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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상소문
    임진왜란 당시에 충무공 이순신의 생명을 구한 약포 정탁의 상소문(伸救箚)이 보물로 지정될 것이라 합니다. 이 상소문을 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최고의 상소문이라 했습니다.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지 5년 만에 다시 쳐들어온 때 충무공은 출정 명령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한양으로 압송되었습니다. 선조는 노하여 ‘임금을 속인 자는 반드시 죽인다’라고 했습니다. 신하들도 입을 모아 이순신을 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때 우의정이었던 약포 정탁이 목숨을 걸고 신구차라는 상소문을 올렸습니다. “이순신은 큰 죄를 지었지만, 성상께서는 극형을 내리지 않고 인을 베푸시려는 일념으로… 이순신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아보시려고… 생명에 대한 임금의 어진 뜻이 죽을죄를 지은 자에게까지 미치니 감격을 이길 길이 없습니다.” 임금의 속 좁은 뜻과 반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순신의 작은 공로를 세워 주며 “무릇 인재는 나라의 보배이므로 주판질하는 사람까지 재주가 있으면 아껴야 하는데 장수의 재질을 가진 자를 오로지 법률에만 맡길 수 있느냐”고 호소했습니다. 이순신을 죽이면 졸장부라니 선조도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상소로 인하여 충무공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며 나라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만 대단해서가 아니라 염라대왕의 마음도 바꿀 수 있는 완벽한 설득의 기술을 보여주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임금과 신하 사이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지금도 여전히 설득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에게 바른말을 하는 건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처럼 위험합니다. 왕정 시대엔 임금에게 바른말을 했다가는 죽음을 맞이하거나 파직되어 유배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권력자 앞에서 하는 직언은 대부분 권력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충신은 목숨을 걸고 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의 현인 탈레스는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며, 남을 충고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자기 자신의 허물은 감춰두고 단지 타인의 잘못만 지적해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어려운 것이, 충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무의식적으로 고집이 있고, 자존심도 있고 스스로 우월감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감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자기의 주장을 꺾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야 권위나 힘으로 누를 수 있겠지만, 동료나 윗분에게 하는 충고는 다릅니다. 오히려 반감을 갖게 하거나 상처를 받게 할 수도 있고 사이가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윗사람에게 드리는 충고는 불이익을 당할 염려와 때로는 위험부담도 따릅니다. 대부분 아랫사람은 상급자의 지시에 토를 달거나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출세하는 길이요, 처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맹종이야말로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덮어 놓고 따르는 자세야말로 자신은 물론 모두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 해도 인간인지라 실수할 수도 있고 그릇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옳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아랫사람은 자신에게 미치는 유불리를 불문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진언해야 합니다. 감동하여 생각을 바꾸게 하려면, 윗분보다 몇 배는 더 생각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선출직 지도자일수록 선거를 의식하여 무리한 사업을 강요하기가 쉽습니다. 필자도 그런 분을 모신 적이 있습니다. 고정투자는 신중하여야 함에도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했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결국 대여섯 가지 문제점을 찾아내어 무사히 넘겼습니다. “참 좋은 안이라 생각합니다.” 제일 처음에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문제들을 하나씩 꺼내며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어떻게 할까요?”라며 의견을 구했습니다. 이렇게 대여섯 가지를 꺼내며 포기하도록 설득하였더니 결국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다행히 별 마찰 없이 소임을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약포 정탁의 상소문을 읽어보며 지난 일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간언을 하는 사람은 몇 배 더 생각하고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다시금 약포의 지혜를 깊이 생각합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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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2-08-31
  • 의전
    ‘의전’의 사전적 의미는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해진 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의 ‘의전’은 이른바 ‘높으신 분’들을 좋은 자리에 모시고, 소개도 해야 하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행사를 치름에 있어 행사를 위해 애쓴 사람들을 소개하고, 함께 축하하는 의미는 좋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의전은 행사를 치르는 당사자들에게는 부담이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은 물론, 광역·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총선과 지방선거를 치를 때면 이들은 늘상 ‘자신은 시민들의 심부름꾼이며, 시민들을 주인처럼 모실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공무원들이 이 ‘높으신 분’들을 모시고 있으며, 행사를 보려고 찾아온 시민들은 이 ‘높으신 분’들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난다. 의전의 폐해가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높으신 분’들은 또한 무척 바쁘다. 자신들의 소개가 끝나거나, 주요 인사들의 축하 인사가 끝날 때면 한꺼번에 자리를 떠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관련 예산을 책정했으며, 어떻게 사용될 것 등 시민들과의 어우러짐이 아닌, 단지 얼굴을 알리고 형식적인 인사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무의미한 시간이 돼버리는 것이다. 