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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신체 본뜬 인형 수입은 불법
    [요지]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성행위 도구가 관세법상 수입이 금지되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두46421 판결) [사례] 원고가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남성용 성행위도구인 이 사건 물품의 수입신고를 하였으나, 피고(세관장)가 관세법 제234조 제1호 소정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보류 처분을 한 사안. [대법원 판단] 관세법 제234조 제1호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 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또는 그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은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37조 제3호는 ‘세관장은 이 법에 따른 의무사항을 위반하거나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이라고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여기서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음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의 음란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사회의 성윤리나 성도덕의 보호라는 측면을 넘어서 미성년자 보호 또는 성인의 원하지 않는 음란물에 접하지 않을 자유의 측면을 더욱 중점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8도25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이 사건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 이 사건 물품은 그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비교하여 그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물품의 전체 길이(150cm), 무게(17.4kg), 얼굴 부분의 인상,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성기 외관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물품이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라고 판단하고,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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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14
  • 삶의 해석
    지난 1년 가까이 숨 가쁜 나날이었다. 조금은 지쳐가는 걸 느끼면서도 보람 있는 삶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모처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겨울에 들어섰는데도 청명하고 포근한 날씨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천수만 간월호로 차를 몰았다. 바다와 간척지 사이를 갈라놓은 천수만 방조제(지방도 96호선)를 시원하게 달리면서 차 안으로 들어오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시원하다. 평온함을 준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걸 다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생긴다. 궁리까지 갔다가 유턴하여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엔 끝없이 펼쳐진 간척지가 보였다. 넓은 들판엔 검은 흙만 드러나 보였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늦가을의 쓸쓸함이 온 들녘을 가득 채웠다. 한 달 전만 왔어도 황금물결 치는 곡창을 보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일었다. 길가에 있는 간이 전망대 옆에 차를 세웠다. 바로 옆에 큰 입간판이 있었다. 그 유명한 물막이 공사에 쓰인 유조선과 고 정주영 회장의 사진도 붙어있다. 안내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심장박동의 빨라짐을 느꼈다. 나는 발끝만 보고 살았다. 그분은 지도를 보며 살았다. 나라의 국토를 넓히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셈할 수 없는 천혜의 수산자원 보고를 잃었다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식량의 문제를 생각하면, 그 당시의 판단이 그르다고만은 할 수 없을 듯하다. 안내문 끝에 이런 글이 있었다. ‘가지 않는 자에게는 길이 없지만, 가는 자에게는 없는 길도 만들어 간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 어떤 눈으로 삶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정주영 회장의 중동 건설에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났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중동 건설에 뜻이 있어 관리를 파견했는데 보고 받기를 중동지방엔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고 따라서 물도 없고 보이는 건 모래와 자갈뿐이며 술과 여자도 없어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그때 중동에 다녀온 정주영 회장은 비가 오지 않으니 1년 내내 일할 수 있으며, 모래와 자갈이 지천이니 자재 조달이 쉽고 술과 여자가 없으니 돈을 낭비하지 않아 좋고, 물은 오일을 싣고 온 유조선에 물을 퍼가면 되고, 낮에 자고 밤에 일하면 더위를 피할 수 있으니 더 없는 조건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불리한 조건들이 정주영 회장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온 세계가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중동 건설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어디를 보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세상은 달리 보이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의 이런 긍정적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초속 8m의 무서운 급류로 인해 집채만 한 바위와 돌을 부어 넣어도 금세 떠내려가는 물막이 공사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기상천외한 유조선 공법을 생각해 낸 그 원동력도 바로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같은 사물도 상하좌우로 또는 가까이 멀리서 볼 때 그 모습이 달라 보인다. 