 했다.

곧 지곡면 주민자치센터가 건립된다. 기존 건물 1층에는 성창경 화백(1941~, 지곡출신 성신여대 명예교수)미술관을, 2층에는 단편소설의 효시인 모란봉 등을 발표한 소설가, 언론인등으로 활약한 이종린(1883~1950, 지곡출신)문학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는 이와 함께 안견기념관, 부성사, 진충사, 부성산성, 서산창작예술촌, 칠지도야철지, 닷개, 서산갯마을노래비 등으로 문화벨트를 조성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지곡은 마한시대 치리국국의 왕도로 2천년 이상 서산지역의 중심지였습니다. 또 신라말 대학자 최치원(857~?)선생이 7년간 부성태수를 지낸 곳이기도 하지요. 지곡면은 분명 우리나라 문학의 발상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곡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뿐이 아니다. 서산태안 등 충청지역에서 동학농민운동이 활발했는데 이 또한 서산시 지곡면 장현리 최형순(1856~1892)이 종사로 경주를 왕래하다 동학 2대 교주인 최시형(1827~1898)을 만나 천도교에 입도(1890.3.16.)하여 내포지방에서는 최초의 신자로 동학교리를 전파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 후 천도교 서산교구장이 최영순(1877~1933)에서 최병익(1911~2005), 최호열(1945~ , 장현2구이장, 현천도교서산교구장)로 3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필자는 유 회장을 만나 맹정호 서산시장이 최병익공(公)의 외손자라는 사실도 알았다. 이에 대해 맹 시장은 “어릴 적 외갓집에 가면 조부께서 독립선언문을 끝까지 읽어야 알사탕을 주셨다”며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이렇듯 유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지곡은 역사상 서산 중심지요, 문학의 발상지다. 또 동학교리를 처음 전파한 지역이다. 유 회장이 갖는 자부심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부심은 지곡인, 아니 서산인의 자부심이고,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라는 데에 생각이 정지됐다./조규선 전 서산시장

 

서산타임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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