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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아리 탑에서 배운 교훈
    지난해 12월,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절구 집 돌박사 김 선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비가 세워졌으니 와서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습니다. 해미면 오학리 향교 밑 바로 앞마당, 느티나무 아래 아담하고 깔끔한 돌에 필자의 졸작 ‘돌탑 쌓기’의 시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기왕 간 김에 안내해 주는 대로 이곳저곳을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미 기암괴석들을 보아온 터라 처음 보았을 때보다는 감동이 적었으나 오로지 일생을 돌과 함께한 그의 열정과 노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다니다가 문득 항아리끼리 포개어 쌓은 항아리 탑을 보았습니다. 항아리끼리 올려놓아 위태롭기 그지없는 항아리 탑. 어떻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견뎌내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렇게 위태롭게 올려놨는데 넘어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더니 “둥글기 때문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마치 번갯불이 머릿속을 관통하는 듯했습니다. 며칠 전 어느 성도의 말이 가슴에 박혀 욱신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구름에 가렸던 태양이 불쑥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항아리 탑에 얼마나 모진 비바람이 몰려왔을까요? 부딪고 흔들며 밀어댔을까요? 그래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항아리가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둥글어서 비껴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삽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상처를 받고 사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 필연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중에 말이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프다고 합니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모로코 속담도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5만 마디의 말을 하고 산다는데 어찌 말에 실수가 없겠습니까? 그러기에 야고보 사도는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라고 단정을 지었습니다. 그만큼 말은 상처라는 무기를 항상 품고 있습니다. ‘상처라는 풀은 친밀감이라는 밭에서 자란다’라는 말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상처에 노출되어있습니다. 상처를 받는 것은 다 외부에 있는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 안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에서는 자료만 제공할 뿐이지 정작 상처는 내 안에서 자랍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처의 크기와 길이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태풍이 몰려와도 받아주지 않고 비껴내는 항아리처럼 흘러버리면 상처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항아리 탑을 보다가 문득 제주도의 돌담이 생각났습니다. 제주도는 태풍의 길목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도 제주도의 돌담이 모진 태풍에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중간 중간에 뚫어 놓은 구멍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주쳐오는 태풍을 구멍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간은 항아리나 제주도의 돌담과는 전혀 다릅니다. 감정이 있고 느낌이 있는 생물입니다. 그러나 상처받지 않는 원리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 상하는 말이나 충고의 말은 대개 귀에 거슬립니다. 양약은 입에 쓰다고 했습니다. 충고의 말은 어느 것이든 감사하게 생각하여 나를 돌아보고 고쳐야 합니다. 외모를 고치려면 거울을 보아야 하듯 가까운 사람의 충고는 마음의 거울일 수 있습니다. 자존심 상하는 말엔 애초부터 항아리처럼 돌담의 구멍처럼 무시하고 흘려보내야 합니다. “내가 뭐 그렇게 잘났던가”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상처받을 일도 없습니다. 다 저 잘난 맛에 삽니다. 그는 벌써 잊었을 말을 나 혼자 끌어안고 마음 상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요? 상처를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처를 주지 않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살다 보면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줍니다. 다만, 그걸 인식하지 않고 살아갈 뿐입니다.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언어의 주택 속에서 인간은 산다”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바르고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감정에 동요되어 의도되지 않은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실수했을 때 지체 말고 바로 사과하는 것도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비판적인 말을 삼가야 합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항아리 탑을 보며 상처받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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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2
  • 명예훼손죄에 관한 위법성조각사유의 해석
