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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삭감되어 고맙다”라는 말은 안 된다
- 거의 50년이 되었다. 1975년 2월 ‘서정쇄신’ 돌풍이 불었다. 부정, 비리와 부조리를 일소하고 청탁을 배격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공직사회는 얼어붙었다. 지역에 감찰반이 왔다는 소문이 돌면 ‘서정 새가 떴다’라며 긴장했다. 그해 8월 서산군에는 감사원 특별 표본감사가 한 달간 진행되었다. 25명이나 되는 감사관이 회의실을 차지했다. 한여름 냉방이라고는 부채와 몇 대의 선풍기에 의존하던 때이니 무더운 날씨와 무거운 분위기로 뒤숭숭했다. 정부에서는 지자체에서 업체에 지고 있는 외상값을, 예산을 세워 갚으라는 특별조치를 했다. 감사 기간에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했다. 당시 국가와 지방의 재정 사정이 매우 어려운 때였으니 경상비는 넉넉지 못해 외상은 일상이었다. 특근이나 야근하는 공무원들의 식대인 ‘급량비’조차 없었고 사무경비도 태부족이었다. 음식점에 외상값 장부가 빼곡하고 문구점, 인쇄소에도 갚지 못한 금액은 불어났다. 이를 깔끔하게 털어내라는 것이었다. 예산명세부기에 ‘부채 정리 특별 예산’이라고 명기하도록 했다. ‘과연 괜찮을까?’ 처음 있는 일이라 반신반의했다. 사실대로 하여 다 갚은 곳이 있었는가 하면 ‘겁나서’ 못 갚은 부서도 있다는 뒷얘기도 돌았다. 이와 함께 각 부서로부터 예산 요구를 받았는데, 기본경비 이외는 요구하는 부서가 거의 없었다. 공연히 일을 하다가 지적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평소라면 예산 부서는 각 부서로부터 예산을 세워달라는 요구에 시달려야 했는데 이때는 달랐다. ‘일하다 다치는 것보다 일을 하지 않으면 탈도 없다. 설마 봉급을 안 주기야 하겠어?’라는 인식도 보였다. 탓할 수만은 없었다. 예산 요구조차 하지 않아 문제가 될 만한 사업만 요구하는 실정이었다. 예산 요구를 했지만 계상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업부서나 담당 공무원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서류상으로 요구만 하고 적극적인 반영 노력은 하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 최근 한 일간지에 눈에 띄는 기사가 보였다. “일 안 해서 좋아요…예산 깎은 야당에 감사 인사까지 했다”라는 제목이었다. “예산 깎이니 일 안 해서 좋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경제 부처의 한 간부급 공무원은 야당 의원실 보좌진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취지로 말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역점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직후였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국회에선 “담당 공무원이 정부 편성 예산을 감액한 야당에 도리어 보은(報恩)성 인사를 했다더라.”라는 식의 소문이 돌았다. 이 얘기를 접한 정부 관계자는 “반은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만, 요즘 관가(官街) 분위기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일화임은 분명하다”라고 했다. 관가의 분위기는 ‘복지부동’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어떤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있었을 것이다. 설마 그런 일이 있었을까? 앞의 사례는 특별한 경우라 볼 수 있다. 어쨌든 예산이 계상되지 않거나 삭감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책이나 사업은 재정적 조치가 뒤따라야 실현된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이 없어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이나 지역이 입기 마련이다. 또한 일을 제때 착수하지 못하거나 시기가 미루어지게 된다면 그 특정 시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길고 오래도록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충청남도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충남노조는 과거 과도한 자료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 “도민 대의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라고 평가했다. 충남노조는 또 무작정 자료 요구 대신 답변에 대한 보충이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만 자료 요구하고 관련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며 강압적이고 고압적이던 자세 탈피 등 3가지를 ‘가장 크게 바뀐 부분’으로 꼽았다. 도의회 관계자는 “노조가 도의회를 높게 평가하는 논평을 낸 것은 과거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다양한 모임을 통한 역량 강화와 불합리한 관행 타파를 위한 의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했다. 시의회에서 귀담아들을 일이다. 요즘 입법과 내년도 예산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 대립, 국회와 정부와의 갈등이 국민을 답답하게 한다. 이런 현상이 지방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특히 서산에서는 그러하지 아니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서산시공무원노조에서도 “‘진짜 확 달라진’ 서산시의회”라는 논평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업이나 예산이 정쟁으로 얼룩져서는 아니 된다. 