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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렴은 사소한 작은 것부터 시작
    필자가 서산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으로 발령받아 근무한 지 어느덧 3개월째 접어들었다. 경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종종 언론에서 나오는 비위 사건(성 비위, 음주운전, 갑질 등)으로 인해 우리 조직 전체가 국민에게 안 좋은 시각으로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술을 마시고 핸들을 잡는 행위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행위로 엄격한 처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음주운전은 사회적으로 규탄을 많이 받는 위법행위인데 더군다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있는 경찰관의 음주운전은 많은 사람에게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관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것, 범죄와 비리를 저지르지 않을 것,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 등 흔히 말하는 나쁜 행동들을 경찰관은 당연히 하지 않을 것을 강하게 요구된다. 이처럼 경찰에 대한 국민의 청렴 기대 수준을 체감하고 있기에, 경찰관의 청렴문화 확산과 의무위반 사고 예방을 위해 평상시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국민에게 모범이 되고 청렴한 경찰상 정립을 위해 자체 숙취운전 자가(self)점검 등으로 출근길 음주(숙취)운전 예방 및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의무위반 예방 교육, 청렴 선도그룹(솔향기) 간담회 등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여 의무위반 예방 활동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청렴 의식을 일깨우고 서로 존중하는 직장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와 함께 ‘술 약속 있는 날엔 NO-CAR 캠페인’, ‘건강한 경찰 의식 확립을 위한 관서장 주관 교육실시’ 등 다양한 시책을 시행하여 의무위반 없는 공정한 경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찰의 청렴문화 조성 노력이 퇴색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찰관의 의무위반 사고(음주운전, 성 비의, 갑질 등)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렴의 실천은 사소한 작은 것부터 시작되며, 공직자로서의 희생이 아니라 당연한 책임임을 깊이 통감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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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2025-06-04
  • 먹다
    ‘맛집’이라는 곳을 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건 메뉴야 어떻든 누구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맛집의 성찬이라 할지라도 불편한 사람과 먹으면 도무지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에선 무얼 먹어도 맛있습니다. 엊그제 S 일행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가 그랬습니다. S와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특히 같은 취미로 활동한 후부터 더욱 가까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식사하는 내내 즐거운 대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문득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정을 먹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끼리 만나 음식을 먹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말 중에는‘먹다’라는 말처럼 널리 쓰이는 말도 없을 듯합니다. 먹는 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뿐이 아닙니다. 나이도 먹는다고 합니다. 음식은 먹으면 건강해지는데 나이는 먹을수록 늙어집니다. 거절도, 피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먹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는 게 나이입니다. 마음도 먹습니다. 어쩌면 먹는 것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바로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집니다. 우리 인생이 달라집니다. 욕도 먹습니다. 밥은 배라도 부르지,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 밥맛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욕을 많이 먹으면 명이 길어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명이 길어진다고 해도 욕을 먹고 살고 싶지 않아 조심조심 살얼음판 위를 걷듯 합니다. 늙으면 귀를 먹습니다. 나이가 들어 이것저것 간섭하지 말고, 세상사 초연하라는 뜻입니다. 피해야 할 것은 귀먹은 욕을 먹는 일입니다. 대 놓고 먹는 욕이야 고치면 되지만, 귀먹은 욕은 알지도 못합니다. 대개 나대고 잘난척하는 사람들이 귀먹은 욕을 먹습니다. 더위를 먹습니다. 지구 환경 변화로 우리나라도 아열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에어컨 없이는 여름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노년이 되면 더위를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옛날 초등학교 3학년 때 정월 대보름날 담임선생님께 더위를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보면 너무 철없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신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또 먹는 게 있습니다. 