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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09.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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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법원이 우리 농산물을 사용토록 한 '학교급식조례'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학교급식시 우리 농산물 사용을 강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학교급식 조례가 무효라는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GATT는 외국산이 국내산에 대해 부여하고 있는 것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 조례는 학교급식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등을 우선 사용토록 하고 있어 GATT규정에 위배 된다"고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또한 판결 이유인 "외국산 농산물이 국내산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 는 논리는 실망을 넘어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판결이유를 요약해 보면 '힘의논리' 로 대변되는 농산물관련 '국제정세' 만을 반영하고 있을뿐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배려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함축해 본다면 공정한 룰(RULE)을 지키라는 것이다. 국산농산물에 제도적 특혜를 주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것을 자세히 뒤집어 보면 전혀 공정하지 못하다. 애초부터 외국산 농산물과 국산농산물은 시장에서 경쟁할 상대가 아니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헤비급 선수와 라이트급 선수를 링위에 올려 놓고 공정하게 싸우라는 주문과 다를게 없다.

국가간에 체결한 WTO협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 앞서 우리 농민들, 우리국민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협정문을 해석해 보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예외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법원이 근거로 삼았던 WTO협정상에도 일반적 예외조항이 있다. "인간과 동식물에 대한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될 경우 내국민 대우원칙이 우선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나는 대법원이 이 조항을 몰랐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더욱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필자는 이번 판결이 단순히 '학교급식'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 몰락의 초입에 서있는 한국농업의 마지막 희망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더 나아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식량주권'을 확실하게 포기한다는 판결이었다. 또한 이것은 농업경쟁력 확보와 국민건강, 그리고 살아있는 생태환경을 위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친환경 유기농업의 싹을 잘라버리는 잔인한 판결이다. 수입되는 쌀이나 밀같은 곡물이 우리 국민들에게 미치는 건강상의 해악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수출국의 항구에서 배에 실리는 곡물은 엄청난량의 살충제와 성장억제제 같은 유해 화학물질로 뒤범벅이 된다. 운반도중 그리고 유통중에 싹이트거나 썩는것을 막기위한 것이다. 그 때문에 수입밀가루로 만든 빵은 열흘이 넘어도 절대 상하지 않는다. 이것을 우리 국민들이 먹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같은 곡물수출 국가들은 자신들이 먹지 못하는 곡물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것이 WTO협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이상하게도 그들의 손을 들어 줬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화학약품이 뒤범벅된 '학교급식'에 건강을 희생당할 위기에 놓였다. 핸드폰, 자동차 수백 수천만대 팔아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바꿀수는 없다.

필자는 국수주의자(國粹主義者)는 아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에게 국수주의를 요구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르다. 그들은 이번 판결은 미래가 걸린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한 대법관들 역시 농민의 자식들이다. 그들이 오늘 어떻게 그자리에 서있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들이 혼자 잘나서 그자리에 서있는 것이 아니다. 배고프던 시절 자신들의 부모인 농민이 땀흘려 얻은 '쌀'을 통해 그자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는 그들에게 화학약품이 뒤범벅된 곡식을 먹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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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대법원 판결||서산시의회 신응식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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