공무원들의 입에서 “예산이 삭감되어 고맙다”라는 말이 결코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 공무원이 소신껏,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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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삭감되어 고맙다”라는 말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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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 엊그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Y 장로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였습니다.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야 우리들의 일상 소식이지만, Y 장로님의 소천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엊그제까지 멀쩡하던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잘 아는 교회의 시무 장로님이었기에 담임목사님을 통해 늘 소식을 듣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 오후, 올해 마지막 당회를 했다며 Y 장로님이 칠십 은퇴를 앞두고 “그간 담임 목사님을 잘 보필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라는 인사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 Y 장로님이었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소천 소식은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시골집에서 김장을 마치고 월요일 아침 일찍, 시내에 있는 집으로 김장을 옮기던 중에 장로님이 보이지 않아서 부인 권사님이 찾아다니다가 승용차 안에서 실신한 장로님을 발견하여 구급차를 불러 이송했으나 끝내 소천하였다고 했습니다. 장로님은 시내에 빌딩도 가지고 있고 농지도 많은 대농이어서 바쁘게 사시던 분이었습니다. 고인은 필자도 몇 번 본적이 있는 초등학교 후배이기도 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 게 산 게 아니라’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생(生)과 사(死)는 종이 한 장 차이란 말도 있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허망하게 갈 수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득 김지수 기자가 쓴 고 이어령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란 책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이는 라틴어로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걸 기억하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이 시가행진할 때 행렬 뒤에서 노예를 시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마라. 오늘은 승리했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라’라는 걸 상기하기 위해 외치는 경고의 소리입니다. 전도서에 보면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메멘토 모리’와 같은 의미입니다.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날을 기억하며 늘 겸손한 마음으로, 믿음으로 살라는 교훈입니다. 지나온 인생길을 돌아보게 하는 곳이 초상집입니다. 내가 맞이할 죽음을 생각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걸 생각하라는데 우리는 죽음은 마치 남의 일처럼 살아갑니다. 미국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이 쓴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부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째야 하는 가를 가르쳐 준 책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정에서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아테네 시민들이여! 오로지 돈을 모으고 명성과 위신을 높이는 데 매달려 진리와 영혼의 향상에는 조금도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이 살고 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바로 이 말은 그 옛날 아테네 시민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하는 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기 전 제자 플라톤에게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바로 사는 것이란, 진실하게 사는 것, 행동도 바로 하고, 생활도 바로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치 있는 삶입니다. 우리 인간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 시기와 시간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마치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삽니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온갖 뉴스거리를 보면 유한한 인생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TV 뉴스를 보다가 얼른 꺼버렸습니다. 초상집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엔 돌아가신 분의 인생 성적표가 남아 있었습니다.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죽음을 기억하고 사는가? 바로 살고 있는가? 정말 가치 있는 삶,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며 전도서의 말씀을 상기합니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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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13월의 월급인가? 세금 폭탄인가?