    [개요] 명예훼손죄에 관한 위법성조각사유의 해석에 대한 사건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사안] 국립대학교 총학생회장인 피고인이 농활 답사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한 학생회 임원진의 음주운전 및 묵인 관행에 대해 글을 써 페이스북 등에 게시함으로써 음주운전자로 특정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안. [대법원 판단] 형법 제310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등 참조).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니고,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하거나 획득할 수 있는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ㆍ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건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중요한 부분이 ‘진실한 사실’에 해당하고 주된 의도·목적의 측면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로, 유죄라고 본 원심의 판단에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 (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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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2
  • 서산타임즈와 고향사랑기부제 캠페인
    서산타임즈가 출향인 단체와 함께 ‘고향사랑 기부제’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전국적으로 자치단체나 기초의회 차원에서 이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것을 비해 지역신문에서 자치단체보다 더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해 독자로서 의아할 뿐이었다. 출향인사들의 기부 소식도 지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가 뭐길래 서산타임즈가 이렇게 나서는 것일까? 이유는 서산타임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20년 남짓 지난 2022년 6월에는 인구소멸 지역이 115곳이 된다고 한다. 전국 228개 자치단체가 25년 뒤면 소멸 위험지역에 진입할 것이란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인구감소라는 말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엄청난 과제인데 이제는 인구소멸, 지방소멸이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현실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의 감소가 그 지역의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보다 나은 삶을 원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보다 편리한 지역으로의 이동을 촉진하게 된다. 소위 거대도시는 과밀화가 되어가고 어느 지역은 소멸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의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서산의 이웃인 태안군에서는 현재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없다. 대부분 분만 전 진찰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태안지역 임산부는 서산이나 천안, 대전 등지로 나가서 원정 출산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다. 아기의 탄생부터 엄청난 불편함과 불안함이 시작된 것이다. 육아, 교육, 안전, 문화 등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불편함을 감내하고 지역 구성원으로 삶을 살아가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인구감소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굵직한 대책들이 만들어지고 실행되고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효과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구성원이 살고 싶은 곳을 인위적인 정책만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노후를 조금씩은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바쁜 삶을 위로하기도 할 것이다. 때론 누군가는 여행을 다니며 자신에게 추억이 되었던 곳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 2막을 부모님이 정착한 곳에서 함께 지내는 것을 계획할 수도 있다. 올해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본인이 거주하는 곳 외의 희망하는 ‘고향’ 지자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기부액 1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 10만원 초과분은 16.5%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기부금액의 30%를 지역특산품이나 지역상품권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이 기부금을 활용하여 그 지역의 주민 복리 증진과 지역 활성화에 활용하게 된다. 시행 초기에는 자신의 고향에 기부하고 지역 특산품도 받을 수 있는 1석 2조의 혜택과 함께 다양한 금융상품과의 연계로 많은 사람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의 고향에 기부하고 그 지역에서 생산된 답례품도 받으니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 작은 기부의 시작이 우리 인생의 일부를 보내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어져야 한다. 서산타임즈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꼭 내가 태어난 고향의 의미가 아닌 내가 살아보고 싶은 곳, 내가 살고 싶은 곳, 내가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 등에 대한 기대가 전 국민의 마음에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이렇게 모인 힘들이 나의 꿈의 마을이 실제로 조금씩 변해간다면 20년 후에는 서산타임즈에 ‘살기 좋은 힐링 마을’, ‘지방의 부활’이라는 기사가 ‘고향사랑기부제’라는 프로젝트의 결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이수영(서산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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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4
  • 예술에 대한 지원은 투자다
