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詩 - 오래된 기억
김가연
오래된 기억
김 가 연
하루의 걸음 안으로 지는 해는
수없이 접었다 편 길의 무릎이다
접힌 자국이 헐어가는 길엔
파꽃 같은 사람들이 살고
여름 천변(川邊)엔
물소리를 닮은 미루나무가 자랐다
강둑을 달리던 아이들은
알몸으로 물에 뛰어들었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은
봉숭아 꽃씨 같은 별이 되었다
그 눅눅한 장면들을 넘기면
기다림은 혼자 시들고
나는 저녁 강에 누워
두 손을 모은 채 잠들곤 하였다
김가연 시인은?
서산에서 태어나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9년 ‘열린시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흙빛문학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시간의 배후’, ‘푸른 별에서의 하루’, ‘육백년의 약속’‘즙’과’디카시집‘해미읍성, 600년 역사를 걸어 나오다’등이 있다. 현재 우보 민태원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