- 연말정산은 매년 근로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이슈 중 하나다. 특히 12월이 되면 ‘13월의 월급’을 기대하며 설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세금 폭탄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는 이들도 많다. 연말정산의 본래 목적은 근로자의 소득에 대해 정확한 세액을 산출하고, 이미 납부한 세금을 조정하여 추가로 내거나 돌려받는 절차다. 그러나 이 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뜨겁다. 연말정산은 한 해 동안 근로자가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정산하는 과정이다. 근로자들은 매달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세금으로 원천징수 당하고, 연말정산을 통해 연간 소득에 맞는 정확한 세액을 계산한다. 그 후 과다하게 납부된 세액은 환급되고, 부족한 세액은 추가로 납부하는 형태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정부는 세금을 미리 징수하고, 근로자는 자신이 납부한 세액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말정산은 여러 가지 공제를 통해 세액을 경감시킬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의료비, 교육비, 신용카드 사용액, 기부금 등이 해당된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세금을 줄일 수 있으며, 정부는 실질적인 세수 확보를 목표로 세금을 징수한다. 이 제도의 목표는 본래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을 공정하게 정산하고, 지나치게 세금을 과다하게 징수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연말정산에 대해 많은 근로자들이 ‘13월의 월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환급을 받을 때 느끼는 기쁨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한 해 동안 세금이 초과 징수된 금액을 돌려받으면서 추가 소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비나 교육비 지출이 많은 가구나 공제 항목을 제대로 챙긴 경우에는 환급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시적인 재정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환급은 근로자들에게 일종의 재정적인 보너스처럼 느껴지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세금 폭탄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는 근로자들도 많이 있다. 특히 고소득자나 복잡한 소득 구조를 가진 이들은 예상치 못한 추가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을 통해 공제 항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의도치 않게 소득 신고가 잘못된 경우에는 추가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미 급여에서 세금을 원천징수 했다고 해서 모든 세액이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간혹 세금 부과가 과도하거나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연말정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복잡한 공제 항목과 세액 계산 과정이다. 세금 제도가 변화하면서 다양한 공제 항목들이 도입되었지만, 그만큼 근로자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연말정산이 복잡한 고지서와 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데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결국 세무 전문가나 회계사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일반 근로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연말정산에서 발생하는 세액의 차이는 소득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소득자일수록 세금 부담이 더 커지며, 많은 경우 그들이 받을 수 있는 공제 항목도 제한적이다. 이는 세제 혜택이 고소득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적고, 저소득자나 중산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이 더 많이 부과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세금 공제 항목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상당한 정보와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정보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연말정산 제도는 본래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고, 정부의 세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징수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복잡성과 불공정한 혜택 배분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므로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공제 항목을 보다 간소화하고, 모든 근로자가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제 항목이 많고 복잡하다 보니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들은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러한 복잡한 항목을 단순화하고, 그 대신 모든 근로자가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세액 공제 혜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연말정산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고, 납세자가 세액 공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AI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근로자에게 공제 항목을 안내하고, 필요한 서류를 자동으로 제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연말정산은 근로자들에게 중요한 세금 정산의 과정이며, 이를 통해 정부는 세수 확보와 동시에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공정하게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일부 근로자에게는 과도한 세금 부담을 지우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불합리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는 연말정산 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는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결국, 연말정산은 그 본래의 취지인 공정한 세금 부과와 효율적인 세금 징수를 이루기 위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세금 환급을 넘어서, 국가의 재정 운영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모든 근로자가 세금을 공평하게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13월의 월급’을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금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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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13월의 월급인가? 세금 폭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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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아래에서
