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연인과 가면 좋고, 아이들과 가면 더 좋다

[기획] 충남관광 100선 서산 명소 돌아보기 (2) 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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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7.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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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도_다리.jpg
▲웅도로 건너가는 연륙교…다리 양쪽은 모두 갯벌 진흙이 두텁게 자리 잡았고, 멀리 웅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다리는 자동차로 쉽게 건널 수 있었지만, 요즘도 대부분 하루에 2차례씩 다리가 물에 잠겨 건널 수 없다.

 

 

하루 두 번 허락하는 섬

 

때가 되면 바다가 열리곤 했다. 세상 모든 강물은 바다에서 모이는데, 모여든 강물은 큰 물 속에 하나가 되어 자취를 감춘다. 그 큰물이 가끔씩 갈라져 섬으로 사람들을 허락하는 것이다. 대산읍에 있는 섬, 웅도가 그런 섬이다. 관광객이 뽑은 충남 관광 100선 중 서산 명소 돌아보기이번 호에는 웅도를 찾았다. 휴가철 가보고 싶은 섬(행정안전부·한국관광공사, 2016·2017), 비대면 관광지 100(한국관광공사 2020)으로도 뽑힌 가보고 싶은 섬이다. 섬 면적은 1.68, 해안선 길이는 5웅도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김명순 기자, 사진=한은희 기자, 동행=노교람·박영화 기자]

 

곰을 닮은 섬 웅도

 

이름에서 짐작하듯 웅도는 곰을 닮은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곰이 웅크리고 앉은 모양이라는데, 지도로 찾아보니 강아지 꼬리처럼 조도를 달고 있어 꽤 앙증맞다. 그런데 웅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독특한 표현이 보인다. ‘웅도 바다 갈라짐’. 그 유명한 진도와 무창포처럼 이곳 웅도 역시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바닷길 시간 때문에 가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바다 갈라짐 체험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바닷길 넘어 섬이지만 웅도와 육지의 거리는 불과 700m. 수심이 얕은 편이라 만조 때도 징검다리를 놓아 건넜다고 한다. 지금은 다리가 연결돼 바닷물에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한다.

바닷길이 열리면 웅도 주변으로 거대한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해에서도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되는 가로림만이다. 풍요로운 가로림만에 둘러싸인 웅도는 예부터 바지락과 굴, 낙지가 마를 날이 없었다. 금세 자루를 가득 채운 바지락을 마을까지 옮기느라 소달구지가 늘어선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소달구지로 바지락을 옮겼다는 마을 어르신들은 달구지 나무 바퀴가 갯벌에 빠지거나 염분에 쉽게 부식되지 않아 유용한 운송 수단이었다고 전한다. 게다가 웅도는 섬이지만 곳곳에 논과 밭이 흔하다. 갯벌이 없으면 전형적인 농촌이라고 해도 믿을 풍경이다. 집집마다 일꾼 대신 소를 키웠고, 웅도의 소는 자연스레 땅과 바다를 오갔다.

 

여행 중심지 웅도어촌체험마을

 

웅도 여행의 중심지는 웅도어촌체험마을이다. 전국 1위 어업 공동체답게 마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웅도의 특산물인 바지락 캐기를 비롯해 낙지잡이와 망둥어 낚시, 족대 체험이 가능하다. 가족 단위 여행객도 전화로 예약하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예전에는 한나절이면 낙지 수십 마리를 잡아 올릴 만큼 갯벌이 넉넉했지만, 간척 사업 영향으로 지금은 한 마리도 귀한 대접을 받는단다.

특히 웅도어촌체험마을 사무실 옆으로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천천히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빛 바다와 광활한 갯벌, 오붓한 마을과 녹음이 짙은 논밭이 눈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갯벌에 기대 살아가는 칠면초의 자줏빛은 이국적인 정취마저 느끼게 한다. 바닷물이 빠진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배도 훌륭한 피사체가 된다.

웅도는 밖에서 바라봐도 아름답다. 해 질 무렵에는 웅도를 배경으로 붉게 여문 가을 저녁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한 카페 앞마당에는 아이들을 위한 모래 놀이터와 미끄럼틀이 있어 가족 여행객이 머물기 좋다. 바로 옆 캠핑장은 언덕 아래 갯벌이 이어져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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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이장과 인터뷰 하는 김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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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도의 유일한 어린이 7살 서동완 군. 유치원생이다.

 

어획량 줄어 들어 걱정

 

웅도리 김봉곤(54)이장은 이곳 토박이다. 새마을지도자를 거쳐 9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작은 섬이지만 이미 몇 백 년 전부터 이 섬에는 사람이 살았다고 했다.

김 이장에 따르면 김해 김씨의 한 파가 이곳에 정착한지 12대가 지났으니 섬 곳곳에 이 성씨의 유택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사당도 크게 지어놓았다. 전하기로는 조선조 때 역적으로 몰린 김자점이 이 섬으로 귀양 온 것이 김씨의 집성 기원이라 한다.

현재 웅도에는 55가구에 120명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 김 이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없다. 모두 육지에 나가 유학 중이기 때문이다. 7살 유치원생인 서동완 군이 이 섬의 유일한 어린이이다.

주민들의 주된 생계는 굴양식바지락낙지 등 어업이다. 계절에 따라 어종이 바뀌면서 주꾸미 등 다양해지지만, 세계이상기후변화에 어획량이 줄어서 걱정도 많다.

김 이장은 특히 방문객은 잠수교 앞에 물때를 알려주는 알림판이나 자동차 차단기가 없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물살이 가장 빠른 사리때는 삽시간에 물이 차오르는 터라 더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2025년이면 웅도에도 연륙교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다리가 놓이고 나면 편하고 안전하게 웅도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섬을 빠져 나가려고 하자 수령 400년에 달하는 소나무를 꼭 보고 가라고 했다. 소나무는 기대 이상으로 신비했다. 한 뿌리에서 보리수처럼 수십 가닥 줄기가 뻗어 나간 모습이 살아 있는 나무 정령 같았다. 이렇게 신비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도 보호수로 지정이 안 됐다고 한다. 이 소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섬을 빠져 나오면서 계속 생각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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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웅도는 코발트빛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흐드러지게 날려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 기자들은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웅도 탐방을 마치며

웅도 사람들은 마을 가꾸기를 취미로 하는 게 분명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섬을 훑으며 돌아다니는 동안 농촌에서 흔히 보이는 쓰레기며 휴지조각 하나 찾을 수가 없었다. 꽃들은 어찌나 많이 가꿔놓았는지, 집에서 집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한참을 멈춰 서서 꽃을 감상해야 했다.

웅도는 바다가 내주는 시간 동안 느릿느릿 움직이며 그곳 대기를 호흡하고 섬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철학의 공간이었다. 연인과 가면 좋고, 아이들과 가면 더 좋다. 특히나 대기와 갯벌과 바다가 생명으로 충만한 이 여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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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도는 카메라 셔터를 동서남북 어디를 눌러대도 참 멋진 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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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도는 카메라 셔터를 동서남북 어디를 눌러대도 참 멋진 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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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껍질에 굴 포자생식을 해서 1년 후 굴을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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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조시간엔 갯벌에 나가 바지락 캐기ㆍ낙지 잡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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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교는 해가 지고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올 때 다리가 물에 잠기는 모습이 몽환적이고 아름다워 프로 작가들의 야경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다.





김명순 외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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