휑한 바람만 부는 간척지 벌판에 몇 무리의 철새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보기엔 황량한 들판이었지만, 철새들에게는 겨울을 날 희망의 보금자리다. 시각을 바꾸니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도 자기를 노예상에게 판 형들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요셉의 가족을 살리는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해석했다. 요셉이 만일 원수를 만났다고 시원하게 복수를 했더라면 어떻게 이스라엘이라는 한 민족을 이룰 수 있었을까? 며칠 전, 15주나 앞당겨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됐다. 몸무게는 겨우 288g에 불과했다. 1%의 생존율에 도전한 서울 아산병원 신생아과 김애란 교수는 아이의 몸무게를 뒤집어 팔팔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아이를 볼 때마다 그 이름을 불러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름대로 그 아이는 이제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인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눈으로 삶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도 세상도 변한다. 새삼 고 정주영 회장의 삶이 더욱 돋보이는 하루였다./김풍배(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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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8
  • 충남도는 갑질로 설움 받는 도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닌 사는 곳(live)이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공공주택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게 했다. 지난 2015년 내포신도시에도 민간건설사 임대아파트가 처음으로 공급됐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내포신도시는 공동주택 건설에 따른 아파트 분양 열기만큼 한 모델하우스 앞에서 주민들의 항의와 투쟁으로 뜨거웠다. 집회는 지난 10월 9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37일 동안 열렸으며, 주민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고 차가운 거리에서 추위에 떨며 항의의 목소리를 내봤지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지난달 3일 한 도민이 필자를 찾아왔다. 내용을 들으며 그동안 도민이 겪었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 5년 후 분양 전환을 조건으로 홍보했으며 임차인의 2/3 이상이 동의하면 분양 전환할 것을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건설사가 분양 전환에 대한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5년 전 신청한 하자보수는 감감무소식이고 지하 주차장에는 건설폐기물이 쌓여 방치돼 있으며, 계약하고자 하는 주민 90여 명에게는 전라도 광주까지 불러 임대계약을 맺도록 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집을 좀 보고 싶다는 계약자에게 잔금을 치러야 볼 수 있다고 말하고는 잔금을 치르고 집에 들어가 보니 거실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어 치워줄 것을 요구하자 입주 청소는 입주자가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조선비즈 칼럼을 통해 “입주하면 ‘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배신’”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세대 전체가 임차인이라는 이유로 위탁운영 업체와 관리업체로부터 홀대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위탁운영 업체도 ‘갑’ 노릇을 하는데 하물며 민간임대주택의 건설사는 얼마나 ‘갑’ 중의 ‘갑’이겠는가. 이런 일이 충남도청을 비롯해 도 교육청, 도 경찰청 등 주요 행정기관이 이전한 내포신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필자는 도청 소관부서 과장과 면담을 통해 도민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민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도지사가 직접 건설사 사장을 만나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아무리 민사적인 문제라지만 도민이 갑질로 인해 설움을 겪고 있다면 당연히 행정기관이 나서서 중재하고 도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행정기관에서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도민의 주거 불안 문제가 조기에 관철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며 현장의 피해 도민들을 만나 다른 피해사례는 없는지 살피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마련에 힘쓰고자 한다./이종화 충남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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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8
  •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재외선거제도
