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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

가기천의 일각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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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5.1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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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외손녀 등굣길을 보살펴 주었다. 마침 입학할 무렵 이사하여 주위가 낯선 데다 학교도 서먹하니 얼마 동안은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처음에는 내 손을 꼭 잡았었는데, “이제 혼자 갈 수 있다며 엘리베이터에도 함께 타지 말라고 손 사레를 친다. 그래도 미심쩍어 재빨리 계단으로 내려가 멀찌감치 따라가곤 한다. 책가방을 메고 실내화 가방에다 물병까지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 안스럽기 그지없다. 가방이 무거워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가야 한다니 벌써부터 삶에 허리가 휘는가 싶다. 등교 시간에는 교문에서 교장선생님이 맞이해 주신다.

두 달이 지났다. 수백 명 학생을 하나하나 사랑합니다.”라며 맞아주고 어깨를 감싸 주기도 한다. 차에서 내리는데 불편한 아이가 있으며 달려가 손을 잡아 준다. 즉석에서 학부모 상담도 마다하지 않는다. 묻고 듣는 부모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비록 몇 마디에 지나지 않지만 학부모에게는 금쪽같은 기회일 게다. 여러 번 마주하다 보니 필자와도 낯이 익었다. “잘 적응할 거예요. 잘 돌보겠습니다.”라는 말에 믿음과 고마움이 배어난다.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진정 교육자요 참스승의 모습을 보았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든든함이 솟는다.

선생님은 가르치고 깨우쳐 주는 분이다. 학습만이 아니다. ‘무언의 느낌으로 얻는 배움의 가치, 자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생님으로부터 나름의 관점과 판단력도 길러진다. 선생님이 좋으면 공부에 의욕이 솟고 신바람이 인다. 초등학교 때가 더욱 그렇다. 입학 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 한 분 한 분을 떠올린다.

일학년 담임 오문섭 선생님은 천방지축 코흘리개 개구쟁이들에게 학교생활의 규칙을 알려주고 급우들과 지내는 요령을 깨우쳐 주셨다. 성백선 선생님, 박희영 선생님, 유석동 선생님이 2학년부터 4학년까지 담임선생님이다. 장석인 선생님, 이상복 선생님은 2학년, 5학년 때 한 달 쯤 임시 담임이었다. 샌님 선생님도, 호랑이 선생님도 있었다. 6학년 때 김상기 선생님은 음암면 부산리에 사셨는데 필자가 중학교 입학시험 보는 날, 걸어서 학교 앞을 지나 양유정 옆 우리 집까지 오셨다가 되돌아가는 불편을 무릅쓰고 학교까지 데리고 가주셨다. 엔간한 사랑과 정성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 서울로 전근하여 교장으로 마친 다음 국정교과서 심의위원을 하셨다. 서울에서 뵌 적이 있는데 옛날 일을 어제처럼 말씀하셨다.

5학년 때는 갓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부임한 이상무 선생님이 담임이셨다. 선생님은 청년교사의 의욕과 패기로 학습에 온 힘을 쏟았다. 많은 추억을 남겨주셨다.당시로는 흔하지 않게 학급문고를 만들어 위인전, 어린이 명작소설 수 십 권을 마련하고 마음껏 읽게 하셨다. 덕분에 하루, 이틀에 한 권 씩 읽었다. 선생님은 우리의 소리 함을 만들어 개선·건의사항이나 급우들이 잘한 일을 써넣게 했다. 매주 학급회의 때 함을 열어 여기에서 나온 의견을 서로 토론하게 하고 스스로 실천하도록 했다. 착한 일을 한 학생은 칭찬해주셨다. 이러니 책 읽는 분위기가 생겼고 좋은 일을 하려는 분위기가 돌았다.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자화상’, ‘즉흥시인’, ‘해조음海潮音’, ‘임기응변등 무슨 뜻인지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런 멋있는 단어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괜히 지식인이라도 된 듯 우쭐해지기도 했다. 쉬는 날에는 선생님들과 교외로 나들이를 가기도 하셨는데, 어느 날은 같이 가자고도 하셨다. 선생님과 함께 댁에도 갔을 때는 책꽂이에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의 지식과 상식이 거기에서 나왔는가 싶었다. 숙제 물 끝에 장난스럽게 이상무라거나 이상 끝이라고 쓰면 개구쟁이들의 짓궂음을 짐짓 꾸중하면서 아무 것도 표시하지 말거나 이라고만 쓰라고 하셨다. 국어 교과서에, 강소천 선생이 쓴 가을 뜰에서라는 동시가 있었다. 선생님은 이 시에 2/4박자로 곡을 붙여 가르쳐 주셨는데 지금도 가끔 흥얼거리며 옛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찬 서리에 함빡 피어난 가을 꽃. 국화와 코스모스가 한층 더 사랑스럽다. 또 하나 빨간 가을 꽃, 텃밭의 고추가 꽃처럼 예쁘다.

필자에게는 그냥 동시거나 노래만이 아니다. 그때로 돌려주는 타임머신이다. 교직의 첫 제자들을 아껴주고 북돋아주신 선생님, 실력과 열정과 낭만이 넘치던 이상무 선생님이 떠오르곤 한다.

신입생과 한 학년씩 올라간 학생들이 어떤 선생님을 맞을까 궁금증과 어설픔에서, 어느덧 새잎이 푸름으로 짙어지듯 점점 학교생활에 익숙해지는 시기이다. 새로운 만남으로 맺어지는 사제관계에서 선생님에게는 잊히지 않는 제자가 있고, 제자도 잊을 수 없는 스승이 있을 것이다. 며칠 후면 스승의 날이다./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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