최근 서산시의회가 서산시에 ‘서산시의회 의원 의전 관련 협조요청’공문을 발송한 것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시의회는 이 공문에서 시 주관행사와 보조금 집행행사에서 시장 소개 후 시의원을 소개하고 순서는 의장, 부의장, 운영위원장, 총무위원장, 산업건설위원장 순으로 지정했다. 또 의원은 이름 가. 나. 다 순으로 소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러한 발상이 서산시의회 의장 명의로 공식화됐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지각 원구성으로 비난을 받았던 제9대 서산시의회가 권위 찾기에는 민첩하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또 보조금을 지원받아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들의 입장에서 예산권을 담보로 벌이는 갑질 오해를 살수 있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필자는 당초 절반이 넘는 시의원이 초선으로 의정 경험이 없다 보니 과연 집행부 견제를 충분히 할 수 있을까, 집행부 공무원들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정작 들여다봐야 할 것은 못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집행부와 시의회의 안정적인 관계가 절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2중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신진 정치인들이 지역정치 무대에 등장했다는 것만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초선이라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일 수도 있다. 그런데, 파격이 필요한 이유가 뭔가? 늘 해오던 틀을 깨지 못하면, 영원히 그 틀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초선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바가 컸었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초선 의원들 중 누구하나 이러한 ‘의전’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데 상실감이 크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치부할 수 밖에 없다. 서산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행사를 취재하다보면 대부분의 의전이 이러하다. 외부행사를 예로 들면. 우선 행사진행자가 내빈을 소개한다. 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은 물론 시의원들도 일일이. 그럼 시의원은 또 일일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게 된다. 다음으로 시장이 축사 또는 대회사를 하는데, 이 연설 내용에는 참석해 준 시의장과 시의원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으로 또 일일이 거명한다. 국회의원도 축사를 하며 마찬가지로 일일이 거명하고, 시의장도 축사하면서 또 ‘내 식구’라고 일일이 호명한다. 몇 번을 소개받는 지 모를 지경. 어떨 때는 소개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또 다시 소개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쯤 되면 행사를 찾은 일반시민들은 짜증이 밀려온다. 행사에 초청돼 왔더니, 내빈 소개와 연설 듣는 데만 20분을 훌쩍 넘긴다. 선거운동 할 땐 그렇게나 시민들을, 주민들을, 주권자를 섬기겠다고 연신 고개 숙이며 간이라도 빼 줄 듯 인사하더니, 이젠 전세역전인가? 아니면 태세전환인가? 이것도 무감각하게, 무비판적으로, 해오던 관습대로의 격식이다. 서두에 말한 대로 초선들이 기대되는 것은 경험은 적어도, 파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의전은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허례허식에 불과함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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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24
  • 밥만으로는 행복을 채울 수 없다
    2021년 7월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는 한국을 선진국 그룹에 포함한다고 선포했습니다.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70여 년 만에 이룬 기적의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진국의 조건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부의 기준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1인당 소득수준, 산업구조, 교육과 문화 수준, 기대 수명 등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는 인간의 욕구 위계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의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안전의 욕구, 3단계는 소속과 사랑의 욕구, 4단계는 존중의 욕구, 마지막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자아실현 단계이며 그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욕구의 만족(행복)을 채울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는 곧 문화 수준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란 속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생존의 욕구는 가장 낮은 단계로,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 해당하는 욕구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의 질과 행복은 경제력이나 수명에만 있지 않고 정신적 만족을 채워야만 비로소 참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문화란 바로 자아실현 단계입니다. 그러므로 선진국 조건에 문화 부분이 포함된 건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일찍이 백범 선생은 그의 저서 백범일지에서 이렇게 천명하셨습니다. “부력(富力)은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선생은 문화가 지니는 힘과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3만 5천 불의 국민 소득으로 먹고살 만하게 되었습니다. 군사력도 세계 6위로 감히 어느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음악, 영화, 체육,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싸이, BTS,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많은 K-팝 가수가 세계의 팝을 선도하고 있고, ‘기생충’, ‘미나리’ 같은 영화는 그 유명한 아카데미의 높은 벽을 정복하였습니다.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오징어 게임’, ‘카터’,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들이 세계 순위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세계적 가수 조수미, 신영옥 등은 한국의 자랑이 되었고, 축구 선수 손흥민, 겨우 18세 약관의 나이로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백범 선생이 그토록 염원했던 문화 강국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한류가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할 때 백범 선생의 선견지명에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늘에서 크게 기뻐하실 듯합니다. 