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의 농촌들녁에는 가을걷이를 축하하는 풍년가가 널리 퍼지고 있다. 이는 계절의 절반을 혼신의 노력을 다해 농심을 쏟아 부은 농민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넉넉한 벼 수확을 안겨주신 하느님과 조상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때면 어련히 나올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한 덕담이 있기는 커녕, 농민들의 불안이 담긴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정부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쌀을 사 주던 추곡수매제가 외국의 시장개방 압력에 따라 폐지된 데다 쌀값하락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추곡수매제가 없어지고 식량안보목적의 공공비축제가 처음 도입되면서 수확기 쌀 홍수출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산지 쌀값은 이미 전년대비 10%이상 떨어져 있으며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으로 농민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3천400만석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국민 1인당 1년 동안의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들어 1997년 연 102kg에 달하던 것이 금년에는 81kg으로 예상되어 10여년동안 20%이상이 감소되었다.
그리하여 해마다 쌀 재고가 쌓여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아졌다. 이렇게 쌀 소비량이 급감하는데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산 찐쌀이 이미 김밥집, 분식점 등에 반값으로 팔리면서 쌀 가격 하락을 부추이고 있어 쌀값이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파동이 일과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쌀시장 개방 확대와 아울러 수입쌀의 시중유통이 현실화 될 경우 농업인의 불안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우리 농업의 근간인 쌀 산업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쌀값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팔 곳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과제이다.
서산지역에 배정된 공공비축 매입량도 지난해에 비해 20%이상이 줄었다. 서산 농민들이 이러한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지금, 서산에서 생산된 쌀을 우리가 흔쾌히 구입하여 먹는 것은 어떨까?
서산이 아무리 산업화, 도시화가 되어도 15만 인구가 소비할 기본적인 쌀이 필요할 것이다.
서산에서 생산되는 쌀의 양이 적더라도 이른바 일본의 地山地消(자기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자기지역에서 소비해야 된다는 우리나라의 身土不二개념과 비슷함) 정신으로 함께 동참한다면 서산농민의 어려움은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쌀은 단순히 먹을거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식문화, 생명산업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요즘의 화두인 어메니티 이른바 웰빙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전담할 미래산업이다. 농업의 선진화가 없는 선진국은 사상누각임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서산의 기업체, 단체, 기관에서의 '서산 쌀 사먹기'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