    내년 3월 9일 실시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8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으며(공직선거법 제15조 제1항),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국민들도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 재외선거를 할 수 있는 재외국민은 재외선거인과 국외부재자로 나뉜다. 재외선거인이란 한국에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을 말하며, 국외부재자는 한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재외국민을 말한다.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은 ‘재외선거인 등록’이 되어야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 등록은 투표하려는 선거의 60일 이전에 되어야 하므로,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22. 3. 9.의 60일 이전인 2022. 1. 8.까지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해야 한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5 제1항). 예전에는 주민등록이 있었는데, 국외이주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도 주민등록이 없는 경우일까? 2015. 1. 22. 이전에는 재외국민 주민등록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국외 이주하는 경우 주민등록을 말소하였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도 주민등록이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과거 국외이주 등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도 ‘재외선거인 등록’대상이 된다. 단 2015. 1. 22. 재외국민 주민등록제도가 시행되면서, 국외이주신고를 하고 출국한 국민들도 재외국민으로 분류만 될 뿐 주민등록이 말소되지는 않으므로, 그런 경우에는 재외선거인 등록 대상이 아니다(아래에서 살펴볼 국외부재자신고의 대상이 된다). 재외선거인 등록이 되면, 재외공관에서 대통령선거, 그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보궐선거 제외)에 투표할 수 있다.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은 재외공관에서 가능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선거 홈페이지(https://ova.nec.go.kr)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5 제1항). 주민등록이 있는 재외국민은, 다시 둘로 나뉜다. ‘재외국민 주민등록’을 한 경우와 주민등록을 하고 해외에 잠시 체류하는 경우이다. ‘재외국민 주민등록’을 한 경우는, “외국의 영주권(永住權)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가 주민등록을 한 경우로(주민등록법 제6조 제1항 제3호), 사실상 해외에서 주로 거주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국외부재자신고를 하면 대통령선거, 그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보궐선거 제외)에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주민등록을 하고 해외에 잠시 체류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주로 거주하면서 해외로 출장, 유학, 여행 등을 가서 선거일 당일에 한국에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국외부재자신고를 하면 대통령선거, 지역구·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보궐선거 제외)에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이들 모두 선거일 150일 전부터 60일 전 사이의 기간에 서면, 전자우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https://ova.nec.go.kr)를 통해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면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22. 3. 9.의 60일 이전인 2022. 1. 8.까지는 국외부재자 신고를 해야 한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재외선거는 선거일 14일 전부터 9일 전 사이의 기간(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22. 2. 23.부터 2022. 2. 28.까지)에, 재외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한 날짜에 재외공관에서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17 제1항). 재외선거인 등록 또는 국외부재자 신고를 한 사람이, 출장, 유학, 여행 일정 등이 변경되거나, 국내로 입국할 일이 생겨서 위 재외투표기간에 한국에 있게 된 경우에는, 재외투표기간 개시일(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22. 2. 23.) 이전에 귀국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출입국사실증명서 등)를 주소지(주소지가 없는 경우 최종주소지 또는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면, 선거일에 국내에서 투표(귀국투표)도 가능하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16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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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8
  • 올해에도 국화꽃은 피었다
