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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1.0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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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소설에 “여호 같은 년, 골방쥐 같은 년, 도적년 뭣해 욕을 늘어놀 제’(?떡?), ‘이 빌어먹을 자식이 생쥐새끼처럼 어디로 벌써 내빼지 않았나(‘안해’)”, “안해가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집으로 달겨들자(‘소낙비’)” 등의 비유가 나타난다.

이들 비유에 의하면 쥐는 남의 물건을 훔쳐내기를 잘 하고, 약삭빠르게 도망을 잘 다니고, 볼품이 없는 동물이다.

김유정은 관용적인 표현에 능한 작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김유정 개인의 인식이라기보다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인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쥐들 자신은 자기들이 도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인간 중심의 사고에 젖어 있는가! 우리나라 창세신화에 의하면 쥐는 물과 불의 근원을 찾아내준 신성한 동물이다.

미륵이 세상을 창조하고 물과 불이 없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쥐는 미륵에게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준다.

“금정산에 들어가서 한쪽이 차돌이고 한쪽이 무쇠인 돌로 툭툭 치면 불을 얻을 것이요, 소하산에 들어가면 샘물이 솔솔 솟아나서 물을 얻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물과 불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쥐의 덕인 것이다.

그 보답으로 미륵은 쥐에게 세상의 모든 뒤주를 차지하게 해 주었다.

쥐는 인간을 위기에서 구해 주기도 한다. 신라 소지왕 10년(488)에 쥐가 왕에게 말하였다.

“이 까마귀를 따라가 보십시오.” 왕은 군사를 시켜 까마귀를 따르게 했다. 군사는 까마귀를 따라가다가 돼지 두 마리가 싸우는 것을 구경한다. 그러느라고 군사는 까마귀를 놓치고 당황한다. 이 때 한 노인이 연못에서 나와 편지를 준다. 받아보니 겉봉에 “떼어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고 떼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 군사는 그 편지를 왕에게 바친다. 왕은 한 사람이 죽는 길을 택한다.

그러자 신하가 아뢴다. “두 사람은 백성이고, 한 사람은 임금님이십니다.” 왕이 그렇게 여기어 떼어보니 거기에 이렇게 씌어 있었다. “거문고갑을 활로 쏘아라.” 왕이 궁궐로 돌아가 활로 거문고갑을 쏘았다. 쏘고 보니 거문고갑 안에서 중과 궁주(宮主)가 간통을 하고 있었다. 왕은 두 사람을 처형하였다.

나라의 풍속에 매년 정월 첫 쥐날에는 행동을 삼갔는데 이 풍속은 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삼국유사’의 기록이다. 쥐는 이처럼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임석재의 ‘한국구전설화’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 쥐가 많아서 고생을 했다. 그래서 하인들이 쥐를 모조리 잡으려 하였는데 집주인이 이를 말렸다. 하루는 집안의 모든 쥐가 꼬리를 물고 일렬로 늘어서서 집 밖으로 나갔다. 집안사람들이 이상히 여겨 쥐의 행렬을 따라 집 밖으로 나가 보았다. 순간 그 큰집이 무너져 내렸다. 쥐가 그 집 사람들을 살려낸 것이다.

배 안에 있던 쥐들이 떼를 지어 배에서 내렸는데 그 배가 출항하면 그 배는 난파한다고 한다. 쥐는 배가 난파할 것을 미리 알고 출항 전에 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배에 있던 쥐들이 부두로 몰려나오면 그 배는 출항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신라 혜공왕 5년(769) 11월에 치악현의 쥐 8,000 마리 가량이 떼를 지어 평양으로 갔다. 그러고 나서 그해 겨울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

쥐는 지진, 산불 등도 미리 알고 떼를 지어 그곳에서 빠져나온다고 한다.

민속에서 쥐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다.

집쥐는 1년에 6회 내지 7회를 출산하는데 한 배에 6마리 내지 9마리를 출산한다.

신사임당(1504-1551)의 초충도(草蟲圖) 중에 쥐와 수박을 그린 그림이 있다.

나비 두 마리, 꽃 두 송이, 수박 세 개, 쥐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수박은 씨가 많은 과일이고, 쥐는 번식력이 강한 동물이기에 함께 선택된 것이다.

신사임당에게 쥐는 수박, 나비, 꽃 등과 함께 예술 창조의 대상이었다.

쥐는 인류에게 물과 불을 처음으로 제공해 주고, 위험을 미리 감지하여 인간을 위기에서 구원해 주고, 다산과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 주는 신성한 동물일 뿐 아니라 부지런하고 저축성이 높은 동물이기도 하다.

쥐는 가만히 있는 법이 없이 항상 움직이고 있으며, 먹이를 대량으로 저장해 놓는 습성이 있다.

그러기에 쥐띠인 사람들은 근면하고 저축을 많이 하여 재물이 많고, 국가의 장래를 바로 꿰뚫어보는 형안을 가지고 있으며, 영리함과 집념을 함께 가지고 있어 인생에서의 성취도가 높다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생각하게 된다.

쥐띠이기 때문에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쥐띠는 원래 부지런하다고 믿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지런해지는 것.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대리석으로 조각한 이상적 여인상이 피가 도는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정말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이룬 것처럼.

쥐[子]는 12지(支)의 첫 자리이다.

12지는 ‘자’로부터 시작된다.

자시(子時)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이니 자시의 중심은 0시.

하루의 첫 시작이다.

쥐는 밤에 잠자지 않고 0시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기에 12지의 첫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무자년(戊子年)을 맞이하여,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부지런히 일하면 우리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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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무자년(戊子年) 쥐띠 해 이야기||예지ㆍ근면ㆍ풍요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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