지금은 지자체별로 문화의 힘을 깨달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당진을 생각하면 ‘심훈 문학관’이 떠오릅니다. ‘필경대’와 ‘상록학원 터’와 폐교를 이용한 ‘아미 미술관’이 생각납니다. 홍성하면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생가터’, ‘이응노 화백의 집’ ‘홍성 문학관’ ‘홍주 천년 문학관’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예산하면 ‘의로운 형제 마을’ ‘황새 공원’, ‘추사 고택’, ‘한국 토종 씨앗박물관’, ‘한국 인장박물관’, ‘윤봉길 의사 기념관’ ‘한글 문자 조형연구소’등이 떠 오릅니다. 문화는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라는 토양에 자아실현의 욕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면 인간이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말고 어느 동물이 자아실현이란 욕구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사회가 1단계, 생존의 욕구에 집착하고 만다면 천민자본주의 사회에 머물고 말 뿐입니다. 밥만으로는 행복을 채울 수 없습니다.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문화의 힘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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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24
  •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 적법 여부
    [개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응급조치인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의 적법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도2076 판결) [사례] 가정폭력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으로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 및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분리조치를 취한 것이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단] 구「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0. 10. 20. 법률 제17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상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제2조 제1호), 가정구성원에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제2조 제2호 가.목). 그리고 ‘가정폭력으로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에 해당하는 죄’는 가정폭력범죄에 포함된다(제2조 제3호 가.목).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로서,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1호는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를, 같은 항 제2호는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를, 같은 항 제3호는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를, 같은 항 제4호는 “폭력행위 재발 시 제8조에 따라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를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에다가 구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위와 같은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함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분리조치를 취한 것은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응급조치로서 적법하고 설령 이에 대해 피해자가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경찰관의 공무집행이 적법하다고 보아, 위 경찰관을 폭행한 피고인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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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24
  •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
    [개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12419 판결) [사례] 피고인이 피해아동(여, 15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가슴을 노출하도록 하고, 자신의 자위행위 장면을 보여준 행위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단]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다양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법원은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대상임을 전제로 판단해왔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하고(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참조),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 있어서 설령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6480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는 데에 동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1501, 2014전도197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안에서 원심이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과 피해 아동이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하였고, 이 사건 영상통화가 피해 아동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사정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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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7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옛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벼가 익는다는 것은 사람의 인격이나 지식의 정도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더 겸손해지라는 말로 해석되고 있다. 어릴 적부터 학교생활을 하면서 줄 곧 들어온 속담이지만 인생을 살면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 듯하다. 표현은 달라도 같거나 비슷한 뜻을 지닌 속담도 있다. ‘곡식 이삭은 여물수록 고개를 숙인다’, ‘여문 곡식일수록 더 머리를 숙인다’,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 ‘병에 가득 찬 물은 저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속담들이 그런 본보기들이다. 