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불행에 환호하는 공멸의 함성
의정단상

오늘날 대한민국은 역설적인 광경 속에 놓여 있다. 누군가의 불행, 나아가 국가 전체의 위기조차 타인의 행복으로 소비되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전직 권력자가 구속되며, 국가의 중심축이 흔들리는 마당에도 거리에선 환호성이 울린다. 우리는 언제부터 공통된 불행 속에서 서로 등을 돌리는 국민이 되었는가?
대한민국이 오늘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선조들의 피와 땀, 희생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전쟁의 참화, 산업화의 고통, 민주화를 위한 눈물. 그 모든 세월을 견디며, 우리는 "하나 된 국민"이라는 이름 아래 단결했고, 배달의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지녔다. IMF 외환위기 당시, 결혼반지를 비롯한 금붙이를 서슴없이 내놓으며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국민의 손길은 이 나라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뜨거운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공동체라 부르기 부끄러운 처지다. 정치권은 사사건건 대립하며 타협은 실종되었고, 대통령 탄핵은 이제 하나의 정치 이벤트가 된 듯하다. 국가 원수가 헌법기관으로서 기능하기도 전에 광장에서 심판당하고, 그 장면에 사람들은 전율하며 환호한다. 이것은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내란에 가까운 행태다.
세계의 사례를 보라. 베네수엘라는 정치적 욕심과 무책임한 선동의 결과로 자원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국민이 굶주리는 나라로 전락했다. 리비아는 카다피 축출 이후 수십 개의 무장 세력들이 권력 투쟁을 벌이며 국민들은 안전을 잃고 고향을 떠났다. 스리랑카는 포퓰리즘과 부패가 결합된 정치 운영의 결과로 국가 부도가 현실이 되었고, 대통령은 야밤에 도주했다.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 이후 아직까지 피 흘리는 내전과 민주주의의 붕괴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 모두 정치권이 국민 대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결과다. 지금 대한민국도 그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가?
한편, 오늘 우리는 참담한 불균형 속에서 살아간다. 수개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은 방탄조끼를 입고 경호를 받으며 법정을 오간다. 반면,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훔친 노숙인은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말이 이토록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또 있었던가?
우리는 이제 단일민족이라는 정체성도 잃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 명을 넘었고, 초등학생의 5%는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인구 구조는 변했지만, 이에 대한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새로운 국민과 함께 살아가야 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사회, 외국인 혐오와 이주민 차별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갈등을 조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며 ‘표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치적 대립은 이제 일상화되었고,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뉜 국민들은 상대의 고통을 자신의 승리로 인식한다. 나라가 잘 되는 것보다, 상대 진영이 무너지는 것을 더 큰 기쁨으로 여긴다. 국회의사당 안은 극한 대립으로 마비됐고, 광화문 앞 광장과 유튜브 속은 선동과 증오로 넘친다.
원로들과 석학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고령화, 저출산, 청년 실업, 지방 소멸, 외교 고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데, 정치권은 과거 청산과 내부 투쟁에만 혈안이다.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라는 오명 속에서도 ‘국민 삶’은 관심 밖이다. 그나마 남은 건 우리 아이들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공교육의 붕괴, 부모의 무관심, 사회의 불안정 속에 방치되고 있다.
이 모든 혼돈과 퇴행의 근본에는 형편없는 정치가 있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 사과하지 않는 권력,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이 나라를 쥐어흔들고 있다. 정책은 인기 영합적이고,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만 골몰한다. 그 와중에 헌법 정신과 국가 비전은 사라졌고, 국민의 목소리는 정치적 ‘콘텐츠’로 전락했다.
우리는 다시 묻고 싶다. 이 나라는 누구의 것인가?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이대로 가면 우리의 후손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
나라가 어려울 때, 우리는 금반지를 내놓았고, 배를 굶주려도 이웃과 나누었다. 그런 국민이 왜 지금은 서로를 미워하며, 상대의 몰락을 환호하고 있는가? 대체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제는 SNS라는 공간 속에서 증오가 빠르게 확산된다. 가짜뉴스는 진실보다 빠르게 퍼지고, 진실은 공격당한다. 건강한 토론은 사라지고, 편 가르기와 조리돌림만 남았다. 그 안에서 젊은 세대는 정치 혐오와 사회 냉소에 빠지고 있으며, 어른 세대는 과거의 기억만을 되새긴다. 세대 간, 지역 간, 이념 간 갈등이 교차하며, 대한민국 사회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국민 하나하나가 깨어나야 한다. 정치권을 감시하고,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지 않으며, 이 나라의 뿌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불행에 환호하는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우리의 후손에게 '끝난 것이 끝난 것이 아님'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역사의 종말이 아니라, 재탄생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오! 대한민국이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