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2.08.16 18:30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가기천.jpg


충청남도(도청) 홈페이지에 충남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충신, 독립운동가, 청백리/학자, 효자/열녀, 예술인 등 5개 분야에 40명이 올라있다. 충신으로는 백제 때 계백, 고려 때 최영, 조선시대 김종서, 이순신장군, 성삼문 선생 등 여덟 분이다. 독립운동가로는 김좌진 장군,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 등 열 분, 청백리/학자로는 이색, 김장생, 윤증 선생이 있고, 효자/열녀 분야에는 아홉 분, 예술인으로는 장영실, 이지함 등 여섯 분이다.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쓴 서포 김만중 선생은 효자/열녀와 예술인 두 분야에 올라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서산 출신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과연 서산 출신 인물가운데 충남의 인물로 소개할 만 한 분은 없는지 또는 마땅히 선정해야할 분이 빠진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할 일이다.

먼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천문학자인 금헌(琴軒) 류방택(柳方澤) 선생을 들 수 있다. 선생은 천문역법과 천체운행 추산에 밝아 1395(조선 태조4)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제작하는데 대표적 인물이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가 새 왕조의 권위를 드러내고 왕조의 운명을 내다보기 위하여 천체 관측과 그 변화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천문도를 갖고자 하여 제작된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세계에 남아있는 고대 석각 천문도가운데서 두 번째로 오래되었고 그 가치와 중요성이 인정되어 1985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선생은 인지면 애정리에 소재한 송곡사에 배향되었고, 지금도 여러 형태로 추앙되고 있다. 송곡사 인근에 선생의 이름을 딴 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을 세웠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발견한 소행성을 류방택 별로 헌정하여 하늘에 떠 있는 별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만원 권 뒷면에는 천문관측기인 혼천의(渾天儀)와 함께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들어가 있다.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우리 민족문화 100대 상징물로 선정하였다. 2014년 충남도에서 발행한 <충청남도 지적사(地籍史)>에도 우리나라의 과학자 중에서 가장 훌륭한 천문학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6, 천상열차분야지도 기념우표 7300(낱장 492100)을 발행했으나 순식간에 품절되어 추가발행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류방택 선생은 충남을 뛰어넘는 과학자인 것이다.

조선 개국의 중심인물인 무학(無學, 舞鶴)대사도 꼽을 수 있다. 출생지에 관하여는 여러 지역에서 주장하고 있으나 설화의 대부분은 인지 애정리, 모월리, 부석 간월도라고 전해오고 있다. 또한 간월도는 무학대사가 수행 중 달을 보고 도를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학대사는 새 왕조를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하고, 서울을 수도로 정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불교 중흥에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 태조 이성계가 임금이 될 점괘를 뽑았다는 일화를 비롯하여 조선왕조의 운명을 암시하는 등 지금까지도 많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태조 이성계에게 말했다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豚眼只有豚 佛眼只有佛).”는 고사는 요즘도 회자되고 있다.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그린 현동자 안견(安堅) 선생도 무겁게 보아야 한다. 선생의 출생지에 대하여도 이론이 있으나,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특히 <호산록(湖山錄)>의 기록으로 볼 때 서산 지곡이 가장 설득력을 갖는다. 몽유도원도는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 박팽년과 함께 도화원을 유람하고 그 내용을 안견에게 이야기하여 사흘 만에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도 그림이려니와 안평대군의 제서와 신숙주, 이개, 하연, 정인지, 김종서, 최항, 박팽년, 성삼문, 서거정 등 당대 내로라하는 20여 명 문사들의 찬문이 더해졌다는데 그 가치가 크다.

이밖에도 신라시대 부성 태수를 지낸 고운 최치원 선생, 금남군 정충신 장군 등 여러 인물을 꼽을 수 있겠다. 현재 충남도 홈페이지에 있는 충남의 인물가운데는 출생지가 충남이 아닌 분이 상당수 있음을 감안할 때 출생지를 두고 다소 이론이 있다하여 대상인물 선정기준의 제약 요건은 아니라고 본다.

서산의 인물을 현창하고 역사, 문화를 찾아 보존하는 것은 서산의 정체성을 찾고 시민들의 자부심을 북돋우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니 무엇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서산출신 또는 연고를 둔 큰 인물이 충남의 인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그 가운데 하나다./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태그

전체댓글 0

  • 51797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충남의 인물’에 ‘서산의 인물’은 없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