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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4.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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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90년에 벌어진 얘기다. 장소는 그리스 아테네 광장. 별다른 통신수단이 없었던 당시 아테네 시민들은 마라톤 평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소식에 촉각을 세우며 아테네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불안, 초조, 기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초췌한 모습의 한 병사가 숨을 헐떡이며 광장 한 가운데로 달려왔다. “우리 아테네군이 승리했다”는 승전보를 전하고 그는 쓰러져 버렸다.

이 병사의 이름은 필리피데스, 그의 생은 여기에서 마감되었지만 광장은 10만 페르시아군을 물리친 아테네군의 장한 승전보의 기쁨으로 가득찼다.

마라톤 유래의 전설적 영웅 필리피데스의 얘기다.

이 일로 그는 아테네를 구한 명장 밀티아데스보다 더욱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 승전보가 어떻게 전해진 것이며, 이 한마디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는지, 그 과정 또한 얼마나 힘들었는지 헤아려주는 이 없었다.

필리피데스 혼자 승전보를 전하기 위한 일념만으로 고독과 역경 속에서 힘겨운 투쟁을 했을 것이다.

그는 왜 먼 길을 쉼 없이 달려와야만 했던 것일까? 승전보를 한시라도 빨리 전할 목적으로 달렸다면 목적 자체는 달성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인생 마감을 재촉한 불행한 자가 되어버렸다. 페이스의 완급 조절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세월의 속도를 조절할 능력은 없어도 자기 발걸음을 조절할 능력은 있다.

달림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세월의 속도를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또한 세월의 흐름을 반추하며 인생의 의미를 부여할 줄도 안다. 나이가 들수록 달리기의 진정한 행복과 기다림의 미학을 알게 된다고 한다.

달리기를 통해 기다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다면 길고 긴 기다림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세월의 연륜만큼 마음 속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철학적 궤변이 아니더라도 달리기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보약’이라고 예찬론을 펴는 사람이 많다.

우선 건강에 좋고 운동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

남녀노소 구별없이 장소나 비용에 구애받지 않는다.

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며 지구력과 인내력을 기를 수 있어 좋다.

게다가 자신의 건강을 체크해 보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달리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

조지 쉬헌(George Sheehan)은『달리기와 존재하기 Running and Being』에서 ‘달림보다는 생활, 기록보다는 완주, 연습보다는 휴식이 중요하다’ 고 했다.

달리기는 계획성, 목적성, 그리고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달리기를 흔히 인생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새 봄 화창한 날 서산 거리를 춘풍과 함께 달리며 인생을 설계해 보자. 가끔은 달려온 거리도 뒤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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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마라톤의 미학||김양태 서산시공보전산담당관실 체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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