겁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 밤거리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겁먹지 않고 밤거리를 활보할 수 있으니 참 다행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애도 먹습니다. 속이 상하도록 심하게 어려움을 겪는 걸 말합니다. 산업 시대,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필자 같은 세대는 AI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인공지능 앞에 애를 먹습니다. 주문하는 것도, 여행할 때도 애를 먹습니다. 문맹이 따로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을 시시때때로 느낍니다. 나쁜 건 뇌물을 먹는 것입니다. 뇌물을 먹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이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입니다. 뇌물은 주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반드시 탈이 나야 합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걸 똑똑히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독한 건 말아먹는 겁니다. 뇌물 먹기 좋아하는 탐관오리는 사회를 말아먹고 어리석은 자식은 집안을 말아먹고 탐욕의 경영자는 회사를 말아먹고 하류 정치는 나라를 말아먹습니다. 필자 같은 기독교인들은 꼭 먹어야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 몸입니다. 주님께서는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라 하시면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한다’라고 하셨습니다. 먹는다는 건 하나가 되는 것이고 예수님을 먹어 그분의 가르침이 우리 몸 안에 들여야 합니다. 문득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라던 홍수환 선수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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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03
  • 충남은 AI산업 전주기(全週期) 지원의 최적지다
    10여 년 전, AI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인공지능과의 사랑이라는 건 허구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AI는 이제 사람들과 감정적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만큼 고도화되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AI와 교류하며 우정이나 사랑 같은 감정까지 느낀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보고서 작성 같은 보조적인 역할을 넘어선 지 오래며, 이제 추론이나 상상, 감정 교류까지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인간의 명령과 개입 없이 작업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혼자서 할 수 없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술 진화 만큼이나 산업의 성장세도 빠르다. 국가 간, 기업 간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불이 붙었다. AI 분야는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어려워서 초기 투자가 중요하다.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의 누적이 AI 서비스의 성능을 높이고, 특히 이 분야의 기술 표준을 선도하면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정, 산업, 국방, 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인공지능이 접목되는 만큼 AI 경쟁력에서 뒤떨어지면 국가적 경쟁력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 우리 정부도 AI 분야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국가AI컴퓨팅센터’설립을 추진한다. 정부와 민간(특수목적법인)이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1엑사플롭스(EF·1초에 100경 번 연산) 이상 규모의 AI컴퓨팅센터를 2027년까지 개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AI 연구개발과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산업 생태계 전반을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전력난이나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센터를 비수도권에 설립할 계획이어서 전국 지자체 사이의 유치 경쟁이 뜨겁다. 우리 충남도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AI 연구는 대학과 연구소, 기업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충남은 수도권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고, 세종, 대전과도 인접해 정부 부처 및 연구기관과의 협업이 용이하다. 또한 천안 R&D지구 인근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최첨단의 기술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AI 접목을 통한 산업 혁신의 최전선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만큼 충남의 높은 전력 자급률은 상당한 이점이 될 수 있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우리나라 AI 산업의 백년지대계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균형발전은 물론 국가 기술 주권 확보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산업에의 적용까지, 충남은 단연코 AI 산업 전주기(全週期) 지원을 위한 최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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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03