- 뒤늦게 찾아온 가을, 나무들은 서둘러 단풍을 만듭니다. 울긋불긋 색칠한 단풍잎이 뒷산을 수채화처럼 수놓고 있습니다. 색채에 홀려 뒷산을 오릅니다. 곱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불타는 단풍잎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람도 없는데 빨간 나뭇잎 하나가 뱅그르르 돌며 떨어집니다. 단풍잎도 나이 따라 느낌도 다릅니다. 젊어서는 그저 곱고 아름답게만 느꼈는데 나이가 드니 죽음도 보였습니다. 머지않아 저 곱던 단풍잎은 다 떨어지고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흔들거리며 외롭게 추운 겨울을 보내겠지요. 나무를 떠난 나뭇잎은 빛이 바래고 가랑잎 되어 결국 흙으로 돌아가겠지요. ‘나이가 든다는 게 화가 나’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수 김충훈이 부른 노래입니다. 지나간 시간이 아쉽고, 늙어진다는 게 창피한 일도 아닌데 서글프고, 고독을 달래주던 친구도 하나둘 떠나서 화가 난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나이가 많아지면 아픈 곳도 많고, 친구들도 사라지고 오라는데도 없어 고독을 친구 삼아 혼자일 때가 많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인데,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사는 문명 낙오자의 삶도 고단합니다. 과거에 자랑했던 생활 지식은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고, 사소한 예매도 주문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잎 떨어집니다. 너울너울 돌면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마치 춤을 추는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슬프게 떠나는 게 아닙니다. 생각을 고쳐먹으니, 단풍잎이 춤으로 보였습니다. 봄부터 한여름까지 푸르게 한 생을 멋지게 끝내고 곱게 물들고 가는데 슬플 게 무에 있을까요?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때로 불편하지만, 슬프지는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하나님을 믿으니 기댈 곳이 있습니다. 찬송하고 기도하고 말씀 전하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문학을 좋아하니 책도 많이 오고 모임도 많아 늘 탁상 달력엔 일정표로 가득합니다. 더구나 내 곁엔 여러 가지 악기가 있어 혼자 있어도 즐겁습니다. 몇 가지가 있나 세어보았습니다. 아코디언, 미니 키보드, 오카리나, 리코더, 실로폰, 멜로디언, 하모니카 13개. 실력은 형편없습니다. 정식으로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혼자 즐기기엔 조금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악기도 사람처럼 그 맛과 멋이 다릅니다. 어느 건 여자처럼 가늘고 여리지만,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어느 건 남자처럼 웅장하지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안겨줍니다. 그러니 어느 것 하나에 만족하겠습니까? 그래서 자꾸 다른 것에 눈독을 들이게 됩니다. 올해 5월엔 클라리넷을 장만했습니다. 10년 만에 꿈을 이뤘고 그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어느 악기나 마찬가지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에 5만 원의 거금을 내고 다섯 번 기초를 배운 후 늘 내 방식대로 혼자 연습하여 6개월 만에 내가 좋아하는 찬송가는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년의 하루하루는 참으로 소중합니다. 하루를 보낸다는 건 남은 날의 하루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은 날의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이란 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란 말도 있습니다. 나뭇잎이 팔랑팔랑 춤추며 내려오는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년의 세월을 춤추며 살라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오래 쓰면 기계도 낡아지는데/사람인들 별수 있겠소?//큰아이 이름도/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고/왼손에 옮겨 잡고도 곧잘 잊어버리오//대낮에도 희미한 물안개 피어오르고/빠진 이빨 사이로 /참말도 제멋대로 튀어나오고/약이 밥인지/밥이 약인지/깨어나면 습관처럼 찾는 약봉지//그래도 더러는/ 좋아진 것도 있다오//욱하던 성깔 잠재워지고/종지 같은 마음 대접 같아졌소/하루하루 산다는 거 /행복하고 감사하고/시루떡 같던 욕심/새털처럼 가벼워지오//나이가 들어도 늙고 싶지는 않아/머리엔 억새꽃 피어도/마음은 목화솜 닮아가고/얼굴엔 파도가 일렁여도/영혼은 흰 구름 닮아가오//그렇다고 /행여 따라오지는 마소/석양 노을 제아무리 곱다고 해도/호젓한 귀가는 언제나 쓸쓸하다오. 필자의 졸작 ‘늙어서 좋아지는 것들’이란 시(詩)의 전문입니다.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 주워 들고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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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의 생명줄, 수의직 공무원의 현실과 미래
- 축산업은 우리의 식탁을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자 농촌 경제의 근간이다. 서산시 또한 한우, 돼지, 가금류 등 다양한 축산업이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축산업이 지역 사회의 생명줄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방역 체계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수의직 공무원들의 인력난과 그로 인한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들이다. 서산시는 약 3만 마리의 한우, 5만6천 마리의 돼지, 11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하며 충남 축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축산업의 규모가 클수록 가축 전염병 발생 위험 또한 비례하여 증가하며, 이는 지역 경제와 방역 체계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는 수의직 공무원들은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에 따르면 서산시와 같은 규모의 지역에는 최소 10명의 가축방역관이 필요하나, 현재 실제로 활동 중인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은 2명뿐이다. 이러한 인력 부족은 필연적으로 과도한 업무량과 연이은 방역 활동으로 이어져, 수의직 공무원들이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수의직 공무원의 업무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가축 전염병 예방 및 관리, 살처분, 역학 조사, 축산물 위생 검사 등 다양하며, 특히 전염병 발생 시 살처분은 가장 고된 작업으로 꼽힌다. 살처분 과정은 단순한 육체적 노동을 넘어선 심리적 충격을 동반한다. 