    이제는 한국의 음식도 세계화가 되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남부 해안 관광 휴양 도시 니스에 초대형 할인(割引)마트 까르푸 안에 한국어 간판을 건 매장이 등장했다고 한다. K-푸드의 열풍이 세계 곳곳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까르푸 매장에 딸과 함께 온 어느 주부는 “넷플리스에서 본 한국 음식을 실제 먹어 볼 수 있어 설렌다”라는 인터뷰기사를 보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짜빠구리’ 열풍으로 라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라면 수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5% 늘어난 7억 6,543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경제는 문화를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음식뿐만 아니라 k-콘텐츠가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분야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뛰어넘으리만큼 크다. BTS를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라고 한다.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1억 4천만 명 이상이 시청하여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로 K-문화를 드높였다. 이처럼 한류가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월에 발표된 자료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총 7,730만 명으로 무려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인구가 세계에서 14위라는 의미다. 해외 초중고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는 수는 매년 증가하여 2021년에는 43개국 1,800개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커리큘럼에 포함했고 2022년에는 45개국 2,000개교의 커리큘럼에 한국어 수업이 속하게 되었다고 한다(사이버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 학부 공식블로그에서 인용). 이런 결과는 문화 예술의 발전이 경제 발전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 제고 및 기업 이미지의 향상 등 간접적인 효과도 크다 하겠다. 그러나 이런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피와 땀과 눈물과 더불어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진 결과다. 한 사람의 예술인을 길러내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그걸 개인이 담당하기엔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기업이나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술인에 대한 지원사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예술인의 지위 향상을 위해 예술인 등록제도를 만들어 신분을 보장해주고 각종 혜택을 주어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같은 것(예술인 실업급여 형태)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문화재단을 통해서도 예술인 지원사업을 매년 활발히 전개되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예술인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몇몇 소수의 전문 예술인들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지만, 많은 예술인은 경제적 곤란을 겪으면서도 예술인의 길을 가고 있다. 문인의 일은 글을 쓰고, 쓴 글을 책으로 엮는 일이다. 모든 예술이 다 그렇겠지만 한편의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글을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죽하면 아이를 낳는 고통에 비교하겠는가? 그렇게 힘든 작업 끝에 나온 작품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출판 비용의 일부라도 도움을 받게 된다면 그런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서산시가 도내 최초로 전문 예술인을 대상으로 창작수당을 지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의 직업적 지위와 창작활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조례로 정해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투자는 사회를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다 줄인다고 할 때 더 늘려야 할 곳이 문화 예산이다. 예술을 위해 예산을 쓰는 건 있으면 주고 없으면 못 주는 보조금이 아니다. 소비가 아니고 투자다.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투자다. 2023년의 서산시는 문화도시로서의 원년이 되리라고 한다. 문화의 수준은 선진 국민 삶의 척도이다. 문화는 행복을 나눠주는 힘이다. 행복한 예술인, 행복한 서산시민이 되기를 소망한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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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4
  • 절도죄와 사기죄의 구분
    [요지] 절도죄와 사기죄의 구별이 문제된 사건.(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도12494 판결) [개요] 매장 주인이 매장에 유실된 손님(피해자)의 반지갑을 습득한 후 다른 손님인 피고인에게 “이 지갑이 선생님 지갑이 맞느냐?”라고 묻자, 피고인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허위로 “내 것이 맞다”라고 대답한 후 이를 교부받아 가져갔는 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를 절도로 볼지 아니면 사기로 볼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결]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2963 판결 등 참조). 이에 반해 기망의 방법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절도죄가 아니라 사기죄가 성립한다.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떠한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산적 이득을 얻을 것을 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도2180 판결,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도157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매장 주인이 반지갑을 습득하여 이를 피해자를 위해 처분할 수 있는 권능 내지 지위를 취득하였고, 이러한 권능 내지 지위에 기초하여 반지갑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피고인에게 반지갑을 교부한 것은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 피고인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원심판결을 수긍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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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4
  • 공부하는 공무원