  • 달리기, 어떻게 뛰어야 하나 –자세편 -
    요즘 주변을 보면 달리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취미 생활로 달리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달리기는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다. 장기간 오래 달리기를 하다 보면 절제와 인내를 배우게 되고, 고통 이후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자연스럽게 마라톤이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오래달리기 또는 마라톤을 하려면 단순한 의지뿐 아니라 지식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는 운동을 시작한 지 13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등산을 하다가 산에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트레일 러닝으로 이어졌다. 트레일 러닝은 짧은 보폭과 앞꿈치 사용을 기반으로 흙길을 천천히 달리는 운동으로 일반 마라톤보다 충격이 적어 상대적으로 편하게 달릴 수 있다. 반면, 일반 마라톤은 딱딱한 포장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허리, 무릎, 발목에 많은 충격이 가해진다. 그로 인해 오랜 훈련을 반복할수록 누적된 충격으로 인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마라톤을 하려면 무엇보다 바른 자세로 뛰는 것이 중요하다. 바른 자세란, 몸통을 곧게 세우거나 약간 앞으로 기울이고, 가슴을 내민 상태에서 거의 바로 선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자세에서 무릎을 들어 올린 후 발이 바닥에 닿을 때는 무릎과 발목이 굽혀진 상태여야 하며, 발이 닿는 위치는 몸의 중심 또는 약간 앞쪽이 되어야 한다. 발이 중심 가까이 닿을수록 체력 소모는 줄어들고, 반대로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체중을 지탱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충격 부담도 증가한다. 따라서 훈련을 통해 발착지 위치를 몸의 중심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체력 보존과 부상 방지에 중요하다. 발이 바닥에 닿을 때는 무릎과 발목 관절의 각도도 핵심이다. 두 관절이 잘 굽혀진 상태에서 사뿐하게 착지해야 하며, 특히 발목 관절이 부드럽게 꺾여야 다리 전체에 충격이 덜 전달된다. 이러한 착지자세가 되지 않으면, 다리와 무릎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고, 결국 체력 소모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착지 후 뒤로 찰 때 발 앞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력이 저하되거나 호흡이 거칠어지면 무의식적으로 앞발에 힘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지속 시 근육 과사용과 부상으로 이어지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달리기에서는 호흡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과정을 반복하지만, 실제로는 들이마시는 것보다 내쉬는 호흡이 훨씬 더 중요하다. 호흡 생리학적으로 보면, 우리가 안정된 상태에서 호흡할 때는 대부분 폐의 상부와 중부만 사용하고, 하부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숨이 찬다고 해서 크게 들이마시면, 폐의 상·중부만 과도하게 사용되고, 그에 따라 호흡근의 부담도 증가한다. 호흡근을 편안하게 하고 폐의 하부까지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쉬는 숨을 길게 유지해야 한다. 내쉬는 호흡을 끝까지 하면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폐의 일부까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신선한 산소가 폐로 유입된다. 결과적으로 우리 몸은 더 효율적으로 산소를 흡수하게 되고, 체력 유지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호흡 방식은 흔히 복식호흡이라고 하며, 복부 근육을 활용하여 호흡을 조절한다. 복식호흡은 호흡장애 환자에게도 교육되는 표준 호흡법으로, 에너지 소모가 적고 지속 가능한 호흡 방식이다. 빨리 달릴 때 숨이 차오르면, 먼저 크게 들이마신 후 최대한 숨을 내쉬는 반복적인 호흡 패턴이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팔, 어깨, 다리가 저려오는 느낌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근육 긴장이 풀리고 호흡이 점차 안정된다. 또한 숨을 내쉴 때는 입을 크게 벌리지 말고 살짝만 열어 내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폐에 양압이 형성되어 폐 활용량이 증가하고, 횡격막이 내려가면서 공기 유입량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더 안정된 호흡, 더 긴 호흡 지속력, 더 빠른 달리기 능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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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03
  • 영월을 찾아서[3] 내 고장 서산을 생각합니다
