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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9.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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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몇 사람이 만나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사림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원자폭탄, 수소폭탄보다 더 무서운 폭탄이 있는데 무언지 아느냐고.

수많은 인명을 한꺼번에 앗아가고 도시를 한순간에 폐허로 만들 수 있는 폭탄보다 더 무서운 폭탄이 있다니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말하길 원자폭탄, 수소폭탄보다 더 무서운 폭탄은 지탄(指彈)이라고 했다.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것이란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예로부터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을 세상에 내놓을 때 주위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행동거지를 조신하라고 가르쳤다. 언론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누구보다 와 닿는 이야기다. 일부 잘못된 기자들의 행태로 인해 기자라는 직업이 손가락질 받기 쉬운 직업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나도 모르게 지탄을 받을 일을 하지 않는지 뒤돌아보곤 한다. 더욱이 남이 잘못했다는 비판의 글을 쓸 때는 내 허물은 없는 지, 내가 바라보는 시각이 옳은지, 또 다른 시각은 없는 지 등등을 살펴본다. 나아가 기사 안에 비판의 당사자가 변명을 할 수 있는 여지와 애정을 남겨놓곤 한다.

필자는 편집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자이기 전에 사람이 돼야한다”고 강조한다. 또 지탄받지 않도록 염치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잘못에 부끄러움이나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람으로서 양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 행사장 단골손님들(?)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성완종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은 이후 추석 전까지도 국회의원 선거 입지자들의 잰걸음이 분주했기에 이들의 실종에 다소 허탈한 마음까지 든다.

이들 국회의원 입지자들은 성 의원이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보인 행보라 시민들의 눈총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시민들은 이들의 행보에 최소한의 양심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이들이 추석 연휴 이후 모습을 감춘 데는 이유가 있다. 추석 전 주요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지 3개월이 경과된 사건 모두에 대한 최종심 판결을 이달 중에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10월 국회의원 재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성 의원에 대한 판결이 이달 중에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의원 입지자들은 성 의원에 대한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미안함도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양심이라는 도덕적인 의식을 갖는다고 한다. 이것을 맹자는 사단설(四端說)로 설명했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어질어서 어려운 남을 측은하게 여긴다. 또 본래 올바라서 의롭지 못한 일을 하게될 때는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남의 딱한 처지를 동정하는 마음을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 하고 불의와 불선(不善)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수오지심(羞惡之心) 이라고 한다. 여기에 사양할 줄 아는 예절(辭讓之心)과 시비를 가 릴줄 아는 지혜(是非之心)가 합쳐지면 인간의 네가지 본성이 된다는 것이다.

맹자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사람을 동물과 차별 짓는 품성으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짐승과 다르다고 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바로 ‘염치’다.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고 염치가 있기 때문에 지탄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모든 것을 ‘내 탓’보다는 ‘네 탓’으로 돌리면서 분노와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염치없는 사회는 서로에 대한 끝없는 증오를 불태우며 공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재선거를 바라는 입지자들의 행보도 그래서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산타임즈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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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羞惡之心)을 아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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