    “경전 잘 외우고, 시문 하나 잘 써서 등과만 하면 평생 벼슬아치로 지내는 과거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선의 역사를 연구한 어느 외국인 학자가 쓴 글이다. 수 백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어 온 농경사회에서 조차 ‘한 번의 급제’로 평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외국인의 눈에 이상하게 비쳤던 것이다. 하물며 지금은 어떤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낡은 지식과 묵은 경험으로 공직을 유지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한 문제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결정되는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받고나서 큰 잘못이 없다면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공무원 세계가 과연 적정할까 의문이다. 갖가지 교육, 연수제도가 있지만 스스로 하는 공부와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계완 충남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주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정지는 곧 후퇴’라며 공부”를 강조했다. 상급자의 가장 큰 책무는 하급자에 대한 ‘교육’이라고도 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한 직장교육에는 앞장서서 참여하고 경청했다. 손수익 지사는 공무원의 폭넓은 지식을 주문했다. 양식(洋食), 와인(wine), 예술에 관한 지식, 심지어 독도법(讀圖法)까지 익히라고 했다. 당시로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도 눈뜨게 한’ 선진리더 였다. 필자가 도청에서 공무원 능력향상 업무를 담당할 때였다. 이때 젊은 과장 급 공무원 대학원 연수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내무부의 승인을 얻어야 했는데 지방에서는 처음 하려는 일이라 그런지 의문시 하는 것을 힘겹게 설득하여 받아냈다. 5명을 대학원에 위탁교육하고 등록금을 지원했다. 이들은 주경야독으로 공부하여 도정에 변화를 이끌었다. 모두 군수, 국장으로 승진했다. 그 후 필자는 자치행정과장이 되어 비슷한 일을 다시 추진했다. 공무원 45명을 선발하여 대학원에 석·박사 과정에 위탁교육하고 등록금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당사자들은 등록금 지원보다도 떳떳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고 했다. 공무원이 소양을 높이고 지식을 쌓으며 측정하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 그 가운데 ‘공무원 소양고사’가 있다. 도와 시군에서 선발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실무에 관한 객관식, 주관식 문제로 성적을 매겨 개인상과 단체상을 주는 것이다. 시·도 단위 고사와 중앙고사가 있다. 도에서 실무자 시절 이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뒷받침하여 충남도가 전국 단체 1위, 개인 2,3위를 차지했다. 이후 자치행정과장으로 재직 시 충남이 다시 전국 2위, 다음해 1위를 차지했다. 서산시 부시장 재직 당시 오은정 주무관을 비롯한 6명(안민수, 김동구, 김명기, 오세중, 이고은)이 도 소양고사에서 단체 1위와 개인 1위를 차지했다. 유병욱 팀장 등이 나간 정보화경진대회에서도 우승했고 공무원 영어연설대회에서도 1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2007년 충남도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3개 대회를 석권함으로써 서산시공무원의 실력을 드날렸다. 이로써 일부에서 ‘시 공무원의 자질이 어떻다’고 운운하는 말을 잠재웠다. 한 젊은 공무원이 석사과정을 마쳤다기에 박사과정까지 해보라고 하니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고 했다. 석사를 하는데도 상사와 주위의 눈총이 따가웠다는 것이었다. 상사가 현재의 수준으로 붙들어 놓으려는 것은 아닌지, 권위를 지키려는 방식으로 여기는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장래를 위하여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계속하라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성원과 격려는 못해줄 지라도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보였다는 상사의 태도가 아쉬웠다. 이완섭 시장은 ‘클레오파트라’ 행정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클’은 clean(투명하고 열린 행정), ‘레’는 lay-out(큰 틀과 비전), ‘오’는 5S5품 행정, ‘파’는 파트너 십, ‘트’는 training과 try를, ‘라’는 라인업을 의미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트’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역량을 높이고 도전하는 행정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공부를 강조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공무원이 시대에 뒤치지 않고 앞서가자면 꾸준한 자기연마와 실력향상을 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조직과 지역 그리고 미래를 위하여 필요한 일이다. 한 때의 공부,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을 ‘우려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알아야 할 수 있고 배워야 잘할 수 있다. 비록 공무원 사회는 덜하다고는 하지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점점 엷어지고 있다. 하니 불투명한 미래, 퇴직 후 긴 시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적잖은 공무원들이 석·박사 학위를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다. 퇴직 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꾸준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결과다. 서산은 대학이 가까이에 있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가질 수 있다.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더욱이 주저앉혀서는 안 될 일이다./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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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7
  • 봄을 기다리며