    강원도 영월 하면 떠오르는 또 사람이 있으니 바로 방랑시인 김삿갓입니다. 영월에는 그의 유적지에 무덤이 있고 주거지가 있고 김삿갓 문학관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그의 본명은 김병연(1807-1863)입니다. 그는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조부 김익순은 홍경래 난 때 난을 평정하지 못하고 항복함으로 역적으로 몰립니다. 그의 아버지는 멸족의 화를 피하여 가족을 이끌고 황해도 곡산에 갔다가 2년 후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되자 귀향하지만, 화병을 얻어 돌아가십니다. 어머니는 주변의 멸시를 견디지 못하고 어린 김병연 형제를 데리고 광주로, 이천으로, 가평으로, 평창으로, 영월읍 삼옥리로 이주합니다. 김병연은 16세 때 영월 향시를 보았습니다. 하필이면 그날의 시제가 김익순을 논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선천 부사 김익순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글로 장원급제합니다. ‘선대왕이 보고 계시니 넌 구천에도 못 가며, 한 번 죽음은 가볍고 만 번 죽어 마땅하리라. 네 치욕은 우리 동국 역사에 길이 웃음거리로 남으리라!’(나무위키) 기쁨도 잠시, 집에 돌아온 후 김익순이 자기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처자식을 남겨둔 채 그는 방랑의 길로 나서게 됩니다. 전국을 떠돌던 김삿갓은 1863년 57세의 나이로 전남 화순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김삿갓 문학관을 관람하는 사이에 먼저 그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입구 작은 공원 주변으로 김삿갓 시비가 곳곳에 세워져 있어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묘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묘 옆에는 ‘시선난고김병연지묘(詩仙蘭皐金炳淵之墓)’라 쓴 돌비석이 서 있고, 자빠질 듯한 두 돌기둥이 묘 앞에 서 있었습니다. 김삿갓의 묘는 영월 향토 사학자 고 박영국 선생이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이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아들이 찾아와도 도망쳤다고 들었습니다. 이젠 하릴없이 묘지에 갇혀 꼼짝 못 하십니다. 이 후배 문안드립니다.’ 참배를 마치고 내려오다 보니 생가를 찾아가는 표지판이 보였고 입구에서 1.8 Km 라 표시되어있습니다. 포장된 길을 걸어가다 가파른 언덕길이 나타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도로 아래 계곡으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마치 시를 읊는 것처럼 낭랑했습니다. 김삿갓 박물관에 들어섰습니다. 삿갓을 쓴 그의 모형이 기다렸습니다. 모형 옆에 앉아 기념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그와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의 시, 김병연 일가 가계도, 전국을 떠돌아다닌 방랑 여정의 지도도 있었습니다. 곳곳에 새겨져 있는 그의 시는 세상을 조롱하기도 하고 막대기처럼 자유자재로 휘두르기도 합니다. 때로는 눈으로 읽으면 점잖은 글이 되지만, 입으로 읽으면 지독한 욕이 되는 글도 보입니다. <書堂來早知 내 일찍이 이 서당을 알고 찾아왔건만, 房中皆尊物 방안엔 모두 높은 분들 뿐이고, 生徒諸未十 학생은 모두 열 명도 안 되는데, 先生來不謁 선생은 찾아와 보지도 않네.> 세상인심이 보였고 뜬구름 같은 인생의 허무함도 보였습니다. 역사는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고 서럽게 살다 간 영혼은 반드시 위로하고 한을 풀어 준다는 걸 여기 영월 땅에 와서 알았습니다. 영월은 비운의 땅, 슬픔이 깃든 땅이라 생각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날씨만큼 착각이었습니다. 거주인구의 열 배가 넘는 외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고장이었습니다. 날씨는 쾌청했고 사람들은 넘쳐났습니다. 식당마다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교훈하는 땅이었습니다. 내 고장 서산을 생각합니다. 하늘길, 땅길, 바닷길 훤히 뚫린 천혜의 땅입니다. 알프스 그림 같은 서산 한우 웰빙 산책로가 있고, 6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해미읍성이 있습니다. 무학대사의 혼이 깃든 간월암, 여기에 우리의 꿈 ‘청춘 예찬’의 민태원 생가가 복원된다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관광 자원이 될 것입니다. 강원도 영월을 다녀와서 역사는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편이란 것도 알았습니다./목사·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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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7
  • 지역경제 살릴 입찰제도 혁신, 더는 늦출 수 없다
    최근 충남시장군수협의회에서 이완섭 서산시장이 제안한 지역 업체 사용자 가산점 제도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장은 지역 건설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방재정 사업에서 지역 업체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정책 제안을 넘어, 현재 지속되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2022년 2,480곳의 전문건설업체가 폐업했으며, 2024년에는 3,000곳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단순히 건설업계의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지역 업체의 도산은 지역 내 고용 창출과 경제 순환 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문제의 핵심은 지역 업체들이 공공사업에서조차 외면 받는 현실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건설사업의 경우, 지역 업체가 아닌 외지업체들이 대거 수주하면서 지역경제로 돌아오는 혜택이 제한적이다. 