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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4.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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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ㅣ 본지 발행인


지난 2000년 4ㆍ13 총선 때 시민단체들이 ‘낙선대상자 명단공개’를 선언하고 나서자 기존 정당들은 시민단체 측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명단공개가 법에 위배된다는 등 반응이 다양했다. 그 당시 폐해여부를 떠나 낙선운동 자체가 시금석은 될 수 없었지만 그나마 기존 정치인이나 많은 정치 지망생들에게 정치허무주의를 극복하고 민족사의 앞날에 기여할 양심의 정치, 지성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에 경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로부터 6년 세월이 지났고, 2002년에는 총선이 실시되었다. 다행히도 국민의 여망과 정치권의 자정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노력 등으로 우리의 선거문화는 점진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제 5ㆍ31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연고주의와 지역주의를 불식하고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다수의 시민단체가 연합하여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한 정책선거운동이 매니페스토(Manifesto)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이란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공약을 제시할 때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의 다섯 가지 조건을 반드시 갖추도록 하는 운동이며 이를 통해 유권자는 어느 정당, 어느 후보의 공약이 '헛공약'인지 아닌지 제대로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영국에선 1997년 총선 때 노동당의 블레어 후보가, 일본에선 2003년 지방선거 때 마쓰자와 후보가 시작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매니페스토는 세계 각국에서 일반적으로 정당이 내거는 정권공약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밝히고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추진기간, 재원조달 방안 등이 상세하게 담겨져 있어 유권자가 이러한 공약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쉽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후 검증 가능한 명확한 공약’이다.

실천도 할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 유권자에게 필요이상의 기대감을 주어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직 후보자가 실천 가능한 약속만 하라는 것이다

6년 전 시민단체들이 추진했던 낙선운동의 호응도보다 오늘날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운동의 조짐은 언론과 시민단체, 입후보자들 모두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기존 정치권도 매니페스토운동에 동참키로 했고, 아직도 선거에서 지역주의와 중앙당 중심주의의 폐해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 정당이 정책 중심의 선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각 정당의 참여의지가 얼마나 진실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론에 편승하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선거운동 자체가 정치권을 구속하고 견제하는 힘이 되고, 지방행정의 발전을 위해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은 확실하다. 취지대로만 전개된다면 이 땅에 실용적인 생활정치를 구현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문제는 지방선거가 중앙당 차원의 공약보다는 후보 개개인의 공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각 후보들이 '맞춤형 공약'을 내 놓을 수 있도록 평가주체, 평가방법, 평가기준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유도해야할 것이다. 매니페스토는 유권자와 밀착된 선거이므로 후보자의 좋은 정책과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선거 후 갈등도 극복되고 주민통합을 기할 수 있는 건전한 정당정치의 실현과 동시에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선거가 학연, 혈연, 지역 연고주의에 의한 투표나 흑색·비방선전에 의한 잘못된 선거 관행이었다면, 모처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운동이 공천비리, 공천탈락 후유증과 탈당 등으로 얼룩지고 있는 혼탁스런 정가 분위기일지라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정당·후보자는 실천 가능한 좋은 정책을 내 놓아야 하겠고, 유권자들은 연고나 금권이 아닌 참 공약 선택으로 이번 5ㆍ31지방선거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원년으로 가는데 온갖 힘과 지혜를 모아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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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31지방선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원년으로 삼아야||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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