    세월에 날개를 달았는지 노년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어느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서 있다. 부춘산 자락에 국화꽃 몇 송이가 수줍게 웃고 있다. 다른 꽃들은 다 졌는데 아직도 저렇게 피어 있다니…. 해마다 열리는 국화 축제에 아내와 함께 다녀왔는데 코로나19로 이태나 못 가봤다. 갑자기 국화꽃이 보고 싶어 차를 몰고 고북면으로 향했다. 농원 뒤에 있는 공터에 차를 세웠다.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넓은 국화밭에는 파장한 뒤끝처럼 적막감마저 들었다. 몇 군데 듬성듬성 국화를 베어낸 자리엔 꽃을 딴 줄기만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 많은 면적에 갖가지 색깔과 다양한 종류의 국화꽃이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 많은 꽃을 혼자 보는 맛도 특별했다. 국화꽃들의 속삭임까지 들리는 듯했다. 곳곳에 많은 사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근심은 여기에 놓고 국화꽃 향기만 갖고 가세요’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놓고 간 시름과 아픔이 꽃마다 서려 있는 듯했다. 우두커니 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외로움과 고독과 쓸쓸함이 밀려왔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떠올랐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애달피 울었고 긴긴 여름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목 놓아 울었다. 무서리가 내리던 날 노랗게 핀 국화꽃 한 송이. 얼마나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는가?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거렸고 다른 꽃들이 다 시들어갈 때 무서리 속에서 비로소 꽃대를 밀어 올려 노란 꽃을 피운 국화꽃이 아니던가? 국어책에 나왔던 ‘낙목한천에 너만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라는 시조의 한 대목도 읊조려졌다. 모진 고난을 이겨내고 피어난 국화꽃이 바로 꿋꿋하게 절개를 지킨 선비의 모습과 닮았다는 뜻일 것이다. 국화는 꽃도 아름답지만, 그 향기 또한 그윽하다. 농원에 있는 꽃의 빛깔도 모양도 다양하다. 그런데도 꽃에서 나는 향기는 어느 꽃이든 한가지다. 몇 해 전 내가 섬기던 교회의 모 권사님 댁에 심방을 가면 으레 노란 국화꽃 차를 내왔다. 찻잔에 동동 떠 있는 국화꽃이 서서히 제 몸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했다. 한 모금 마시면 국화꽃 특유의 향기가 입안에 감돌면 정신이 맑아짐을 느꼈다. 농원 한쪽 밭에 노란 감국을 따로 재배하여 그 꽃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쪽으로 모아 핀 꽃도 좋았지만, 그래도 여러 색깔과 모양의 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모습이 더 좋았다. 국화꽃을 보면서 사람도 이렇게 어우러져 살 때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보았던 안타까운 기사 한 토막이 생각났다. 무관심 속에 탈북자 한 사람이 사망했다는 기사였다. 그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10년 이상 머물다 2018년 말 혼자서 한국에 왔다고 했다. 임대 주택에 살림을 꾸렸지만, 외로움과 정착의 어려움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며 술로 인한 간경화로 고생하고 있었다고 했다. 사망한 지 일주일쯤 지나 발견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2년여를 지나도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조차 없다. 백신 접종으로 이제는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되려나 했는데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면엔 온통 어두운 기사뿐이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는 오르고 서민경제는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어둠 속에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이로 태어난 생존율 1%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를 살려낸 기사였다. 체중 288g, 키 23.5cm로 예정일보다 15주나 앞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1%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만든 것이다. 무서리가 내리던 날 꽃을 피운 국화꽃처럼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올해에도 국화꽃은 피었다. 김풍배(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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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1
  • 일명 ‘윤창호법’위헌 결정
    일명 ‘윤창호법’ 위헌 결정.(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바446, 2020헌가17, 2021헌바77(병합) 결정)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 25일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음주운전금지조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하여 위반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인데, 그 구성요건을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로 정하여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고, 과거 위반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일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 그런데 과거 위반행위가 예컨대 10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이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라거나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이를 일반적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구별하여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한 경우 재범인 후범에 대하여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예컨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과거 위반행위를 근거로 재범으로 분류되는 음주운전 행위자에 대해서는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한 차량의 종류에 비추어, 교통안전 등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행위가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으로 정하여 그와 같이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되어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수 있으므로, 재범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치료나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다. ○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범 음주운전행위까지 일률적으로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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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1