좀 더 직설적인 표현들도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속담집 ‘우리 속담 풀이’는 “빈 수레가…”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더 아는 체하고 떠든다는 말’또는 ‘가난한 사람이 있는 체하고 유세 부릴 때 빈정거리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속담에 “도랑물이 소리를 내지 깊은 호수가 소리를 낼까” “들지 않는 솜틀은 소리만 요란하다” “먹지 않는 씨아에서 소리만 난다” “못 먹는(안 먹는) 씨아가 소리만 난다”가 있다. 작금의 우리 정치를 들여다보면 이 속담의 실천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대부분이 출마에 나설 땐 저마다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민심을 바탕으로 참 정치를 펴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어 국회에 입성한다. 그러나 국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민의는 오간데 없고 자신들이 속한 정당의 당리당략에 맞춰 이해타산에만 집중해 민심을 저버리고 만 정치행태를 보여 민의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집권당이건 야당이건 서로 ‘반대에 의한 반대’만을 일삼으며 민생에 관련된 수많은 법안들이 고스란히 입법절차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를 보면서 국회입성을 위한 노력을 할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을 보이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왜 이리도 이 속담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늘 초심으로 국가가 우선이 되고 국민들이 잘사는 나라, 자신들의 지역구가 가지고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할 의원들이 당의 이익만을 앞세워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려고 국민들의 표심이 총선 때만 되면 크게 요동치고 있음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터인 데도 고개 숙인 벼의 모습은 오간데 없어 국민들에게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다. 정치권에 덜 익은 벼이삭 같은 사람들 때문에 또한 너무 익어 알곡이 떨어져야할 사람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진정한 강자나 실력자는 자기를 과시하지 않고 교만을 부리지 않는다. 상대방 말을 잘 들어주고 빙그레 웃고 만다. 그리고 여러 말 하지 않고 핵심만 지적한다. 실력 없는 사람이 거들먹거릴 때도 웃으며 고개만 끄덕일 뿐 비난도 하지 않는다. 환한 얼굴과 부드러운 모습만 보여 줄뿐이다. 잠언에 ‘교만에는 재난이 따르고 겸손에는 영광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겸손한 사람들은 따르는 사람이 많고 적이 없다. 그것은 ‘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참 매력’은 마음씨 즉 덕성에서 나온다. 이 덕성은 교만에 빠지지 않고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데서 자라나는 것이다. 익은 벼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사람들도 지식이나 인격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라고 하는 속담처럼 우리의 국회의원들도 당리당략보다는 민심을 챙기고 잘사는 부강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잘 익은 벼처럼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강춘식 서산인재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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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6
  • ‘충남의 인물’에 ‘서산의 인물’은 없다
    충청남도(도청) 홈페이지에 ‘충남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충신, 독립운동가, 청백리/학자, 효자/열녀, 예술인 등 5개 분야에 40명이 올라있다. 충신으로는 백제 때 계백, 고려 때 최영, 조선시대 김종서, 이순신장군, 성삼문 선생 등 여덟 분이다. 독립운동가로는 김좌진 장군,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 등 열 분, 청백리/학자로는 이색, 김장생, 윤증 선생이 있고, 효자/열녀 분야에는 아홉 분, 예술인으로는 장영실, 이지함 등 여섯 분이다.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쓴 서포 김만중 선생은 효자/열녀와 예술인 두 분야에 올라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서산 출신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과연 서산 출신 인물가운데 충남의 인물로 소개할 만 한 분은 없는지 또는 마땅히 선정해야할 분이 빠진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할 일이다. 먼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천문학자인 금헌(琴軒) 류방택(柳方澤) 선생을 들 수 있다. 선생은 천문역법과 천체운행 추산에 밝아 1395년(조선 태조4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제작하는데 대표적 인물이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가 새 왕조의 권위를 드러내고 왕조의 운명을 내다보기 위하여 천체 관측과 그 변화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천문도를 갖고자 하여 제작된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세계에 남아있는 고대 석각 천문도가운데서 두 번째로 오래되었고 그 가치와 중요성이 인정되어 1985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선생은 인지면 애정리에 소재한 송곡사에 배향되었고, 지금도 여러 형태로 추앙되고 있다. 송곡사 인근에 선생의 이름을 딴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을 세웠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발견한 소행성을 ‘류방택 별’로 헌정하여 하늘에 떠 있는 별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만원 권 뒷면에는 천문관측기인 혼천의(渾天儀)와 함께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들어가 있다.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우리 민족문화 100대 상징물로 선정하였다. 2014년 충남도에서 발행한 <충청남도 지적사(地籍史)>에도 ‘우리나라의 과학자 중에서 가장 훌륭한 천문학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6월, 천상열차분야지도 기념우표 7만 300장(낱장 49만 2100장)을 발행했으나 순식간에 품절되어 추가발행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류방택 선생은 충남을 뛰어넘는 과학자인 것이다. 조선 개국의 중심인물인 무학(無學, 舞鶴)대사도 꼽을 수 있다. 출생지에 관하여는 여러 지역에서 주장하고 있으나 설화의 대부분은 인지 애정리, 모월리, 부석 간월도라고 전해오고 있다. 