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아내의 몫 했을 뿐이에요”
[화제의 인물] 열녀 조병희 씨
결혼 직후 감전사고로 손과 발을 잃을 정도의 크게 다친 남편을 떠나지 않고 궁핍한 생활속에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려온 아내가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동문동에 사는 조병희(73ㆍ사진)씨.
결혼 후 외아들을 둔 조 씨는 여느 가정 못지않은 화목한 가정의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 그녀에게 불행이 찾아든 것은 1975년. 아들이 2살 되던 해 발생한 남편의 감전 사고는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수차례의 수술을 받았는데도 남편은 손은 절단되고 발가락도 4개가 손상됐다. 혼자서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시댁 어른들은 젊은 새댁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남편을 두고 나갈 것이라 예상하고 전세금마저 빼버렸다. 그녀 자신도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남편을 떠나야겠단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시댁의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그녀는 핏덩이 자식까지 두고 야반도주까지도 생각했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다잡은 것은 친정어머니였다.
독실한 카톨릭 집안이었던 친정어머니는 “지금 남편을 두고 떠나면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게 될 것”이라며 “한번 맺은 부부의 연을 끊는다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다행히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위로금이 나왔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혼자서는 밥조차 먹을 수 없는 남편을 돌보기엔 너무 벅찰 것 같아 남편의 허락을 받아 고향에 조그마한 땅을 사서 귀향했다..
남편과 함께 고향에 정착한 그녀는 하루하루 전쟁과도 같은 생업에도 남편을 치료하는 것을 절대 잊지 않았다. 소독약 2병을 다 사용해도 모자랄 만큼의 환부가 컸다. 남편에게는 용기와 희망이 필요했고, 반려자인 자신이 수호천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는 걸을 수 없는 남편을 위해 특수 자동차운전면허증 시험에 도전하게 했다. 대전에 있는 면허시험장에서 필기시험을 보다 시험지가 땅에 떨어져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수록 그녀는 남편의 기를 살리는데 주력했다. 면허증을 받던 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보람의 눈물이었다.
그녀의 이런 신념은 신앙의 힘이었다.
조 씨는 “너무 불쌍하잖아요. 혼자서도 걷기는커녕 목욕도 할 수 없고, 밥도 먹을 수 없는데…그래서 틈만 나면 기도했지요. 이 시련을 이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요”
그러면서도 그녀는 남편케어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다.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팔목에 갈퀴를 달아 운전대와 고정시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자신이 외출할 때는 밥상에 과일까지 챙기기까지 했다. 그렇게 정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질 때 시련은 또 찾아왔다. 2017년 남편이 위암 선고를 받은 것.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억장이 무너졌다.
40년을 넘게 남편의 병수발과 가장 역할에 심신은 지칠 대로 지치고 고단했지만, 조 씨는 이번에도 아내로서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16차례의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1년여를 함께 있다 먼저 먼 길로 떠났다.
그녀의 선행은 가정 밖에서도 이어졌다. 마을의 크고 작은 궂은일도 마다 않고 묵묵히 헌신하며 이타적 삶을 이어왔다.
조병희 씨는 “아내로서의 해야 할 도리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힘든 순간도 적지 않았지만 이웃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허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