    계절도 오기가 있나 봅니다. 대한이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던 소한 때도 그렇게 춥지 않아 겨울답지 않다고 했습니다. 문고리를 잡았다가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었다는 옛날이야기를 하며 지구온난화 걱정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구정이 지나고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한파는 물러갈 줄 모르고 연일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하 15도 안팎의 추위는 근래 경험하지 못한 추위였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물컹하다고 얕보는 게 괘씸해서 겨울이 본때를 보여주려는 듯도 합니다. 오늘도 예배 인도를 위해 주간 보호센터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추위를 느껴 다시 들어와 외투를 걸쳤습니다. 바깥 온도는 영하 4도나 되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도대체 겨울은 언제쯤 끝나려나 해서 달력을 보았더니 바로 이틀 후인 2월 4일이 입춘 날이었습니다. 지난달 가스 요금 통지서를 받아 본 일반 서민은 누구나 깜짝 놀랐을 겁니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물가에 전기료, 택시 요금의 인상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를 멈추게 하는 건 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봄이 더 기다려집니다. 봄을 기다리는 건 인간만이 아닙니다. 꽃과 풀과 나무들이 사람들보다 더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죽은 듯 땅속에서 자고 있을 씨앗들, 줄기까지 말라버리고 겨우 뿌리만 살아 생명을 이어가는 풀, 이파리 다 떠나보내고 찬바람에 앙상한 가지만 흔들고 있는 나무들은 얼마나 봄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달력을 보고 입춘을 알았지만, 어쩌면 지금쯤 풀과 나무는 머지않아 봄이 오리라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저들은 인간보다 먼저 봄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 꼬리를 내리기가 무섭게 꽃과 잎을 피웁니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땅속에서 웅크리고 앉았다가 봄소식이 들리면 총알처럼 튀어나가 한꺼번에 핍니다. 하도 급변하는 세상이 되어서인지 꽃들도 피는 시기를 무시하고 핍니다. 복수초, 개나리, 수선화, 튤립, 앵초, 꽃마리, 민들레, 벚꽃, 목련, 진달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꽃들이 순서 없이 핍니다. 봄이 되면 세상은 꽃 천지요 꽃 대궐이 됩니다. 봄은 부활이요 생명입니다. 봄은 꿈이요 희망입니다. 청춘(靑春)은 푸른 봄이 아니든가요? 그래서 우보 민태원 선생님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풀밭에 속 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고 아름다운가를 물으셨습니다. 지구상에는 일 년 내내 꽁꽁 언 땅도 있고 여름만 있는 땅도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무엇보다도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이 땅에 산다는 것이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울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가정도, 기업도, 국가도, 겨울은 있습니다. 연일 신문에는 어두운 경제 지표를 내놓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란 말도 나옵니다. 경제 성장 전망도 어둡습니다. 그러나 잿더미 속에서, 전쟁의 참화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춥고 어두운 겨울일지라도 반드시 봄은 옵니다. 빼앗긴 땅에도 봄은 왔습니다. 고난은 또 다른 축복이란 말이 있습니다. 봄이 되면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꽃들도 겨울의 혹독한 시련이 있었기에 더욱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고 나무들도 나뭇잎을 떨어내고 알몸으로 견뎠기에 파란 새잎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빈약한 자기자본비율로 인해 휘청거리던 기업이 IMF로 인해 더욱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게 되고 사드 배치로 ‘한류는 끝났다’라고 탄식했던 시절 한한령(한류 금지령) 이후에 중국의 의존도를 끊고 시장 다변화로 오히려 체질 개선으로 글로벌 콘텐츠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틀림없이 이번에도 시련을 이겨내어 더 단단하고 튼튼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새봄이 되면 재활치료를 받는 L 장로님, P 집사님도 벌떡 일어나 걷기도 하며 뛰기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한파가 끝나면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성큼 와 있을 것입니다. 봄 아가씨를 두 손 맞잡고 기다립니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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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7
  • 정말 무서운(?) 운영위원들
    서산타임즈에는 시민들로 구성된 2개 단체가 있다. 운영위원회와 지역기자회다. 현재 운영위원회는 20명이, 지역기자회는 9명이 활동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의 사전적 의미는 ‘조직이나 기구 등에서, 운용과 경영의 실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만든 합의제 기관(合議制機關)’이다. 그러나 서산타임즈 운영위원과 지역기자는 언론사의 특징을 살려 ‘옴부즈맨(ombudsman)’역할까지 하고 있다. 옴부즈맨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의 권리 옹호자 또는 민원 도우미다. 언론계에서는 독자위원, 독자권익위원이라 칭한다. 이를 더 확대하면 ‘독자의 대표’라고도 일컬어진다. 언론의 공정성, 객관성이 중요해지는 요즘 언론 구성원과 독자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옴부즈맨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서산타임즈 운영위원회 제6대 회장 이임식과 제7대 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이·취임식은 본사 구성원들만 참석했지만 평소 지역 언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수의 부의장과 김용경 의회 운영위원장, 안원기 산업건설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 의원들은 운영위원들을 향해 “서산타임즈 발전을 위해 운영위원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언론이 지역의 중요한 한 축이니 지역과 함께 조화롭게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지향점을 잘 세워달라”는 뼈 있는 의견을 직접적으로 제시했다. 이·취임식을 마친 후 이어진 저녁식사 자리. 이 자리에서 운영위원들은 서산타임즈가 개선해야 할 점이나 잘한 점 등 위원들의 송곳 질문에 신문사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본지의 속살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언론에 대한 위원들의 돋보이는 식견이 놀라웠다. 