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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5.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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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도롱이 같은 집 한 채 있을까

잠시 등걸잠을 자리니

 

거기, 문패도 없고 번지도 없는

세상의 지도에서 찾을 수 없는

 

하늘이 집이고, 구름도 집이거늘

 

날마다 새 길을 찾아 떠나리니

부디 가는 곳 묻지 말기를

 

지구별을 떠날 때까지, 끝없이

간이역에서 다음 행선지를 기다릴지니

 

- 문현미, 간이역 너머전문

 

감상

도신 스님.jpg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낯선 떠남과 같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 세우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그래서 일정의 성공도 거두지만 인생이라는 전체의 행로에서 보면 이런 것들도 우연히 정해지고, 세워지고, 이르는 것일 뿐, 어느 것 하나도 의지대로 된 것이 아니다.

인생은 즉 삶은, 구름 같고 바람 같아 흐르는 대로 흐르고 머무는 대로 머무는 것이어서 목표나 계획을 넘어서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이런 것임을 알고 그에 순응할 때 인생은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진다.

화자는 숨 막히는 박스에서 벗어나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아주 좋은 집이 아니어도 마당도 없고 정원이 없는 곳이어도 어디 도롱이 같은 집 한 채만 있으면 무거운 천년의 잠보다도 등걸잠으로 편안할 수 있다. 세상은, 사람이면 누구나 이름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름에 금보다 더 빛나는 명예와 권력을 덧씌워 무게와 높이로써 상대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고 한다. 이름에 먼지가 앉아 흐려지고 더러워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자는 말한다. 삶은 거기, 문패도 없고 번지도 없는/ 세상의 지도에서 찾을 수 없는집이어야 하고, 이름이어야 하고, 인생이어야 한다고. 세상이 말하는 것과 반대인 대칭적인 각도에서 삶을 조명한다.

여행자의 장로(長路)에는 집이 따로 없다. 누울 곳이 있다면 그곳이 집이다. 말 그대로 하늘이 집이고 땅이 집이고 구름이 집이다. 여행자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관계없이 길은 집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삶이 그런 것이다. 가진 것들을 모두 놓고 가든 버리고 가든, “우듬지 사이 허공을 누비는바람처럼, 또는 삶의 행로를 누비는 마음처럼 정처 할 수 없으면서도 정처 할 무엇이 있는 것처럼 연신 꿈을 꾸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말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간이역에서 다음 행선지를 기다리는 것처럼. 꿈꾸지 말자고, 있는 그대로를 보자고 말한다. 다음 행선지를 기다리는 여행자처럼 그대의 삶을 욕심 없이 바라보라고 시인은 말한다. 아무 욕심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이 바람을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임을.도신(서광사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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