하루 종일 방역복을 착용하고 작업해야 하는데, 이는 감염병 위험과 피로를 배가시키며, 현장에서 마주하는 생명과 죽음의 무게는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충남도 조사에 따르면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수의직 공무원의 31.5%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군으로 분류되었으며, 음주 위험군 비율이 50%에 달한다는 점은 이들의 심리적 후유증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최근 럼피스킨 바이러스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같은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서산시도 언제든지 이러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웃 지역인 당진에서 럼피스킨 바이러스 사례가 보고되면서 서산의 축산업 종사자들과 방역 담당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인력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방역 체계는 여전히 살처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살처분은 단기적으로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농가와 공무원 모두에게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 살처분 중심의 방역 방식은 결국 응급 대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과 호주는 살처분 과정에서 공무원의 심리적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회복 시간을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히 공무원 개인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방역 체계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투자로 평가된다. 이제 서산시는 방역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법적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인력을 충원하고, 이를 위한 예산 확보를 충남도 및 중앙정부와 협력해 추진해야 한다. 수의직 공무원의 위험수당을 인상하고,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방역 시스템의 자동화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드론을 활용한 농가 모니터링, IoT 기술을 이용한 가축 상태 실시간 점검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 방역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예방 중심의 방역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농가에 대한 방역 교육과 지원을 강화하여 전염병 발생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발생 이후 대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염병 예방과 가축 복지를 고려한 방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살처분 작업에 따른 심리적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살처분 과정에서 자동화 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작업 이후에는 충분한 심리 상담과 회복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서산시의 축산업은 단순히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러나 현재의 방역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축산업의 미래는 물론 서산시 전체 경제와 지역 사회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수의직 공무원들은 축산업의 생명줄을 지키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공무원의 복지를 넘어, 축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서산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방역 체계 개혁을 통해 축산업 중심지로서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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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의 생명줄, 수의직 공무원의 현실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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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건강과 동맥경화
-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3년 국내 10대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자살,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고혈압성질환, 패혈증, 코로나19이다. 이중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성질환은 모두 혈관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건강수명의 관점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혈관건강이라 할 수 있다. 혈관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말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평소 어떤 일상생활을 하고 있고,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위험인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가는 동맥경화의 진행과 나아가 건강수명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동맥경화는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관 내에 찌꺼기(동맥경화반)가 쌓여 좁아지는 것이다. 동맥경화가 있더라도 혈관이 상당히 좁아져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야만 임상증상으로 나타나고 그 이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로 동맥경화는 진행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동맥경화는 부분적으로는 노화와 가족력과 관련이 있지만, 많은 부분은 일상생활과 동반질환에 관련된 위험인자들로 인하여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나 관리를 잘 하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동맥경화의 진행을 촉진하는 조절 가능한 주요 위험인자들을 알아보자. [고혈압] 높은 혈압은 동맥 내벽에 손상을 일으키고, 손상된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고혈압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이 좁아지고, 혈관의 탄력성은 줄어든다. 따라서 높은 혈압은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고지혈증] 혈액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이 많으면 동맥벽에 찌꺼기가 쉽게 쌓인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식습관, 운동, 가족력 등의 영향을 받는다. 