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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0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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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에 맥을 쓰지 못하던 여름이 기어코 뒤끝을 보이듯 맹렬한 늦더위가 9월이 되자마자 맥없이 무너졌다. 아침저녁 선선한 날씨는 여름을 견뎌낸 보상이라도 되는듯하다. 어느새 밤이면 창문을 닫고 이불깃을 끌어당기게 한다. 계절은 달력을 넘지 못하는가 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서 좋고 읽는 것이 즐거운 때가 되었다.

늘 하던 대로 인터넷신문 ‘디트뉴스 24’를 열었다. 최종암 기자가 쓴 ‘서산시 해미읍 땅에 묻힌 보물이 있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먼저 글 가운데 일부를 간추려 옮긴다.

「1652년(효종 3년) 해미읍성에 있던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이 청주로 이설되면서 당시 반양리 구해미에 있던 해미현 관아가 읍성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해미현감이 호서좌영 겸영장이 되기 전까지 해미 반양리에는 해미현감 관아 및 관사가 존재했으며, 겸영장은 해미읍성과 반양리 관사를 오가며 업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관사가 지금 관터로 30-18번지에 과거모습 그대로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초기 충청도 군사권을 행사하는 거점으로서의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은 원래 덕산에 있었으나 충청 서해안 수호가 중요시 되면서 1417년(태종 17년) 해미로 이설됐다. 이후 충청병마절도사영으로 개칭됐고, 청주로 옮기기까지 230여 년간 충청지역 병영을 다스렸다. 해미읍성은 충청병마절도사영이 호서좌영성으로 축소되면서 이름을 굳힌다. 축소는 됐지만 해미현감이 정3품 호서좌영장을 겸함으로써 예하에 13개 군현을 거느렸다. 그런 의미에서 반양리 관터로에 있는 목조 가옥은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다. 그 건물은 지금의 75세 정화석 어르신의 소유지만 과거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드넓게 둘러친 뒤란 기와담장은 고아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가옥을 지탱하고 있는 아름드리 기둥이나 대들보, 지붕을 떠받치는 서까래, 벽지, 아담한 연못…, 모두가 하나같이 유서 깊은 역사를 켜켜이 쌓아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3년 전부터 지붕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지 않고 돌보지 않으니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정화석 어르신은 가옥을 보호하기 위해 기와지붕 위에 함석을 덧대는 수고를 했다. 고 가옥은 해미읍성과 연관지어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보배로운 유적이다. 반양리 옛 관사를 중심으로 주변을 새롭게 조성하면 이야기가 있는 유서 깊은 유물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역사유적지가 ‘방치’되고 있다는 내용에 아쉬움이 컸다. 당국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과 활용 등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요지였다. 기자의 심정을 읽는데 ‘무엇인가’가 다가 왔다. ‘서산, 보물’이라는 단어가 흥미를 더하여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 하여 ‘서산의 문화’, ‘서산문화춘추’, ‘서산의 지명사’까지 뒤적였다. 막상 찾다보니 다른 분야까지 읽게 되어 하루 종일  책에 빠져들었다. 당장 찾아가고 싶은 곳, 알고 싶은 이야기들이 무더기로 들어왔다. 역시 고향의 역사는 서산사람인 필자에게는 털어낼 수 없는 DNA로 자리했나 보다. 몇 권의 두툼한 책을 옆에 두고 읽는데, 마침 시에서 보내주는 ‘서산소식’이 배달되었다. 받으면 언제나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는다. 3면에 ≪서산, 백제의 미소를 만나다.≫라는 책이 나왔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배영금 작가가 10년 동안 만난 서산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속에서 서산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담은 ‘서산인물기행집’이라 했다.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다 책 욕심이 많은 필자는 그 책을 구하고 싶었다. 어디에 연락하면 될까 궁리하다 시 자치행정과 김기윤 팀장이 떠올라 부탁하니, 마침 한 권 가지고 있다며 흔쾌히 보내주겠다고 했다. 다음 날 택배로 도착했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을 텐데도 아낌없이 보내준 김 팀장이 고맙고도 미안했다.

즉시 포장을 뜯어 읽었다. 수록된 100분의 인물을 살펴보니, 알만한 분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나름 고향 서산을 잊지 않고 지낸다는 자부심으로 지내 왔는데, 부끄러웠다. 작가의 정성과 문인다운 산뜻한 글맛이 읽기에 부드러웠다. 평범한 삶이 배어나는 진솔한 이야기로부터 낡은 것에 생명을 불어 넣고 지켜가는 사람,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승화시킨 분들까지 발로 뛰어 얻은 100가지 스토리가 실린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했다. 서산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한 애장도서 하나 추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서산 원 도심 이야기≫를 읽고 어릴 적 추억을 찾아 정들었던 거리에 빠져들었는데, 올해는 서산의 인물들을 책으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고향 분들의 정과 삶의 모습, 역사와 문화가 뜻있는 분들의 손에 의하여 속속 찾아 발표되고 있으니 의미가 크다. 모두 서산의 역사가 되는 탑을 쌓는 일이다. 그 탑이 더욱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010-6456-6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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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보물’과 ‘백제의 미소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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