또한 간월도는 무학대사가 수행 중 달을 보고 도를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학대사는 새 왕조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하고, 서울을 수도로 정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불교 중흥에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 태조 이성계가 임금이 될 점괘를 뽑았다는 일화를 비롯하여 조선왕조의 운명을 암시하는 등 지금까지도 많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태조 이성계에게 말했다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豚眼只有豚 佛眼只有佛).”는 고사는 요즘도 회자되고 있다.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그린 현동자 안견(安堅) 선생도 무겁게 보아야 한다. 선생의 출생지에 대하여도 이론이 있으나,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특히 <호산록(湖山錄)>의 기록으로 볼 때 서산 지곡이 가장 설득력을 갖는다. 몽유도원도는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 박팽년과 함께 도화원을 유람하고 그 내용을 안견에게 이야기하여 사흘 만에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도 그림이려니와 안평대군의 제서와 신숙주, 이개, 하연, 정인지, 김종서, 최항, 박팽년, 성삼문, 서거정 등 당대 내로라하는 20여 명 문사들의 찬문이 더해졌다는데 그 가치가 크다. 이밖에도 신라시대 부성 태수를 지낸 고운 최치원 선생, 금남군 정충신 장군 등 여러 인물을 꼽을 수 있겠다. 현재 충남도 홈페이지에 있는 충남의 인물가운데는 출생지가 충남이 아닌 분이 상당수 있음을 감안할 때 출생지를 두고 다소 이론이 있다하여 대상인물 선정기준의 제약 요건은 아니라고 본다. 서산의 인물을 현창하고 역사, 문화를 찾아 보존하는 것은 서산의 정체성을 찾고 시민들의 자부심을 북돋우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니 무엇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서산출신 또는 연고를 둔 큰 인물이 ‘충남의 인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그 가운데 하나다./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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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6
  • 지나간 역사 잊지 말아야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매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요, 소설가이신 「상록수」의 작가 심훈 선생이 지은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의 전문입니다. ‘그날’, 그토록 염원하던 ‘그날’이 과연 어떤 날일까요? 바로 조국 해방의 날이요. 광복일입니다. 그 얼마나 간절하고 비장한 소망이요, 바람이었던가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합니다. 아무리 아프고 쓰린 상처의 기억도 세월이 흐르면 잊혀가듯 그렇게 감격스러워했던 해방의 감격과 기쁨도 세월이 지나고 보니 점점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1945년 8월 15일. 그토록 바라던 이 나라가 해방된 지 벌써 77년이나 되었습니다. 당시 출생한 아이는 벌써 80이 가까워가는 나이가 되었고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열두어 살 먹은 소년은 이제 90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광복의 기쁨을 느꼈던 20세의 청년들은 100세가 되어 이미 많은 분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던 광복의 의미를 지금에 와서 되새겨 본들 당시만 하겠습니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나간 역사를 절대로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일제 36년간의 식민지 생활은 빛을 잃고 어둠 속에서 살던 암흑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빛을 다시 찾았다는 뜻에서 광복(光復)이라 했습니다. 해방의 ‘그날’은 말 그대로 빛을 회복한 날이었습니다. 그 빛을 얻기 위해 중국 상해에서 임시 정부를 설립하고 광복군을 조직하여 일제와 싸웠습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의사와 열사들이 광복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내던졌습니다. 나라 없는 백성은 뿌리 없는 풀과 같고 집 잃은 어린이와 같습니다. 세상에 나라를 잃고 망국 백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비참한 것인가를 일제 36년간을 통하여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비록 연합군의 승리로 얻는 해방이지만, 3.1운동 같은 독립운동으로 우리 선조들의 분명한 독립 의지가 있었기에 떳떳하게 광복을 맞을 수가 있었습니다. 1948년 8월 15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습니다. 8월 15일은 광복절인 동시에 건국절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대한민국은 기쁨도 잠시, 민족의 최대 비극 6.25 동족상잔을 맞아 남북이 분단된 채 74년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굽이굽이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진흙 속에 피어난 연꽃처럼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이란 찬란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누리호 발사로 우주 과학 기술 국가가 되었고,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라는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선박 건조량, 자동차 생산, 반도체 생산, 인터넷 정보화 지수 등 세계 10위 안에 드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음악, 영화, 게임 산업 등 문화 강국으로 위상을 뽐내고 있으며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 임윤찬 같은 피아니스트를 배출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번영은 보릿고개를 이긴 근면, 자립, 자조의 새마을 운동과 미래를 향한 비전을 품고 피와 땀과 열정을 모아서 이룩한 열매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이 기적의 역사를 하나님의 섭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지나간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론 분열과 부정부패,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런 나라는 망하고 맙니다. ‘수치의 역사를 잊으면 반드시 수치를 반복한다’라는 역사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는 훌륭한 교훈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이 주인이 되지 않으면 남이 자신의 운명을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지나간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하는 이유입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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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16
  • 타인의 말에 너무 민감하지 말라
