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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8.04.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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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궁핍한 나라의 재정을 극복하는데 큰 기여를 했던 동네로, 가깝게는 해방 이후 서산지방을 넘어 충청남도에서 제일가는 갑부가 탄생했던 동네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던 대산읍 오지2리.

지금은 많은 이야기 거리를 탄생 시켰던 염전들이 거의 사라져 마을 어르신들의 추억 속에만 살아있지만, 외부지역의 인구 유입이 거의 없이 태어나고 자라 함께 수십 년을 살아오며 커다란 변화 없이 마을을 지켜가고 있는 이곳 주민들에게 오지2리는 전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마을이다.

세계적인 자연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가로림만의 갯벌 덕에 낙지, 바지락, 갯지렁이, 굴 등 셀 수 없는 자연의 축복을 받아 넉넉한 살림살이를 자랑하며 오순도순 살아 왔지만 최근 들어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마을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어 시름이 깊어 가고만 있다.

호미 하나 들고 갯벌에 나가면 스물 처녀부터 여든의 할머니까지 넉넉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유난히 맨손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많았던 터라 피해가 더 큰 형편인 오지2리는 조업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예전 같은 수입이 불투명해 정부가 피해상황을 직시해 현실적으로 납득이 갈만한 보상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오지2리 주민들은 이러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올해 새로이 고구마 작목반을 구성하고 브랜드화 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등 늘 밝은 모습만은 잃지 않고 있다.

생명의 보고라 불리우는 가로림만처럼 따듯한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오지2리 주민들은 오늘도 새로운 희망을 간직한 채 바다를 향해 크게 손짓하고 있다. 방관식 기자


오지2리 사람들


가로림만과 분줄만 사이에 서북으로 길게 뻗어나간 반도의 형태로 땅의 끝자락에 위치해 말 그대로 오지마을인 오지2리. 그러나 주민들의 심성은 착하기만 하다. 과거 부자 동네로 회자될 정도로 근심이 없었지만 지난 해 기름 유츌사고 이후 마을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져 간다. 이 마을 주민들의 고뇌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선순(54) 이장 = 9년째 이장일 맡아보고 있는 데 요즘처럼 바쁜 날이 없습니다. 제가 어촌계 계장까지 겸해서 맡고 있는데 기름유출 사고 난 뒤로는 생계비 지원 문제에다, 보상 문제에다 정신이 하나 없어요.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생계가 걸린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기억에 가장 남는 일이라면 2001년에 마을회관을 건립할 때 땅 주인들이 객지 분들이라 그 사람들 일일이 다 만나서 문제 해결하고 첫 삽 뜰 때가 생각나네요.


▲김정자(59) 부녀회장 =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다른데 시집갔다가 다시 돌아 왔는데 이곳이 살기는 제일 좋은 동네 같아요. 사람들 인심 하나 안변하고 공기 좋고 이만하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죠. 옛날에는 바다에 나가 수입도 좋은 편이였는데 그놈의 기름유출 때문에 다 엉망이 돼버렸어요. 지역에다 잘못한 대기업들이 동네 젊은이들이 고향을 지키며 살 수 있게 일자리나 많이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서정희(73) 노인회 총무 = 마을에서 잘 보살펴줘서 우리 노인들이 잘 지내고 있죠. 여기는 칠팔십 먹은 노인들도 경운기에 실어 바다에 내려다만 주면 다 돈 벌어 손자들 용돈 주고 쓸거 쓰고 걱정 하나 없었는데 지금은 빈둥거리며 놀려고 하니 일할 때 보다 더 몸이 아픈 것 같아. 생계비도 빨리 주고 바다도 빨리 옛날처럼 돌아왔으면 좋겠어.


▲김운자(78)씨 = 인지에서 공산군 피해서 이곳으로 시집 왔는데 그게 그냥 평생 여기서 살게 됐지 뭐야. 지금 내 고향 인지에 가보면 다 도시됐어. 그런데 여기는 별로 발전된 게 없어 하지만 사람들 인심도 옛날 그대로라 나 같은 노인네들 살기야 좋지.


▲송순오(58)씨 = 부산에서 시집 온지 35년 됐는데요 저 처음 왔을 때만해도 아주 시골 이였죠. 지금은 길도 뚫리고 좋아졌어요. 마을 주민들이 욕심이 없으신 분들이라 마을이 조용하고 평온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발전하겠죠.


▲문혜정(40) 오지보건진료소 진료원 = 14년 전에 처음 이곳으로 발령받아 왔는데 그때만 해도 대산에 병원이 별로 없었고 119가 흔치 않았던 때라 사건이 많았죠. 근무 첫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르신이 혈압으로 쓰려지셔서 고생했던 적도 있고 낚시 하시던 분이 갯벌에 쓰러져 있는 환자를 업고 오는 때도 있었고 참 다사다난 했죠. 요즘은 여건이 많이 좋아져서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가정방문해서 돌봐드리고 있는데 마을 분들이 참  유순하신것 같아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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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발견-마을기행 24] 대산읍 오지2리||부자 동네로 회자되던 마을, 지금은 시름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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