  • 그럼에도 감사
    불행 중 다행이란 말이 있다. 이는 좋지 않은 일이 더 번지지 않고 잘 마무리되어 다행스럽다는 뜻이다. 사람이 한세상 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불행을 만날 수 있다. 그때 절망하지 않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마음이 바로 이런 긍정의 힘일 것이다. 11월 15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송승환 배우의 기사를 읽고 매우 감동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4급으로 시력을 잃은 배우였다. 그는 30 Cm의 세상에 포위되어있다고 했다. 그 너머는 아득한 절벽과 같다고 한다.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지 4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밝게 웃으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만큼이라도 보인다는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한단다. 시각을 잃자 청각이 더 예민해졌다며 무대에서 반응할 때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됐다며 그것을 뜻밖의 수확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병에 걸리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후유증이 우울증과 자살이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되진 말아야지. 시계는 좁아졌지만, 저 세계는 넓어졌어요. 일상을 유지할 방법을 찾느라 새로운 의욕도 생겼지요. 이제 책은 전자 파일로 바꿔서 듣고 문자 메시지는 500원짜리 동전만 하게 확대해보고 넷플릭스 영화는 자막 읽어주는 기능을 사용해 감상합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란 걸 의식하고 살지 않는다. 연출가 장윤정씨는 ‘가끔은 선생님 눈이 안 보인다는 걸 깜빡 잊을 정도’라고 했다. 그의 아내조차 함께 길을 걷다가 “저 꽃 예쁘지?” 한다고 한다. 그럴 때 퉁명스럽게 “난 안 보여!”라고 할 때가 있다며 농담처럼 “앞으론 눈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녀야겠어”라고 했단다. 그 긍정의 힘, 감사한 마음이 그를 4급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더 드레서’ 리어왕 역으로 맡아 연극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송승환씨는 불행을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럼에도 감사를 찾은 것이다. 지난 주말 아침 교회 차를 운행하다가 잠시 잊은 것이 있어 평소 주차하는 곳에 주차하려고 후진하다가 뒤에 있는 승용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멀쩡히 서 있는 차를 받은 것이다. 물론 다소 좁은 길이었지만 조심하면 비킬 수 있는 간격이었다. 전적으로 나의 불찰이었다. 차종은 모닝이었고 새 차였다. 아무리 훑어봐도 연락처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사고 접수를 한 후, 간단한 내용을 적어 유리창에 끼워놓았다. 오후에 차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좋은 분들이었다. 사고 당시가 생각났다. 사람이 타고 있었더라면 어쩔뻔했나? 나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가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사고는 순식간에 난다. 아무리 조심 한다고 해도 일어나는 게 사고다. 운전하다 보면 아찔할 때가 수도 없이 많다. 생각해보면 자동차가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를 알면서도 매일 생각 없이 타고 다닌다. 무사고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박완서 소설가의 ‘일상의 기적’을 다시 음미해본다. 그는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 지었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지금, 감사를 느끼고 계시는지? 우리들의 입으로는 감사를 외치지만,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면 그것이 아주 당연한 걸로 안다. 정말 그럴까?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언제 어떤 일들이 터질지 모른다. 우리가 평범하게 보낸 하루, 그 평범함 자체가 감사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쳐가고 있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극에 달해있다. 그럼에도 감사함을 찾아보자. 말하고 듣고 보고 걸을 수 있다는 것만 가지고도 감사할 일이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오색 단풍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태양은 내일 다시 떠오른다. 매일매일 잠들기 전 오늘 하루가 무사했음을 감사하자. 김풍배(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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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25