서산지역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운영위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더욱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간지와 전문지, 주간지 등을 두루 섭렵한 필자로서 나름 언론에 대한 이해도, 독자들의 권익 침해나 이익을 가슴속에 오롯이 품고 생활하고 있다. 물론 불편부당, 정론직필이라는 저널리즘의 본령은 최우선 가치다. 여기에는 ‘사회적 공기’로서의 공적 기능과 사기업이라는 사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애로사항이 있지만, 여태까지 변함없이 무탈하게 버텨왔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정신세계를 교감할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하는 언론사의 조타수로서 ‘불변의 고객’인 독자를 위해 “단 한 명의 독자가 있더라도 나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는 어느 노 언론인의 철언을 차근차근 실천해 옮길 것이라는 다짐은 요즘 들어 더욱 도타워지고 있다.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 현실과 타협하거나 안주하게 되는데, “뼛속까지 언론인 DNA가 새겨진 못 말리는 이놈의 체질이라곤.”이라며 살짝 자괴감이 들곤 한다. 똑똑한 독자들이 언론과 언론인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체급을 저울질하거나 그들의 머릿속에 이미 언론에 대한 견적서가 작성된 게 현실이다. 독자들의 대표인 운영위원회와 지역기자회는 매너리즘에 빠져 나태해지려는 유혹을 물리쳐주는 매서운 조언자이자, 신문의 질을 높여주는 훌륭한 협력자다. “주위에서 들려주는 저희에 대한 날카로운 비난, 비판을 가감 없이 전해 달라”는 게 필자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자리에서 한 운영위원이 던진 메시지는 아직도 귓전에 어른거리면서 나의 방향타가 되고 있다. “신문 기자는 평범하면 안 되죠. 기자다운 맛이 있어야 하죠. 소금과 같은 역할 말이죠. 짠맛이지만, 때론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의 훌륭한 재료, 때론 이 사회의 부패를 막아야 하는 방부제 역할을 하는 그런 거죠” 잠시나마 자만해 있던 나를 채찍질을 하는 그런 발언이었다. 「파이 이야기」로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 부커상에 빛나는 캐나다 출신의 작가 얀 마텔(Yann Martel)은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라고 말했다. 이 말 가운데 ‘소설’과 ‘작품’을 ‘신문’으로, ‘작가’를 ‘기자’로 달리 표현하면 신문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해질 것이다. 독자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 살아 꿈틀대는 신문, ‘미지의 독자’를 향한 우리의 황소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운영위원 그리고 지역기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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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1
  •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었습니다
    얼마 전 김형석 교수님의 신년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104세가 되셔도 글을 쓰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마음과 정신이 건강하면 늙은 신체도 끌고 갈 수 있다’였습니다. 김 교수님의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정서적으로 늙지 않는다’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사실 글을 쓰면서 더구나 목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애로는 자꾸 잠정이 메말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모든 일이 시들해지고 호기심도 줄어들고 감동도 적어집니다. 가뭄 끝의 저수지 바닥같이 쩍쩍 갈라지는 메마른 감성으로는 좋은 글도 좋은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책장 속에 묶어 두었던 사랑 시 뭉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도 젊었다고 했던 시절, 처음 문학에 입문했던 시절에 쓴 사랑 시였습니다. 오랜만에 읽어보니, 내가 쓴 글 같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감정과 감성이었습니다.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시도, 어느 글도 고통 없이 쓴 글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 산고를 겪고 태어난 글입니다. 갑자기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발간 비용이었습니다. 문득 노인 일자리 생각이 났습니다. 시간을 쪼개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무턱대고 동사무소에 가서 문의했더니 이미 지난해 신청이 마감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서 대한노인회 서산시지회를 찾아갔더니 역시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조금만 생각했어도 하지 않아도 될 헛수고였습니다. 이상한 건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꾸만 내가 만났던 두 사람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결코 동사무소 직원의 태도는 불친절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감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인회 사무실 직원에게는 고맙고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직원은 마치 자기 일처럼 안타까운 듯 일일이 설명하면서 대기자가 많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연락처를 남기고 가라 했습니다. 두 곳 모두 결과는 같았지만 느낌은 달랐습니다. 한 곳은 단절이었지만, 한 곳은 1%일지라도 희망의 문을 열어 놓은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아내가 TV에 빠져있는 걸 보았습니다. 잠시 멈춰 그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앞뒤 맥락은 잘 모르겠으나 병원에서의 경험담 같은 걸 말하는 듯했습니다. 차인표 배우가 어느 병원에 문병 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병실에 함께 입원한 젊은 환자가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체구도 컸을 뿐만 아니라 벽을 치면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소동 소리를 듣고 달려온 병원 관계자들은 왔다가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 엉거주춤 서 있고 젊은 간호사들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60여 세나 되어 보이는 간호사 한 분이 들어와 환자 곁에 가더니 어깨를 감싸며 조용하게 뭐라고 속삭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젊은 환자는 나이 많은 간호사를 붙들고 순한 양처럼 흐느껴 울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후에 그 환자는 순순히 그 간호사를 따라 나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다른 배우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힘이 아니라 마음이네요.”