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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9.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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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가 봉급을 전날 신권으로 집에 갖다 주게 하고 당일은 출장을 가라고 지시를 해야 할 만큼 일상화되어 있던 외상 관행은 거의 사라졌다. 외상값 받으려는 사람들의 발길로 부산했던 사무실 풍경도 좀처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때는 그것이 생활이고 나름의 문화였다. 누런 봉투 안에 들어 있는 현금을 어림셈해 보던 기분이 어떤 것인지, 통장에 찍힌 차가운 숫자를 짚어가며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샐러리맨의 상징은 월급봉투다』 -「K군수와 봉급 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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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가기천(사진) 전 서산시 부시장이 대전광역시와 대전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필집 ‘사탕의 용도’를 펴냈다. 부제는 ‘문득 생각에 잠기다 꺼내 보는 자전적 에세이’이다.

수필전문지 ‘에세이 포레’로 등단한 저자는 여러 문학지와 언론에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다. 이 수필집은 저자가 10 여 년 동안 기고한 글과 평소 써 두었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모두 56편의 글을 5부로 나누어 실었다.

제1부 ‘나날’은 옛날과 오늘 의 일상생활에서 느낀 이야기를 감성과 이성을 담아 엮었다.

제2부 ‘세태’는 무리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태를 저자 특유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제3부 ‘자취’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하나하나의 소재를 찾아 오늘에 되살려 냈다.

제4부 ‘노래’는 노래에 사연을 얹어 지난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제5부 ‘인생’은 사람의 삶의 역정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음미하게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겪고 느낀 일들을 중심으로 감성에 이성을 버무려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세태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고 갈 길을 비춰준다.

제목으로 삼은 ‘사탕의 용도’는 연로한 어머니가 입안에 침을 돌게 하고 쓴맛을 덜고자 사탕을 곁에 두고 지내시던 모습이, 어느새 이제 자신이 그런 처지에 이르고 있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군 생활을 하 때 사탕에 엮인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썼다. 재치와 뭉클함이 배어있다.

저자는 수필을 ‘밭’으로 보았다. 마음을 가꾸는 텃밭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 놓는 대나무 밭이라고 했다.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숱하게 많은 글을 썼지만 정작 자신의 글은 없었다. 퇴직 후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사연과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온 몸의 신경을 잡아당겨 글자를 찾고 단어를 끄집어내어 썼다.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농장을 꿈꾸지 않고 호미 하나 들고 일구는 규모면 족하다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고 했다. 몇 발짝 걷지 않아도 되는 내 땅에서 한두 가지 작물을 키우는 것으로 곳간을 가득 채우는 것 이상의 흡족함으로 풍년농사를 지었다고 여긴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미 수백 편의 글을 썼다. 이번 낸 책은 그 가운데서 고른 것이다.

저자의 글은 서정적이며 논리적이다. 세월과의 대화이고 세태에 대한 관찰과 평가다. 추억에 잠기게도 하고 변하고 잊혀가는 세태를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터치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한다. 누구나 보고 겪은 이야기, 그냥 지나쳐 볼 이야기도 저자의 예리한 눈으로 세태를 바라봄으로써 공감을 얻게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서늘한 글로 눈물샘을 자극하게 한다.

한편, 저자는 서산타임즈에 2011년부터 ‘가기천의 고향 서정’과 ‘가기천의 일각일각’을 쓰고 있다. 중도일보에 2006년 ‘가기천이 띄우는 아버지의 편지’를, 2010~2012년에는 세설(世說)과 시사에세이를 썼다. 디트 뉴스24에는 2013년부터 ‘가기천의 확대경’을 쓰고 있다. ‘자랑스런 서산인 상’과 에세이 포레 작품상을 받았다. 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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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천 수필집‘사탕의 용도’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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