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국제성지 선포…무명 순교자들에게 빛나는 이름 주신 것”

조규선이 만난 사람 117 한광석 해미국제성지 전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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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8.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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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석 신부.jpg
▲어린 시절 성당의 공소를 가기 위해 10리 넘게 걸어 다녔다는 한광석 신부. 그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해미성지를 방문했을 때 유흥식 대전교구장(현재 로마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의 비서실장으로 그분을 뵙는 기쁨을 누렸다고 했다. 그런 인연으로 교황님이 선포해주신 해미국제성지에서 일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레반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 등 지금도 인간존엄성과 귀중한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꿨던 순교자의 정신을 기억하며 우리도 현대의 순교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광석(52, 마리요셉) 천주교 대전교구 해미국제성지 전담 신부가 지난 23일 성지의 문화재지정과 역사공원추진을 위한 자문위원 구성 협의차 필자를 방문했다.

순교자의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 계속되고 있다는 한 신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나의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무명의 순교자가 되어야 한다. 이럴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모두가 함께 잘사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 신부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해미성지를 방문했을 때 유흥식 대전교구장(현재 로마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의 비서실장으로 그분을 뵙는 기쁨을 누렸다고 회고했다. 그런 인연으로 교황님이 선포해주신 해미국제성지에서 일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한 신부에 따르면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매장터인 여숫골에서 이태리 말로 이름 없이’, ‘이름 없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슬픈 표정으로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고 로마에 돌아가서도 한국 성인 특히, 이름 없이 순교하신 분들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필자가 한 신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 이다. 해미읍성축제와 해미국제성지 선포식 개최를 협의하기 위해 성지를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성직자로서 인품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도 놀라웠다. 더욱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성지 앞에 걸려 있는 부처님오신 날을 축하드립니다!’는 현수막이었다. 서산시사암연합회 주최 연등행사에 초청되어 축하메시지도 나누고 왔다고 했다.

한 신부는 해미국제성지는 천주교만의 성지가 아니라 지역주민과 이웃 종교인들과 화합하고 상생하는, 모든 사람들의 성지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성지를 국제성지로 선포한 뜻은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잘사는 세상을 꿈꾸면서 흔적 없이 죽어간 수 백 명의 무명 순교자들의 희생과 삶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 했다.

계속해서 한 신부는 이는 천주교 신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한국인의 자존심을 걸고 세계인을 초대하여 차별 없는 세상과 인간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교육의 장으로 가꾸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신부는 이웃 당진의 석문에서 농부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과 누나, 형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교회장을 하는 등 다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주일이면 당진성당 소속 삼봉공소까지 10리 넘게 걸어 다녔다. 어릴 적부터 열심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분은 신부님이란 세뇌(?) 당했기에 신부가 되는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한 신부는 석문초, 석문중, 부천고등학교를 거쳐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으로 사제품을 받은 후 서강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전교구 사목기획국 차장, 홍보국장, 하와이 한인성당주임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생명윤리신학을 강의하며 20211월부터 해미국제성지에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도의 ABC’, ‘그런 하느님은 원래 없다와 번역서로 가톨릭 성윤리가 있다. 특히 한 신부는 지난해 그런 하느님은 원래 없다책 발간과 관련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학생 때 만난 초등학생이 미국으로 이민간 뒤 대학생이 됐다. 그 여대생을 10여년 만에 만났는데 ()이 없는데 왜 신부를 하세요!’ 라고 물었다. 말문이 막혀 제대로 답을 못했다. 신앙인을 걱정하고 신앙을 거부하는 세태에서 그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미읍성은 올해로 축성 6백년을 맞이했다. 1866년 박해 때는 수 백여 명의 천주교인들이 처형당했다.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도 이곳에서 옥고를 치루고 순교했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도 당시 천주교인이란 이유로 이곳으로 귀양을 왔다. 수많은 순교자들은 멸문을 당해도, 미친 사람이란 소리를 듣고 죽으면서도 인간이 존중받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믿음 때문에 기쁘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제 우리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순교의 삶을 살아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한 신부의 말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사진=조규선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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