    우리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세네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리스어 텍스트를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동물’을 ‘사회적 동물’로 전환 시킨(김홍중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말이지만, 어쨌든 인간을 표현한 말 가운데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듯합니다. 인간관계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며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면서도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며 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여 간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화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잠깐 코로나19가 주춤하는 사이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인파가 넘쳐납니다. 다시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 추세에 있는데도 선뜻 지난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인간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합니다.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건강 악화, 경제 상황의 곤란, 사회적 갈등 등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은 역시 관계 속에 소통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란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오히려 남의 눈치를 덜 보게 되어 편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기 의사에 반하여 행동하거나 꾸미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피에로는 겉으로 웃고 속으로 운다’는 속담처럼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강박관념에 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주목하여 보는 것 같고 모두 나에게 관심을 두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남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언젠가 시간에 쫓겨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신발을 벗고 앉아야 할 자리인지라 양말에 신경이 쓰여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전날에도 그 양말을 신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내가 의식하지 않았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라는 김재식 작가가 쓴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너무 오랫동안 상상하는 건 의미 없는 소모적인 일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쓸데없는 미련을 두는 것이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지만 지나간 자기 검열은 나를 힘들게 할 뿐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문제가 없었다면 그걸로 됐다. 지나간 일을 너무 곱씹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칭찬하는지 아니면 나를 비난하는지 관심을 갖습니다. 칭찬하면 기분이 좋고 비난을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은 누구든지 완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완전한 듯 타인의 잘못만을 지적하고 비난합니다. 그러기에 지나치게 타인의 평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한때는 남의 시선이나 평판을 두려워했습니다. 목사로 설교를 해야 하고, 작가로서 글을 쓰는 입장이고 보니 타인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타인의 평가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성경 전도서 (7장 21절, 22절)를 읽다가 자유를 얻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에 네 마음을 두지 말라 그리하면 네 종이 너를 저주하는 것을 듣지 아니하려니와 너도 가끔 사람을 저주하였다는 것을 네 마음도 알고 있느니라” 말씀을 보면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비난하고 비난당하는 건 사람들의 속성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비난하고 저주하는 사람을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마음에 두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종도 주인이 없는 곳에서는 주인의 흉도 볼 수 있다며 너 자신도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저주하지 않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얼마나 명쾌한 말씀인가요?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에게 좋은 평판을 받는 것은 물론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게 만족한 존재가 되는 것일 겁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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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 비방 목적의 판단기준과 증명책임은?
    [개요] 명예훼손에서 ‘비방의 목적’의 판단기준과 증명책임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도4171 판결) [사례] 피고인이 고등학교 동창인 피해자로부터 사기 범행을 당했던 사실에 관하여 같은 학교 동창들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서 ‘피해자가 내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방에서 몇 개월 살다가 나왔다.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 너희들도 조심해라.’라는 글을 올린 행위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 [대법원 판단]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 참조). ‘비방할 목적’은 드러낸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여기에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란 드러낸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그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무원 등 공인(公人)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 등 참조).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의 내용, 작성 경위와 동기 등 여러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글을 작성한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에서 정한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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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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