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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7.0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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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한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떠날 줄 모르는 역병에 힘겨워하고 있는데 더하여 덤비듯 밀려드는 무더위는 심신을 더욱 지치게 한다. 뭇사람들은 잠시 일을 멈추고 뙤약볕 가려주는 서늘한 곳을 찾고 시원한 것을 가까이 한다. 한낮 더위는 낮잠으로 잊기도 한다.

온통 녹여 버릴 듯 내리 쬐는 햇볕이 철모를 달군다. 손에 쥔 소총이 천근만근 쇳덩이다. 온 몸에서 솟아나는 땀은 군복에 추상화를 그린다. 꽉 조여 맨 군화 속에 갇혀 있는 발은 불에 덴 듯 후끈 거린다. 불빛에 달려드는 벌레, 쏟아지는 잠과 씨름하는 초병의 눈 커플이 우주보다도 무겁다. 견디고 이겨야 하는 장병들에게는 그 ‘무엇’이 심지를 차돌처럼 다잡는다.

오늘도 무사한지 아픈 데는 없는지, 자식을 나라 지키는데 보낸 부모, 가족의 납덩이 가슴은 타들어 간다. 찌는 듯 더운 날이지만 자식을 생각하면 선풍기 켜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정화수 떠 놓고 비는 심정으로 무사안녕을 빈다. 만날 날짜를 헤아리는 손가락이 바쁘다.

전생에 서산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군 복무를 서산에 와서 하는 장병들이 많다. 아마 서산을 처음 와보는 장병도 적지 않으리라. 눈에 보이는 것마다 새롭고 하나하나 추억으로 만들어 질 것이다. 배낭을 메고 오가는 장병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믿음직하고 애잔하다. 모두 내 자녀이고 형제며 조카다. 무슨 말이든 들어주고 싶다. 무엇 하나라도 들려주고 싶다. 복무기간 잘 마치고 가족에게로, 일터로, 학교로 탈 없이 돌아가기를 소망한다.

서산에는 들에서 거두고 바다에서 건지는 물산이 풍부하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나온다. 축복받은 땅이다. 넉넉한 품안에서 정겹게 살아간다. 나누고 보태줄 줄도 안다. 요즘은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뿌리를 키운 육 쪽 마늘이 처마에 걸려 바람을 마시고 있다. 갯바람에 줄기덩이를 부풀린 팔봉산 수미 감자도 뽀얀 얼굴을 드러냈다. 햇볕에 그을릴 세라 저온 창고에 들어가 잠에 빠진 채 시장으로 공판장으로 소비자를 찾아 가는 날, 자녀들 손에 들려가는 때를 기다린다.

몇 년 전, 강원도 철원에서 군 복무하는 조카가 할머니께 취나물을 보냈다. 외출 나갔다가 부대 인근 농가에서 채취하는 것을 사서 보내드린 것이었다. 뜻밖의 택배 상자를 받은 할머니는 흐뭇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했다. 거기에는 손자의 얼굴과 정성이 들어 있었다. 더하여 그 것을 챙겨 보내드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음을 짐작하며 안도하셨다. 군에 간 손자가 보낸 것이라 더 애틋했을까? 어느 귀한 선물보다 소중하게 어루만지셨다. 어머니는 10년이 훨씬 지난 일을 지금도 말씀하신다.

서산에는 다른 지역에 연고를 둔 장병들이 많이 있다. 이 장병들이 부모님이나 친척들에게 서산의 특산물을 보내드리는 일을 추진했으면 한다. 지금쯤은 감자, 마늘 단품이나 혼합세트가 좋겠고 겨울에는 어리굴젓이 제격일까 싶다. 김장철에는 바닷물로 절인 배추는 어떨까? 서산명물 감태, 뱅어포는 선물로 으뜸이겠다.

장병 봉급으로는 부담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크기로 상자를 만들어 포장한다. 장병이 반쯤 부담하고 시와 농·수협, 생산자 단체, 협회 등에서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택배회사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참여했으면 더욱 의미가 크겠다. 여럿이 뜻을 모아 방법을 찾으면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리하면 장병들에게 가족사랑 정신을 북돋아 주고 흐뭇한 마음에 사기도 올라갈 것이다. 받는 부모, 친척들은 뭉클함 속에 안도할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서산의 특산물을 전국에 알리고 소비처를 확대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서산’이라는 이름을 깊게 새길 수도 있다. 장병들도 서산에서 복무하던 때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기게 될 것이다. 군 장병들이 복무하던 지역에서 맛 본 경험이 전국으로 알려진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일동 막걸리, 의정부 부대찌개도 그 하나다. 잘만 하면 전국에 소비자를 확보하는 계기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석사조, 일석오조 그 이상의 효과가 보인다.

육군 병장 조카는 취나물을 보자 할머니께 보내드리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 작은 상자를 받고 기뻐하며 시름을 잊던 어머니의 푸근한 모습이 여운으로 남아있다. 간단한 인사문과 함께 받아보는 서산의 특산물에서 느낄 부모들의 모습을 그려보자. 서산의 각 기관ㆍ단체ㆍ기업들이 군부대와 뜻과 힘을 모아 장병의 이름으로 ‘서산’을 보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전 서산시 부시장 ㆍ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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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부모님께 ‘서산’ 보내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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