지방계약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라도 지역 업체 가산점 제도를 도입하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업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독일 바이에른 주는 지역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공공입찰 시 지역 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 정책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며, 이는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경상남도와 전라북도 일부 지자체가 지역 업체 가산점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공공사업을 통해 지역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 순환 구조를 개선하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충청남도 또한 이러한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업체 가산점 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 건설업체의 안정적인 참여가 가능해지면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자금 순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도 도입 초기의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다는 현실적 과제도 있다. 외지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토와 설득이 필요하다. 또한 해당 제도가 지역 업체의 자발적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단순히 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직결된 문제다. 지역 경제가 안정되어야 국가 전체의 경제적 균형을 이루고, 수도권 과밀화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가령, 프랑스는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며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지역경제 발전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인구 분산과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협력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사업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지역 업체를 우대하는 정책은 지역 경제의 안정적 기반을 다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완섭 시장이 제안한 지역 업체 가산점 제도는 단순히 한 도시의 경제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정책 대안으로 발전시켜볼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협력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의 지원도 절실하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은 곧 지역 주민의 삶을 안정시키고, 국가 경제의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경제적 자립은 지역이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의미하며, 이는 안정적인 국가 운영의 기초가 된다. 지방재정으로 추진하는 건설 사업은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지역 내 소비와 고용 창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산점 제도는 지역 건설업체가 단순히 생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과 혁신을 도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역 경제의 미래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해 지역 업체와 지역 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입찰제도 개선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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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2025-05-27
  • 음주운전과 역주행은 치명적인 생명 위험 행위
    음주운전 등 역주행 사고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최근 교통사고 발생 건수 중 음주운전과 역주행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 서산시에서도 이런 유형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경찰은 적극적인 단속과 함께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음주운전은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범죄 행위입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판단력과 반응속도가 저하되어 사고 발생 위험이 급증합니다. 경찰은 음주운전 적발 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도 병행하여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역주행 사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역주행은 교통사고의 치명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야간이나 도심 외곽 도로에서 역주행이 발생할 경우, 사고의 위험성과 피해 규모가 커집니다. 경찰은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역주행의 위험이 있는 도로 지점 진입금지 등 교통안전표지판 정비하고, 운전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실천 수칙이 중요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운전 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운전하면서 도로변 교통안전표지 및 도로안전시설물을 잘 보고 운전하면 도로의 형태 등을 미리 알 수 있어 안전운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야간이나 술자리 후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경찰의 단속에 적극 협조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산경찰서는 시민 여러분과 함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과 역주행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임을 인식하고, 모두가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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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2025-05-27