동맥경화의 예방이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바람직한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나이, 성별, 동반질환, 다른 위험인자들에 따라 다르다. 한편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높은 것이 좋은데, 아직은 이에 대한 치료약은 없고, 운동, 금연, 체중조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연] 흡연은 동맥 내벽을 손상시키고, 혈관 내 염증을 유발하고, 혈액 내 산소 운반 능력을 저하시켜 동맥경화가 더 쉽게 진행된다. 더구나 흡연은 각종 암의 원인이기도 하므로 동맥경화 예방에는 흡연량을 줄이기보다는 금연이 필수적이다. [고혈당(당뇨병 포함)]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동맥경화 발생 위험이 훨씬 높다. 당뇨병의 합병증들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동맥경화성질환이다. 혈당은 높을수록 혈관벽에 손상을 더 주고 염증을 더 잘 유발해서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따라서 당뇨병이 아닌 당뇨병 전단계라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것이 동맥경화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만과 운동부족]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은 내장 지방이 많은 상태로 동맥경화에 악 영향을 준다. 또한 비만은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의 중요한 원인이다. 규칙적 운동은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동맥에서 혈관을 확장하고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물질을 더 많이 나오게 하여 동맥경화의 예방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나쁜 식습관]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설탕, 정제된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튀긴 음식, 설탕이 많은 탄산음료나 쥬스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은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식습관이다. 반면 채소와 과일, 통곡물, 생선 등을 포함한 식단은 동맥경화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단, 당분 함량이 높은 과일은 혈당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적절한 제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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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언덕
- 필자의 세 번째 소설집 ‘에덴의 언덕’이 출간되었습니다. 자기 책을 소개하는 듯해 주저했으나 아무 때고 한번은 써야 할듯해서 이 글을 씁니다. ‘에덴의 언덕’은 작가가 임의로 지어낸 고유명사입니다. 불교에서 ‘피안의 언덕’이 있다면 기독교에선 ‘에덴의 언덕’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안’이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경지를 나타내는 말이라면, ‘에덴’은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했다가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낙원)입니다. 성경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마지막 날에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은 동쪽에 에덴동산을 가꾸어 놓으시고 인간을 거기에 살도록 하셨습니다. 아담과 하와에게 모든 것을 맡기셨으나 다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명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이 세상의 주권자임을 알게 하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눈이 밝아져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는 간교한 뱀의 유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열매는 먹음직스럽기도 했고 보기에도 아름다웠습니다. 더구나 사람을 지혜롭게 할 듯해서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습니다. 그로 인해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고도 인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더 가지고 싶고, 더 하고 싶고, 더 올라가고 싶은 욕심으로 오히려 불행의 늪에 빠집니다. 가족 간의 불화도, 이웃과의 분쟁도, 망해가는 기업도, 국가 간의 분쟁도 모두 탐욕에서 비롯됩니다. 인간들은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열매를 탐하여 실낙원하고도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해 그로 인해 온갖 불행과 고통의 역사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무소유를 설파하셨습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뜻이라고 일렀습니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탐심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바울 사도는 어떤 형편에서든지 자족하기를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결국 지나친 욕심은 사망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법정 스님이나 바울 사도가 말한 욕심은 모두 육신의 만족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인간들이 얻고자 했던 것도, 모두 육신의 욕망이었습니다. 육신을 위한 욕심은 한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육신의 욕망. 그 욕망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영혼(또는 정신)을 배부르게 하는 것입니다. 영혼의 만족 역시 육신의 만족 못지않은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옵니다. 영혼은 사랑입니다. 긍휼, 자비, 이해와 용서와 배려, 희생. 이런 영혼(정신)의 배부름은 피안의 언덕에 오르는 길이요 에덴의 언덕을 오르는 길입니다. 욕심을 거둬내고 대신 사랑으로 채운다면 그곳이 바로 낙원입니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하셨습니다. 남녀가 서로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알콩달콩 산다면 그곳이 에덴입니다. 이웃끼리 서로 돕고 아낀다면 그곳이 에덴입니다. 직장 동료끼리 사랑하고 서로 돕는다면 그곳이 에덴입니다. 나라와 나라끼리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산다면 바로 이 세상에 에덴을 만드는 일입니다. 어느 불자도 말했습니다. ‘피안(彼岸: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는 일, 또는 그 경지))의 저 언덕보다 우선 차안(此岸: 삶과 죽음이 있는 세계)의 언덕에서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이 세상은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 삶입니다. 에덴의 언덕엔 예수님이 지신 사랑과 용서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에덴의 언덕을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그럴 뿐 늘 육신의 욕망에 걸려 넘어지고 상처를 입었습니다. 때로는 목사라는 이름이 너무 무거워 숨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소설이란 이름을 빌어 쓴 글을 ‘에덴의 언덕’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올라가야 할 곳은 바로 에덴의 언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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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걸 참으라고? 여성 농민의 화장실 권리”
