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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9.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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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법에 따르면, 5년 단위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게 되어있다. 1년짜리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5년 단위로 국가재정에 관한 계획을 짜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따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수립돼 있다.

이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처의 국ㆍ과장급 관료들과 국책연구기관 등이 참여해서 보고서들을 작성한다. 총괄보고서와 교육, 복지, 환경 등 각 분야별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총괄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주목할 만한 대목들이 있다. 대한민국이 다른 국가들의 경제ㆍ사회구조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한 내용이다.

우선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기준)은 이미 웬만한 국가들에 못지않다. 단순히 국내총생산(GDP)를 인구수로 나눈 명목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하지만, 물가와 환율까지 반영한 구매력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 프랑스와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구매력은 ‘상품을 얼마나 살 수 있느냐’는 것을 기준으로 보는 것인데, 그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6년에 이미 35,000달러로, 일본(37,500달러), 프랑스(37,200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렇게 1인당 국민소득은 꽤 늘었는데, 우리가 느끼는 삶의 질이나 행복도는 왜 높아지지 않을까? 2013년에 프로토와 러스티치니(Proto&Rustichini)라는 학자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면 행복도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행복은 1인당 국민소득 순이 아닌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가 맞는다면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1인당 국민소득이 아니다.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났지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겠는가?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과도하게 집중된 사회라는데 있다. 위에서 언급한‘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분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수도권에 초집중된 국가이다. 수도권 집중도가 상당히 높은 국가로 분류되는 일본이나 프랑스보다도 훨씬 더 집중도가 높다. 수도권의 좁은 지역에 전체 인구의 50%가 몰려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ㆍ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당장 수도권의 집값과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물려받은 것 없는 청년이 돈을 벌어서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높은 집값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부채경제이다. 금융기관들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그런 대출이 집값을 올리고 유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 속에서 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하여 이미 대한민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1,500조원을 돌파한 실정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이다.

주택만이 아니라 상가와 빌딩들의 가격도 너무 높다. 이런 건물들을 지탱하는 것도 부채이다. 부동산개발업자들은 자기 돈 없이도 금융기관 등의 돈을 빌려서 건물을 지어 왔다. 그리고 수도권은 점점 더 확대돼 왔다. 정부는 이런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인구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도로와 전철 등을 새로 건설해서 수도권에 접근하기 좋게 만들었다. 그래서 점점 더 넓은 지역의 사람들이 서울로 출퇴근하게 되었고, 수도권의 평균 통근시간은 세계적인 수준에 달하게 됐다. 수도권의 1일 통근(출퇴근) 시간은 평균 2시간으로 OECD 평균인 1시간보다 2배나 더 긴 실정이다. 심지어 인구밀도 높은 중국(94분)이나 인도(64분)같은 나라들보다도 더 길다. 이러니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인구가 주는 비수도권은 활력이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탈집중ㆍ분산정책 뿐이다. 정부는 수도권집중을 심화시키는 모든 정책을 중단하고, 비수도권의 중소도시와 농ㆍ어ㆍ산촌으로 인구를 분산시키는데 국가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는 사람들에게 주택을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그 지역의 의료, 복지,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전체적으로도 이익이 되는 일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생각해도 탈집중이 필요하다. 서울과 주요대도시들은 에너지와 식량을 외부에 의존하고, 쓰레기는 외부로 버리는 지속 불가능한 도시들이다. 이런 도시들에 사람들이 몰려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더 흩어져서 살아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서산타임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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