  • 영월을 찾아서 –2-
    단종, 그리고 세조, 또 한 사람 엄흥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의 사후가 궁금했습니다.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사약을 받고 억울하게 죽었으나 200여 년이 지난 후 1698년 숙종 24년에 노산군으로 강등되었던 왕위가 복위되었습니다. 1967년부터 영월에서는 단종제를 시작하였으며 1990년부터는 단종문화제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역사는 이렇게 후손들로 그 넋을 위로하고 그 억울함을 풀어주고 있었습니다. 한편 세조는 어떨까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의 권력 찬탈을 옳게 보지 않습니다. 그가 이룩했던 여러 치적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국가의 안정이나 과거제도 개선 또는 불교 진흥 같은 치적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후세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오직 ‘세조’ 하면 어린 조카를 밀어내고 왕이 되었다는 비정한 숙부로만 기억될 뿐입니다. 역사는 냉정합니다. 조선 최대의 비극인 계유정란(癸酉靖亂)의 장본인으로만 기억합니다. 위선피화오소감심(爲善被禍 吾所甘心). 옳은 일을 하다가 화를 당해도 달게 받겠다며 삼족을 멸한다는 지엄한 왕명을 거역하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르고 벼슬마저 버리고 숨어 지냈던 엄흥도. 역사는 이런 의로운 사람을 잊지 않았습니다. 단종하면 엄흥도가 떠오르고 그의 의로움을 후세는 기억합니다. 그는 숙종 11년(1695년)에 육신사에 배향되었으며 영조 대왕 때 공조참판에 추증되었습니다. 순조 33년(1833)에는 공조판서로 추증되었고 고종 13년에는 ‘충의공’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잠시 왔다가는 게 인생입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했습니다. 단종, 세조, 그리고 엄흥도. 지금도 여전히 그 같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역사는 말합니다. 어떤 이름으로 기록되고 싶은가? 영월 곳곳에는 단종의 자취들이 서려 있었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영월에서는 단종의 고혼과 충신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단종 문화제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 58회째라고 합니다. 장릉은 단종의 능입니다. 장릉을 찾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정순 왕후선발대회에 출전하는 여인들을 만났습니다. 이들과 잠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25일 단종 문화제 때 선발대회를 연다고 했습니다. 정순왕후는 어떤 인물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녀는 단종 2년에 왕비가 되었습니다. 단종이 열두 살, 정순왕후는 열다섯 살이었습니다. 단종이 폐위되고 정순왕후도 폐서인이 되어 70여 년 동안 홀로 살다가 중종 8년, 노년에 복권되어 82세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영월에서는 비운의 삶을 살다 간 왕후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정순왕후 선발대회’를 열어 그 정신을 기린다고 했습니다. 정순왕후가 환생하는 날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비운의 왕 단종은 겨우 16년(1441~1457)을 살다 갔습니다. 세조는 그보다 세 곱절 더 많은 51년(1417~1468)을 살았습니다. 억울하게 살다 간 단종은 비운의 땅 영월에서 대대로 그 영혼을 위로받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조는 이 나라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불의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의리의 삶을 살다 간 엄흥도는 자손들이 복 받고 그 의로움으로 ‘위선피화 오소감심(爲先被禍 吾所甘心).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청령포에 가면 또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엑스트라 같은 사람, 바로 왕방연입니다. 그는 단종의 사약을 전하는 금부도사였습니다. 사약을 받들고 노산군으로 전락한 단종에게 나아갔으나 차마 사약을 전할 수 없어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그곳에서 심부름하던 사람이 대신 사약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나와 있던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라는 시조. 사약을 전하고 돌아가다 냇가에 앉아 지었다는 왕방연의 시조입니다. 서강 앞 자갈밭 위에 앉아 잠시 배를 기다리는 동안 왕방연의 마음을 헤아려 봤습니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맹종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저 엑스트라로 살다 보면 그렇습니다. ‘너도 그렇다’ 왕방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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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0
  • 공약 홍수, 국민은 또 기만당하고 있는가?
