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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 치며 시조창 부를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

[조규선이 만난 사람] 120. 방지효 대한시조협회 서산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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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9.1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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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을 하면서 취미생활로 민요를 시작했지만 민요로는 목소리 멋을 낼 수 없어 목이 단단해 진다는 정가인 시조를 배웠다는 방지효 회장. 무형문화재 제25호 이수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그녀는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지금 한 농부의 아내다. 또 미용실도 경영하고 있다. 여기에 시조 동호인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때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조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1인 다역을 소화해 내는 주인공은 방지효(53) 대한시조협회 서산시지회장이다.

 

방 지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필자 사무실을 방문했다. 오는 25일(토) 서산문화원 다목적실에서 제1회 서산 전국남여 시조창경연대회가 있다며 대회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사실 방 지회장 남편(이명식·58)과는 청년시절부터 4H활동 등 농촌부흥운동을 함께 한 30여년의 동지이다.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다.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방 지회장은 이번 대회를 위해 자신이 500만원, 남편과 지인들이 협찬해준 500만 원 등 1000만원으로 대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3채널(대표 윤태금), 이남례 전통한복(대표 이남례), 공감디자인(대표 문신일)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대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며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해미에서 농부의 5남5녀 중 막내딸로 태어난 방 지회장은 소녀시절 정말로 배우고 싶었던 시조창을 요즘 배우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고 했다.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학교운동회나 어버이날 경로잔치에 한복을 입고 단상에서 ‘창부타령’등 민요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런 어머니가 매우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녀가 19세 되던 해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녀는 결국 할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처녀농군으로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그러나 가사일 만 돌보고 있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인생은 나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4-H 캠핑대회에서 새마을운동 서산군지회장이었던 필자의 강의를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는 바로 서산시내 미용학원과 운전학원을 다녀 미용사와 운전면허 자격을 취득했다. 해미면 4H활동도 열심히 했다. 인생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희망과 용기가 생겼다. 1990년 서산군 4H연합회 여부회장에 선임되었다. 당시 지금의 남편이 서산군4H 연합회장이었다. 4H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다 1992년 11월 29일 결혼을 했다.

 

방 회장의 살아온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서울 강서구 유명 헤어숍에서 3년 동안 근무할 때 지금의 남편이 미용실에 왔던 이야기, 미용실에 강도가 들어왔을 때 기지를 발휘해 강서경찰서장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이야기, 홍성 방송통신고를 거쳐 2018년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원 2년 과정을 졸업했는데 이때 국가 무형문화재 제19호 황용주 선생 ‘선소리 산타령’과 ‘경기민요’등을 전수받은 이야기, 아무튼 방 회장은 이명식 회장의 구애와 진실성에 반해 결혼을 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했다.

 

팔봉으로 시집온 방 회장은 부부가 5천 평의 농지를 임대하여 생강, 마늘, 양배추, 대파 등의 농사를 지었다. 그러면서 2003년 팔봉면복지관에서 갖는 스포츠댄스반에 다녔다. 그러나 농사일로 파트너와 약속시간을 맞출 수 없어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민요를 선택했다. 그러나 민요로는 목소리 멋(기교)를 낼 수 없었다. 목이 단단해 진다는 정가인 시조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2010년 여름부터 송소희 국악인을 지도한 대한시조협회 충청남도지회장이신 박석순(72. 당시62세) 홍주국악예술원장으로부터 사사를 받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KBS TV 국악한마당, SBS 스타킹 프로에 4회 출연하는 등 시조의 권위자이다. 홍성으로 배우러 갈 때 갈산 외곽 팔각정에 장구 치며 연습하다 가기도 했다는 방 회장의 이러한 노력은 헛되지 않아 2016년 2월 키르기즈탄 국립극장공연에 출연했다. 2017년도에는 (사)대한시조협회 홍성군지회가 주최한 제19회 홍성전국시조경창대회에서 대상부 장원상(충남도지사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노래 미용봉사활동으로 2019년 자랑스런 한국인 문화대상, 시조창자원봉사로 2020서산시자원봉사자대회에서 성일종 국회의원 표창패를 받았다.

 

요즈음도 매일 저녁 2시간씩 장구치며 시조창을 부르고 있다는 그녀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방 회장은 “조상들의 맥을 이어 후손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요즈음도 전국각지 시조경창대회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아 전국을 누빈다.

 

방 회장은 “앞으로 꿈나무들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초중학교 방과후 활동반의 민요강사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말했다. 국악에 소질 있는 학생들을 발굴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인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다. 시조 속에는 조상들의 지혜, 효, 인성, 민족성이 담겨 있다는 그는 이를 예술재능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는 순전히 남편과 아들, 딸 등 가족의 힘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팔봉 이웃주민과 국악선생님들의 힘도 컸다. 특히 남편의 외조가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거듭 남편의 힘(?)을 강조했다.

 

지노덕체 4H 커플로 만난 방 회장 부부는 지난해 팔봉에 400평의 땅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 땅에 미장원과 주택, 국악원이 들어선 100평의 건물을 신축했다. 입주식이 있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축하해주던 것을 필자가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앞으로 무형문화재 제25호 이수자가 되기 위해 계속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방 회장. 그녀를 보면서 사람의 의지와 집념, 노력은 행복을 만들고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오는 25일 서산문화원에서 갖는 제1회 서산 전국남여 시조창경연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 글·사진=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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