라고 한 말이 화살처럼 가슴에 파고 들었습니다. 카네기의 인간관계 30가지 원칙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비결은 이 세상에 오직 한 가지. 그건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치장을 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잘살아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보릿고개를 넘어서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고. IMF 시절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때 결혼반지는 물론 아기 돌 반지까지 모아 나라의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요즘 정치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가 되게 하는 감동의 정치가를 우리는 원합니다. “나는 탄약이 필요하지, 탈출할 교통편이 아니다”라며 결사행쟁의 모습을 보여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은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한마디의 말이, 한 줄의 문장이, 작은 몸짓 하나가 얼마든지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할 수 있음도 알았습니다. 일자리를 찾겠다고 나섰던 길이 결코 헛수고를 한 건 아니었습니다./시인, 소설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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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3-01-31
  •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겨울철이 되면서 배뇨증상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60대 이상의 남성 중 60% 이상이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소변을 보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최근 전립선암의 발생 빈도 또한 높아지고 있어 전립선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비례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해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유독 전립선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많았는데, 그것이 SNS의 발달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따라서 전립선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첫째,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전립선암과 전립선비대증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자연적으로 전립선이 커지면서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불편함이 동반되는 질환입니다. 반면 전립선암은 전립선 크기와 상관관계가 없으며, 대부분의 초기 전립선암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뇨의학과에서는 50세 이상 남성에게 전립선암에 대한 정기 검진을 적극 권유하고 있습니다. 둘째, 빈번한 성관계나 자위행위가 전립선비대증을 유발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해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히려 주기적인 사정이 전립선 건강에 좋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셋째, 자전거, 웨이트 트레이닝 등 회음부가 압박되는 운동이 전립선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회음부에 위치한 요도 및 그 주변부가 압박되면서 다양한 배뇨증상이 유발되는 것으로, 전립선 자체와는 큰 연관성이 없습니다. 간혹 전립선에 통증이 있다며 하복부나 회음부를 지칭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 전립선은 외부에서 만져지기 어려운 곳에 있으며, 해당 증상은 전립선 주변의 방광 및 요도에서의 불편으로 생각됩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대부분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꾸준히 투약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적 치료는 언제나 치료에 있어 한 축을 차지하게 됩니다. 현재 전립선비대증 수술의 표준 요법으로는 ‘경요도적 전립선 절제술’과 ‘홀렙수술’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수술적 치료 방법이 존재하나 현재까진 장단기적으로 위의 두 수술을 능가하는 효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립선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보다 덜 침습적인 수술 방법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 경과에 따라 배뇨 개선 효과가 없거나, 요실금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합병증은 최근 수술 기구, 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 빈도가 매우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대부분의 중년 남성에게 찾아오는 흔한 질환이지만, 전립선의 형태와 크기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주변 지인이 받았던 약물 치료,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었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에게도 맞는 치료인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배뇨증상에 불편함이 있다면 가까운 비뇨의학과에서 진단을 받고, 본인에게 맞는 치료를 적절하게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약물과 수술 기술의 발달로, 적절하게 치료만 받는다면 상당한 개선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 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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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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