- 농촌에서 여성 농업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오랜 고충의 연속이다. 특히 하루 종일 밭에서 작업하며 생리적 필요를 해결하기 어려운 화장실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그들의 건강권과 존엄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남성 농민들도 들녘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여성 농업인들의 경우는 더욱 민감한 생리적 문제와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에 그 피해가 크다. 여성 농업인들은 작업 시간 동안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삼가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방광염과 신장질환 같은 건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작업 도중 멀리 있는 화장실을 왕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체력 소모를 감안해 야외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지만, 최근 농촌에서도 드론 촬영이 활발해져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여성 농업인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으며, 작업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현대의 농업은 여성 농업인들의 노고와 희생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화장실 문제와 같은 기본적 편의시설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현실은 이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여성 농업인들이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고, 그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또한, 여성 청년들의 농업 진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농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40대 이하 여성 농업인의 11%가 들녘 화장실 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직업인의 존엄성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이자, 농촌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일부 지자체에서는 간이 화장실 설치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강원도는 화장실 구입비를 최대 270만 원까지 지원하여 농업인들이 들녘에서 사용 가능한 화장실을 설치하도록 돕고 있다. 충남도 또한 친환경 화장실 설치 사업을 올해부터 시행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이며, 더 많은 지자체와 중앙 정부가 여성 농업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들녘 작업을 하는 농업인들을 위해 이동식 화장실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농업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는 근처에 간이 화장실을 배치하고,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농업 종사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여성 농업인의 생리적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농업인들의 화장실 문제를 단순히 생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닌, 건강권과 인권이 걸린 중요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여성 농업인의 경우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인해 방광염, 피부염 등 여러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들의 건강 악화는 농촌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지자체는 화장실 문제를 비롯해 여성 농업인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여 이들의 고충을 덜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성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려울 것이다. 청년 여성 농업인들의 농촌 유입이 감소하는 현실에서, 여성 농업인의 기본적 권리와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적 지원은 농업 인구의 유지와 농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화장실 문제는 단순한 편의시설의 필요성을 넘어 여성 농업인의 건강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성 농업인이 존중받으며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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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걸 참으라고? 여성 농민의 화장실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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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시민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 신체 활동은 삶의 활력을 북돋우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은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산책이나 요가, 가벼운 스트레칭 같은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활력을 얻을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건강 습관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필자의 경우 학창시절 스포츠를 전공했고, 특전사에서 군 생활을 하며 야간대학에서 스포츠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된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은 오늘날의 의정활동에 큰 활력과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경험은 제게 인내심과 끈기를 심어주었고, 오늘날 서산시민들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헌신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 또한 ‘건강한 시민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는 신념을 바탕으로 서산의 체육 인프라 확충과 체육회 운영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에는 시정질문을 통해 서산시의 체육 인프라 현황을 점검하며 체육회 운영 예산의 증액과 전문 체육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서산시 체육발전을 위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체육회는 지역사회의 건강문화를 선도하는 중요한 단체다. 