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3-31(화)

시 청사, 이전만이 능사인가?

[가기천의 일각일각]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20.03.18 11:02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가기천.jpg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일 년 여 전, 이미 썼던 글을 주제로 또 쓰는 일이 과연 적정한지 싶어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쓴다. 서산시가 수면 아래로 잠겨있던 청사이전과 관련한 사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는 소문이 들려서다. 그동안 두 차례 용역을 했는데, 또 다시 용역을 주고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의견을 듣는다고 한다.

대전시는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기구가 확장되고 공무원이 늘어나니 이를 수용할만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했다. 문제는 현재의 자리에 증축하느냐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느냐가 관심사항이었다.

얼마 후 둔산 신시가지개발지역으로 신축 이전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명분은 ‘시민편의를 위해서’였다.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청사 주변의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면 중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일부의 의견은 설 곳이 없었다.

얼마 후 둔산 신도시에 고층으로 쌍둥이 건물을 짓고 이전했다. 이미 법원, 검찰청, 국세청이 이전했고 충남도청, 경찰청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서 구도심 공동화를 걱정하던 때였다. 시청이전은 구도심 쇠퇴를 가시화했고 충남도청 이전은 쇠락을 가속화했다.

비록 다른 기관은 옮겨 가더라도 시청만큼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여론은 외면되었다. ‘구도심’이라는 회색 빛 용어를 ‘원 도심’이라고 바꾸고 담당부서까지 두면서 ‘원 도심 재생사업’에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이미 기력이 쇠한 몸을 회복하는 데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시 청사를 이전하여야 한다는 큰 명분이었던 ‘시민편의’를 생각해보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이 평생 동안 시청을 찾을 일이 몇 번이나 되는가?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불과 얼마의 시간이 더 소요될 뿐이다.

신청사에서 가까이 사는 시민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반면 구 청사에서 가까이 사는 시민은 멀고 불편해질 일이다. 앞으로 전자정부가 진행되면 사람들이 관공서를 찾을 일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각 기관에서 필요한 서류와 사실 확인은 상호 행정망으로 조회하는 것으로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 호적초본 하나 발급받으려면 본적지 읍면사무소를 찾아가야 해서 하루 종일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토지대장 등본도 토지소재지 시ㆍ군청에 가서 장시간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민원자동발급기가 있어서 전국 아무 곳에서도 웬만한 서류를 쉽게 떼 볼 수 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가능하다. 앞으로 이런 수고조차 하지 안 해도 되는 때가 멀지 않았다. 결국 청사는 시민이나 민원인보다 공무원의 사무 공간으로의 기능이 더 크게 될 것이다.

서산시가 청사이전 문제를 다시 꺼낸 이유는 현 청사가 비좁고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행정 능률이 떨어지고 시민 불편이 크다는 것이다. 맞다. 하루 빨리 해결해야할 과제다. 더구나 최근 공무원 증원으로 비좁은 공간에서 일해야 하는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통합청사는 꼭 필요하고 빨리 세워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방안으로 필자는 현 청사 부지를 활용한 신ㆍ증축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여러분들로 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필자는 30여 년 전, 공주시청에 근무하면서 시청 이전계획 단계부터 신축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당시 공주시 청사는 구 공주읍사무소에 조립식 가건물을 세우고 일을 보자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이전문제는 최대 현안이었다. 마침 강북 신관지구에 신도시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론은 시청이 신도시로 가야한다고 했고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의 판단은 달랐다. 신 개발지역은 자생능력이 있어서 굳이 시청이 가지 않아도 되겠지만 여기에서 시청이 떠나면 이 지역은 낙후되고 말 것이라며 현 청사 인근에서 후보지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각계 시민들을 만나 설득하며 이해를 구했다. 그리하여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 당시 시장의 혜안과 설득력, 추진력을 보면서 ‘행정의 달인’이라는 명성이 그냥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확인했다.

서산도 시청 가까이에 있던 주요 기관들이 모두 외곽으로 이전했다. 이제 시청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마져 떠날 것인가? 만에 하나 시청마저 옮겨 간다면 서산의 수 백 년 행정중심지는 빈터만 남게 된다. 시청은 기능성과 상징성을 갖는다. 기어이 옮겨 갈 수밖에 없다면 주변의 사회적ㆍ경제적 위축에 대한 충분하고 실현가능한 대책을 먼저 마련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인구감소시대에 짓는 신도시는 블랙홀과 같다. 주변에서 사람과 활력을 빼앗아 자신을 채운다. 원 도심은 스스로 쇠락한 게 아니라 뺏고 털린 것이다”라고 했다.

만약 시청이 떠난다면 텅 빈 공간에 감돌게 될 서늘한 기운보다 더 할 심리적 허탈감을 헤아린다. 현 위치에 신ㆍ증축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놓고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에 변함이 없다.

서산타임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91854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 청사, 이전만이 능사인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