    대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후보들의 공약이다. 각 후보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담은 공약을 내세우며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을 올린다. 그러나 대선을 거듭할수록 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낮아지고 있다. 후보들이 약속한 공약이 실제로 지켜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선거가 끝나면 국민의 삶과 국가 미래를 바꿀 것처럼 내세웠던 공약들이 흐릿해지고, 일부는 사라지기도 한다. 이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고 정치권 전체에 대한 냉소를 불러일으킨다. 역대 대통령들의 공약 이행 성적표는 이러한 불신의 근거를 보여준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의 공약 이행률은 평균 50%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는 국민들이 공약을 믿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복지 공약, 부동산 정책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재정 부족, 정치적 갈등, 현실적 제약 등이 흔히 거론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공약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약은 국민에게 듣기 좋은 약속일지언정, 실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하다. 특히 복지 확대나 세금 감면과 같은 공약은 매력적이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재정 조달 계획이 미흡하다. 선거 과정에서 급조된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당선 이후 실행 여부는 나중 문제로 미뤄지기 일쑤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속았으면서도 또 알고도 속는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정치권이 공약을 남발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아 왔다. 하지만 막상 선거철이 되면 감언이설에 다시 기대를 걸고 만다. 이 같은 반복은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을 가중시키며, 정치권에 책임을 묻는 대신 체념하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이는 정치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정치권이 스스로를 변화시킬 동력을 잃게 한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선거 이후 국민들에게 돌아올 실망과 고통으로 이어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권 교체와 함께 과거 정권의 정책들이 대거 폐기되거나 중단된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선거 이후에도 상대 정당과 대립하며 기존 정책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이어간다.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통합 전산망 구축 정책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되었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임대차 3법 역시 차기 정부에서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정당 간 갈등 속에서 중요한 정책들이 희생되며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공약이 국민을 위한 약속이라면, 그 설계와 실행에서부터 진정성과 책임감을 담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약이 선거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사례가 반복된다. 후보들은 공약을 통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며 표를 얻지만, 선거 이후 약속에 대한 책임은 충분히 다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공약 발표 때마다 "과연 이번에는 지켜질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정치에 대한 냉소를 키운다. 정치권은 공약 발표 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재정 조달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공약이 단순 구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 약속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선거 후 공약 이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입장에서 실효성이 높은 공약은 정당 간 대립을 떠나 협력적으로 추진하는 정치적 성숙이 필요하다. 국민 역시 공약의 진정성을 판단하고 이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감정적 선택이나 단기적인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후보의 공약이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하며 국가 전체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검토해야 한다. 정치권이 책임 있는 공약을 내놓도록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하며,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에게는 냉정한 평가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다. 정치권은 공약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국민 역시 현명한 선택으로 정치권의 책임을 묻고 공약의 본질이 약속임을 되새기게 해야 한다. 공약은 국민을 위한 약속이다. 그러나 현실은 공약이 기만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국민이 정치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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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0
  • 5월 21일은 부부의 날 –함께 걷는 길에 담긴 의미-
    5월 21일은 둘(2)이 하나(1)이 되는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부부의 날입니다. 2003년 한 민간단체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2007년에는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가정의 달 한가운데 자리한 이 날은 ‘부부가 화목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조용히 지나가는 하루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결혼을 성인이 되는 필수 단계이자 일종의 의무로 여겨왔으나 시대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독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동거나 비혼 출산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 대중가수의 노래처럼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입니다. 실제로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초혼 연령은 높아지고 이혼율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바로 그 안에 삶의 본질적인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만난 평생의 동반자, 부부.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가장 많이 사랑하고, 또 때로는 가장 깊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이해보다 오해가 앞설 때도 많지만, 결국 다시 서로를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것.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이 한 방향으로 함께 걸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부’라는 관계는 인생의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부부는 익숙함에 젖고 서로를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함으로, 그 익숙함은 무심함으로 바뀌기도 하지요.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조차 점점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바로 그 익숙함과 무관심 속에서 부부관계는 서서히 위태로워지곤 합니다. “당신이 있어 참 다행이에요.”, “고맙습니다.”, “당신 때문에 행복해요.” 이 짧은 말 한마디, 마지막으로 배우자에게 건넨 때는 언제였을까요? 저 역시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가정은 개인이 심리적 안정을 얻고 사회적 가치와 도덕을 처음 배우는 공간입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부부가 있습니다. 부부의 관계가 건강해야 자녀의 양육, 노부모의 부양,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안정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건강한 부부관계는 곧 사회적 자산이며, 부부의 날은 두 사람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가정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부부의 날을 맞아, 익숙함 속에 묻혀 있던 서로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다시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부부란 서로의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관계입니다. 값비싼 선물도 좋지만, 오늘만큼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 보세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길에 더 단단한 믿음과 사랑이 쌓이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만이 아닌, 365일 모두가 ‘부부의 날’이 되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여러분 가정에 언제나 평화와 행복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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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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