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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입장이 되고 보니

[행정칼럼] 한명동 인지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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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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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악을 거부하고 선을 실행하려는 마음씨, 즉 도덕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정 반대로 순자(荀子)는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악하며 관능적 욕망과 생(生)의 충동이 일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하였다. 학창시절 나는 두 위인의 학설 중 누가 옳은지 결론지을 수 없었지만, 성선설(性善說)을 믿고 싶었다.

몇 해 전만 해도 낯설던 ‘갑질’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인지 너무 익숙하고, 미디어에 심심치 않게 다양한 갑질 사례가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법령에까지 명시하는 것으로 볼 때 우리 사회에서 갑질 근절이 쉽지 않다는 반증으로 생각돼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우리 서산시도 얼마 전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공분야 갑질근절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공공분야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공공분야에서 발생하는 갑질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기준, 갑질 행위에 대한 처리절차 및 예방대책을 제시해 갑질을 근절하고 상호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 조성을 위해 개최하고 있다.

갑질이란 공무원이 직무권한 또는 지위ㆍ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 민원인, 부하직원, 산하 기관ㆍ단체 등의 권리나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공분야 갑질 행위는 시급히 청산되어야 할 대표적인 생활적폐로 손꼽혀 왔다.

흔히 선배들의‘내가 젊었을 때는 이랬다, 저랬다’는 무용담을 젊은이들은 싫어한다. 돌이켜 보면 나도 선배들의 그것들을 잔소리로 치부하며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선배의 위치가 되고, 선배의 입장이 되어보니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젊은 후배들이 잔소리로 생각하고 본의 아니게 갑질로 오해받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진다. 나의 의도는 좋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스트레스로 느낀다면 이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후배 공무원들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역지사지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의 문을 닫는 것이 갑질을 근절하는 해결책일까? 물론 아니다. 갑질 근절을 위해서 가장 핵심은 소통 즉 대화이다.

대부분 오해와 불신의 시초는 소통 부재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소통에는 방법이 중요하다. 후배들이 대화를 이끌어 가고 선배들은 경청해야 한다. 업무적인 내용이든 업무 외적인 내용이든 후배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다만, 이런 상황 자체를 후배들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니 적절한 상황을 유도하는 것은 선배의 몫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와 같은 끼인 세대는 좀 억울할 수 있으려나? 젊었을 때는‘갑질’신고할 곳도 없고 선배들에게 갖은 설움을 다 받았는데 이제 나이 드니 후배들 눈치나 보라는 소리인가 하고 섭섭해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갑질’의 핵심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나이가 많다고 꼭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직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이순(耳順)에 가까워지는 시점에 있는 선배들이 후배들과 소통을 통해 맹자의 성선설을 믿었던 나의 바람이 이루어지고 공직사회에서 갑질 문화가 사라지길 희망한다.

서산타임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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