  •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사건요지] 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혼외 성관계 목적으로 다른 배우자가 부재중인 주거에 출입하여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피해자(남편)의 처와 교제하고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처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이르러 피해자의 처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였는바, 공동주거에 있어 그 주거에서 거주하는 사람 이외의 자(이하 ‘외부인’이라 한다)가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판단] 그동안 대법원은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이후 공동주거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출입하였다 하더라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위 내용의 종전 대법원 판결은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말하고,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당시 객관적,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고,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재중에 피해자의 처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출입이 부재중인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 오피니언
    • 칼럼
    2021-11-25
  • 애향심을 북돋아주기 위하여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따지는 것이 출신 성분이다. 그중에서 졸업한 학교나 고향을 가징 많이 따진다. 특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큰 사람일수록 고향사람에 대한 향수가 남다르다.… 권력 뒤에는 언제나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생활하고 있는 출향인사들을 잘 활용하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병렬 서산타임즈 대표가 8년 전, <출향인사는 영원한 우군>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의 일부다. 예전 도에서 「출향인사 명부」를 만들었다. 충남 출신으로 경향 각지,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사를 DB화하여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고향발전에 도움 되는 방안을 함께 찾아보자는 의도였다. 정·관계, 경제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을 망라하여 만들다보니 두툼한 자료집이 되었다. 일부는 수록된 분들께도 보내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요즘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는 시대라 어떤지 모르겠으나 당시로는 유용한 행정자료였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충남·대전출신 공무원을 파악하여 향우수첩을 만들고 가끔 초대하여 고향 곳곳을 둘러보고 고향과 출향공무원간, 출향공무원 상호 간 유대를 돈독히 하고자 했다. 모두 한 고향이라는 공통분모를 고향에 대한 관심과 사랑, 도움을 주고받자는 뜻이었다. 2003년, 계룡시를 만드는데 우여곡절을 거쳐 국회에 법률안이 제출되고 심사에 들어갔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안을 검토하는데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었다. 요지부동이었다. 궁리 끝에 인천, 마산 등 소위원회 위원 지역구의 충청향우회를 통하여 협조를 얻었다. 대전에 있는 위원 출신지역 향우회장을 비롯한 인사들의 도움도 받았다. 예상보다 효과가 컸다. 보령 출신 김용환 의원이 나서 문턱을 넘었다. 국비 예산을 확보하거나 사업을 책정받기 위하여 중앙부처를 방문하여 협조를 얻는 일이 잦다. 이때 지역 출신 향우들이 다리를 놓기도 한다. 중앙부처로 갈수록 향우의 도움이 긴요할 때가 많다. 필자가 도에서 일할 때 마침 내무부 업무 담당이 충남 출신이라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사전 협조 요청하면 무리한 일도 양해하고 도와주어 뜻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소식도 많이 얻었다. 만약 동향인이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일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도에서도 비중 있는 자리를 향우끼리 물려주고 이어받기도 했다. 이왕이면 고향사람이라는 의식이 빚는 상황이었다. ‘잘 아는 사람’을 찾는 경우가 있지만 같은 경우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예천삼거리에서 부석 창리에 이르는 제649호 지방도 확장과 직선화 사업, 해미에서 인지, 부석으로 연결하는 간월도 관광도로 개설 사업에 힘쓴 S국장, 프란시스코 교황 방문에 대비한 여러 사업에 많은 사업비를 지원 받게 한 Y국장 등의 애향심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가 변화하고 개인주의 경향에 따라 지연, 학연, 혈연 등 ‘연(緣)’의 개념이 흐려지고 있다. 향우회, 동문회, 종친회가 아무래도 예전과 같지 않다. 여념이 없을뿐더러 굳이 함께 하지 않아도 불편할 일이 적기 때문이다. 점점 젊은이의 참여가 줄어 아쉽기도 하다. 전통이 강하거나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이 있는 경우라면 사정은 좀 다르다.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시에서는 「시민대상」에 ‘애향 및 지역 선양부문’을 확대한 것도 이러한 방안의 하나라는 생각이다. 이왕이면 넓게 포용해주는 아량도 있어야 할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한다. 고향발전을 위하여, 고향 선양을 위하여, 고향 사랑을 위하여 고향을 지키며 일하는 분들과 출향인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합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발적인 고향 사랑에 더하여 애향심을 북돋을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울타리가 되고 바람막이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고향에서 필요한 일에 힘이 되어 주도록 하는 일, ‘멍석을 깔아주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속담은 그저 생긴 말이 아니다. 이병렬 대표는 「한 가지 방법은 정기적으로 각 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출향인사를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매년 한 번씩 날을 정해 홈 커밍데이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제라도 서산시가 출향인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라고 끝을 맺었다. 한 번 쯤 새겨볼 만한 제언이라 생각한다. 가기천/전 서산시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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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16