체육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때, 시민들은 다양한 스포츠와 건강 활동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지역 전체의 건강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재정 관리와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프로그램 운영이 필수적이다.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역사회의 건강 증진에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우리 서산시는 특색 있는 체육 인프라 확충과 체계적인 체육진흥을 계획하고 있으며, 타 시군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제대회 및 대규모 전국규모 체육대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시민들의 건강과 자긍심을 높이고, 서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은 제일의 재산이라는 말처럼 한 사람의 건강한 몸과 마음은 그 자체로 공동체의 자산이다. 건강은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위대한 가치인 자유, 사랑, 지혜 등 소중한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원초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이다. 건강한 시민이 많아질수록 의료비가 절감되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무엇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상호작용하며 창출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지역사회 전반에 퍼지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필자가 과거 서산 씨름대표로 활동하면서 전국 무대에서 서산을 알렸고, 씨름 활성화와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노력했다. 그 시간들은 지금도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특히 학생부 선수들을 지도하며 전국 유소년 씨름 페스티벌에서 1위를 차지했던 순간은 서산체육의 가능성과 열정을 보여준 특별한 경험이었다. 또한 7년 차 생활복싱을 즐기며 지난 7월 한국권투협회 프로테스트에 합격해 프로 복서로 등극한 것은 체육에 대한 애정이 만들어낸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 모든 경험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서산시 체육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스포츠의 미래를 밝히기 위한 작은 걸음으로 작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체육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열정과 활력이 넘치는 건강한 도시, ‘스트롱 서산’을 위한 의정활동에 주력하고자 한다. 서산은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 건강한 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시민들이 운동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서로 협력하는 도시로 나아가는 일에 시민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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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시민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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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
- 차가워진 아침 공기가 겨울의 문턱에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거리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과 상반되어 앙상한 가로수의 가지는 겨울의 도래를 알린다. 각 가정에서는 난방기구가 자리를 잡아 온기를 머금지만 이 따뜻함 뒤에는 화재 발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충청남도에서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569건(27.5%)의 화재가 겨울철(12월~익년 2월)에 발생했다. 최근 5년간 겨울철 인명피해는 총 117명으로 27.9%에 이르며 화재 사망자도 26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1.3%에 달한다. 이처럼 겨울철에 화재 발생률과 인명피해 발생률이 높으므로 화재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서산소방서에서는 화재 위험이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범국민적 화재예방 분위기 조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겨울에는 각 가정에 난방기구 사용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화재를 예방하여 안전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겨울철 주택용 화재 예방 안전수칙을 당부한다. 첫째, 나무를 사용하는 화목보일러는 한꺼번에 많은 연료 투입 시 과열에 의한 복사열로 주변으로 화재가 번질 수 있고, 가까이에 장작 등 가연성 물질이 있으면 쉽게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 화목보일러는 2M 이상 떨어진 곳에 장작 등 적재하고 소화기를 비치한다. 둘째, 전기장판과 전기히터의 경우 장기간 보관 과정에서 접혔던 열선 또는 피복이 손상되면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사용 전 손상 여부를 확인하며, 라텍스 등 가연성이 높은 소재의 침구류 같은 경우 축열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높아 난방기구의 오랜 사용을 자제해야한다. 셋째, 전기기기의 난방용품 사용 시 KC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인지 확인 후 사용해야 하며, 전력소모가 많은 난방기구의 경우 문어발식 콘센트 연결은 자제하여야 한다. 기구의 정격 용량을 확인 후 올바르게 콘센트를 사용해야 한다. 넷째,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을 설치해야 한다. 초기 화재진압에 효율적인 주택용 소방시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발생 시 연기를 감지하여 경보음을 통해 화재를 알려주며, 소화기는 화재 초기에 적절한 사용 시 소방차 1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난방기구의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하여,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주택용 소방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길 바란다. 추운 겨울 화재 예방에 적극적인 관심으로 화재 없는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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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