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6-18(금)

밤에 사는 사람들

김풍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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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6.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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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 않지만, 때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도 있다. 일 때문에 자지 못하는 경우도 그렇지만, 멀쩡한 날의 불면증 또한 괴롭기 한이 없다. 오죽하면 성경에도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잠을 주신다고까지 하셨다. 잠이 보배라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잠은 우리에게는 필요하고 중요하다.

엊그제 밤에는 잠이 심술을 부리는 바람에 두어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10시경에 자리에 눕는다. 2시쯤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잠들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새벽 기도회에 나간다. 이것이 밤의 일상인데, 엊그제는 무언가 생체 리듬이 고장 났다. 잠잘 시간이 되었는데도 정신이 말똥말똥했다. 잠이란 고집불통이어서 억지로 부른다고 냉큼 오지는 않는다. 그걸 알기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엊그제 사 온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몇 페이지 읽다 보니 졸렸다. ‘이제 자도 되겠지’라며 자리에 누웠으나 이 무슨 심술인가? 다시 정신은 맑아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일어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1시간을 견뎌도 잠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에라! 다시 일어나 소설을 읽었다. 읽다가 졸려 누웠으나 아까처럼 잠은 오지 않고 엉뚱한 생각만 오락가락했다. 어찌해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야속하게도 알람이 일어나기를 재촉했다. 이런 날엔 사정 좀 봐주지. 하지만 알람은 우직하게도 4시 반에 깨웠다. 셈해보니 두어 시간 남짓 잔 것 같다. 왼 종일 어질어질하고 졸린 기분이 들었다. 집중력도 흐려지고 피곤했다. 문득 둘째 아들 생각이 났다. 둘째 아들은 3교대 근무하는 근로자다. 일주일 단위로 근로 시간이 바뀐다. 평소엔 그러려니 했던 아들의 근로 환경에 대하여 무심했던 죄책감이 몰려왔다. 물론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수면할 때는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살지만, 야간 근로의 어려움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단 하룻밤 잠을 자지 못했어도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걸 둘째 아들은 벌써 여러 해째 일상으로 살고 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이에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가슴이 뻐근히 저려 왔다. 아비의 동정심이 부질없다는 걸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밤을 사는 사람들이 어찌 아들뿐이랴? 산업체 근로자들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잠을 자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밤을 새우고 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도 밤에는 쉬셨다. 밤은 모든 생명체에게 주신 신의 선물이다. 밤엔 빛을 가려주신다. 잠을 자게 하기 위한 신의 배려다. 그래서 일부 야행성 동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동식물은 잠을 자야 한다. 밤에 자지 않는다는 건, 신에 대한 저항이다. 밤은 활동을 위한 휴식이고 준비 시간이다. 그걸 역행하여 산다는 건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밤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 경찰들, 소방관들, 그들이 잠을 자지 않고 부릅뜬 눈으로 지새우기에 국방이 지켜지고 치안이 유지되고 불을 끌 수 있다. 생명 살리는 의료종사자들이 있다. 한 번쯤은 구급차에 실려 가거나 아니면 병원에 입원해 보신 경험들이 있을 거다. 그때 촌각을 다투는 생명을 살려준 게 누구였던가? 수송과 운송을 담당하는 종사자들은 또 어떤가?, 택배 기사들, 신문 방송 종사자들, 편의점 사장님들, 내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곳곳에서 밤에 사는 사람들이 잠과 씨름하고 있다. 이들이 있기에 우린 평안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가 있다.

성경에 ‘마음의 고통은 자기가 알고, 마음의 즐거움은 타인이 참여하지 못하느니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 하다’는 말도 있다. 인간이 굉장히 뛰어난 존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의 일은 크게 느끼지 못한다. 만일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밤에 사는 사람들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혼란스럽고 얼마나 불편하고, 얼마나 삶의 질이 떨어지겠는가? 감사하자.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지구라는 통나무는 밤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쉬지 않고 굴러간다. 하룻밤 불면증으로 얻은 교훈을 새삼 되새겨본다.<시인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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