  • 가을비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부춘산 중턱의 단풍 색깔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지금이 절정인 듯싶다. 가까이 와보라는 손짓처럼 나뭇잎들이 어릿거린다. 현관문을 나서니 비가 오고 있었다. 아마도 빗줄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듯하다. 가는 비가 내리고 있다. 비닐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톡톡톡 소리를 낸다. 마치 박자를 맞춰 두드리는 타악기 소리 같다. 난 이 소리가 듣기 좋아 비가 오면 일부러 빗속을 거닐던 때도 있었다. 그 소리를 감미롭게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오솔길에 접어들었다. 길 위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색 단풍잎이 쌓여있다. 밟아도 소리조차 없다. 걷다 보니 지난날 온갖 추억들이 떠오른다. 즐거웠던 순간들, 괴로웠던 기억들, 보람 있었던 일, 달콤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잎 떨군 나무의 잔가지마다 눈물처럼 물방울이 매달려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에 붙어 있던 나뭇잎, 봄부터 여름 내내 온몸을 감싸줬던 잎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나무들의 슬픔을 보는 듯해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나무들도 추억이란 게 있을까? 그리움이란 게 있을까? 문득 오래전에 썼던 가을비란 제목의 시가 떠올랐다. 「밤새 바스락거리는/문 앞에서 보채는// 살아온 뒤안길/머물렀던 그리운 이들/문 열고 두 손 벌려 /맞이하고픈 이들//잠 못 들어/ 뒤척이는 가슴 위로/그리움이 촉촉하게 내린다/가을비 되어」 참으로 그리운 이들이 생각났다. 정년 한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그때 웃고 울고 했던 동료들이 그립다. 이제는 만나기조차 어려운 그때 그 사람들. 돌아보니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였던 것 같다. 갑자기 저세상으로 가신 분들이 그립다. 어째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머니 아버지가 이토록 그리운지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내 윗대는 아무도 계시지 않는다. 고모님도, 작은아버님도, 당숙들도 저세상으로 가셨다. 그렇게 사랑해주셨던 그분들이 이제는 아무도 이 세상엔 계시지 않는다.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졌다. 생각해보니 벌써 사흘째 내리는 비다. 장마구나! 퍼뜩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엔 아직 가을걷이가 끝나지 않았다. 며칠 전 가사리에 갔을 때 아직도 생강 수확을 하지 못한 밭도 더러 있었다. 한지형 마늘도 한참 심어야 할 때다. 이러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나 내려간다면 생강 같은 작물은 아예 버리고 만다. 올해는 김장 배추도 흉작이란 소리도 들려온다. 양상추 농사도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특히 배 농사는 착과 시에 잦은 비로 인해 수확해도 상품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농사는 자연환경에 절대적인 지배를 받는다. 아무리 잘 지어진 농사라 해도 한순간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더 큰 어려움은, 농촌 인구의 노령화뿐만 아니라 절대적 일손 부족 현상이다. 가사 초등학교 입구에 “끊임없는 노임 인상 우리 농민 다 죽는다”란 부석면 이장단 협의회의 이름으로 현수막이 걸려있다. 들어보니 생강 한 짝에 20만 원인데 노임은 1인당 14만 원이라고 했다. 종자와 자재 대금을 합하면 오히려 적자라고 했다. 농작물 대부분이 이런 형편이다. 농사의 성패가 자연환경이 아닌 사람의 손이 부족해서 생긴다고 하니 안타까움이 더했다. 그러나 어쩌랴. 있는 농토 적자 난다고 놀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였다. 쉬는 손이 있다면 농번기만큼이라도 지원한다면 그래도 농민들의 근심을 덜어주리란 생각을 해보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잠시나마 배부른 감상에 젖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원래 생활과 감성은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늘 대립 관계에 있다. 아무리 낙엽이 고와도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낙엽은 경비원 아저씨들에게는 한낱 귀찮은 쓰레기일 뿐이고, 펄펄 내리는 흰 눈도 운행하는 운전자에게는 근심거리가 된다. 생각을 돌려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보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본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보며 지친 신심을 달래보는 것도 현명함이 아닐까? 가을비는 구럭 쓰고 맞는다는 말도 있다. 서둘러 수확하고 동절(冬節) 농한기 동안 겨울나무처럼 희망을 충전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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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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