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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꽃이 피었나요?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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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5.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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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51일은 근로자의 날,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1일은 입양의 날, 15일은 스승의 날, 16일은 성년의날, 21일은 부부의날 등등, 참으로 가정을 위한 행사가 겹겹이 있는 달입니다.

가정을 한문으로는 집가()자와 뜰정()자를 쓰지요. 한마디로 가정이란 집안의 뜰이라는 말이지요. 뜰에는 꽃이 있어야 하고 어우러져 피어 있어야 아름답습니다.

가정이란 말은 생각만 해도 포근하고 안락해집니다. 가정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천국의 그림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가정을 작은 천국이라 했지요.

어느 화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보겠다고 화구를 챙겨 길을 떠났다지요. 길을 가다가 목사님과 군인과 신혼부부를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차례로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어냐고? 그러자 목사님은 믿음이라 했고, 군인은 평화라고 했습니다. 신혼부부는 당연히 사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화가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믿음’ ‘평화’ ‘사랑을 한 폭에 그려 넣을 수가 있을까? 아무리 궁리하고 연구해도 그릴 수가 없어 낙심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힘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빠!”하고 달려들어 안기는 아기들. 그 순간, 화가는 자기를 아빠라고 믿어주는 천진한 아기들의 눈동자에서 믿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오랫동안 집을 떠나있었는데도 여전히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는 아내에게서 사랑을 느꼈습니다. 화가는 아이들과 아내가 함께하는 식탁에서 오랜만에 맛보는 평화를 느꼈다고 합니다. 그렇지요. 가정은 믿음의 꽃과 사랑의 꽃과 평화의 꽃이 어우러져 피는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가정은 인간들만 가지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가정이 있고 동료애가 있다고 합니다. 늑대는 일부일처로 부부가 무리를 이끌 때 수컷은 사냥하고 암컷은 육아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어느 한쪽이 죽기 전에는 바람도 안 피우고, 자기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공격할 정도로 가족애가 지극하다고 합니다.

동굴 벽에 붙어 사는 박쥐들도 동료애가 강하다고 합니다, 흡혈박쥐의 경우에는 매일 자기 몸무게의 반 이상이 되는 피를 먹어야 하는데, 40시간 정도 피를 먹지 못하면 죽는다고 합니다. 피를 공급받지 못하는 동료가 있으면 자신들의 위에서 피를 토해 나눠 준다나요. 참으로 눈물겨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황제펭귄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요, 황제펭귄은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의 한파 속에서 암컷은 알을 낳아 수컷의 발 위에 올려놓는답니다. 발등의 털로 알을 품은 수컷들은 몇 초만 드러나도 얼음이 되어버릴 알을 지키기 위해서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발에 알을 품은 수컷들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몸을 맞대어 밀집된 커다란 똬리를 튼다고 합니다. 먼저 몸으로 방풍벽을 핀 펭귄들은 서로의 체온을 모아 겹겹이 껴안으면서 바깥보다 10도나 높은 따뜻한 내부의 공간을 만들어 강강술래 모양을 하면서 안에 있는 펭귄이 바깥으로 바꾸면서 견뎌 낸답니다. 이것을 옹기종기 모여 온기를 만드는 허들링이라 부르지요. 이들은 그렇게 가정이란 뜰의 꽃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점점 가정이 허물어져 가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짐승들도 가꾸어가는 가정이 어느 순간부터 비스킷 조각처럼 부서지는 것 같습니다. 거의 절반가량의 가정이 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인생의 끝자락에 선 노인들까지 이혼의 대열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고 살겠다는 사람은 왜 그리 많은지요? 결혼을 해도 1% 미만의 출산율은 어찌합니까?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을까요? 아주 잠깐이지만,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공간에서 혼자 살아봤습니다. 외로웠습니다. 말할 수 없이 고독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그렇게 매달리나 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잠시나마 심심함을 달래줄지언정 펄펄 끓는 이마를 짚어 주지는 못합니다. 손잡아 따뜻한 체온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목마를 때 물 한 종지 떠주지 못합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다시 한번 가정의 소중함을 느껴봅니다. 노력해야지요.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천국의 그림자. 지금 내 집 뜰에는 무슨 꽃이 피었나요? 5,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모두 믿음과 사랑과 평화의 꽃을 곱게 피워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시기를 권합니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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