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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자에게 책임이란?
    1977년 겨울, 영화 ‘타워링’을 관람했다. 미국에서 만든 재난영화였다. 샌프란시스코에 135층으로 세워진 세계 최고층 빌딩 ‘글라스 타워’. 맨 꼭대기에 위치한 연회장에서는 빌딩 개장 기념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때 81층 배전반에서 일어난 스파크가 인화물질로 옮겨 붙어 불이 났다. 영화는 소방관들이 불길 널름거리고 매캐한 연기 자욱한 건물에 진압하여 불을 끄는 과정과, 연회장에 갇혀 있던 이들이 가까스로 탈출하는 긴박한 장면을 담았다. 초대형공사를 하는데 얼마 되지 않는 비용을 아끼고자 값싼 전기 자재를 쓴 것이 원인이었다. ‘책임 의식’으로 영화를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충남농촌진흥원에서 경리사무와 재산관리업무를 담당할 때였다. 진흥원에서는 온실과 실험실에서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가공공장에서는 동력전기를 쓰는데 영 개운치 않은 상황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윗분들께 말씀드리고 예산을 전용하여 수선계획을 세웠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 대수선 공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동력선에서 누전차단기가 자주 나가자 퓨즈 대신 구리선을 사용한 것을 발견하였다. 퓨즈를 박스 채 구입하여 주고 아낌없이 사용하라고 했다. 연 2회 하는 안전점검을 매월 실시했다. 도에서 관리하는 지방도와 중장비운영을 관장하는 사업소의 서무계장으로 일할 때였다. 용접작업을 할 때 정비사들이 절연장갑과 안전화를 착용하여야 하는데 이를 꺼려했다. 불편하고 작업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고가인데 비하여 예산이 부족한 원인도 있었다. 다른 예산을 돌려 충분하게 지원했다. 만약에 인명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장비 부족이 원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불도저, 굴삭기, 그레이더 등 수 십대의 중기를 운영하는데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바퀴가 있어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장비는 모두 보험에 가입하기로 하고 예산을 요구했다. 개소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두말없이 예산을 세워주었다. 중장비라 고액이다 보니 그 해 보험료가 칠백만원 쯤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와 장비 파손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대덕군 어느 면에서 쉬쉬하고 있던 자동차사고 보상 문제가 불거졌다. 대전시로 편입하는데 사무인계인수 과정에서 표면화된 것이었다. 군에서 면에 보험료를 내려 보냈지만 담당자의 업무소홀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 사이에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피해자 측에서 수시로 치료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요구했다. 마땅한 대책이 없는 면에서는 그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다 결국 드러났다. 예산을 세워 처리했다. 담당자는 문책을 면할 수 없었다. 상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어느 군 식산과장으로 있을 때였다. 정부양곡 도정공장과 보관창고를 일제 점검하는데 위반사항은 그날그날 시정조치를 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전체 점검이 끝난 후 일괄 조치지시를 하는데, 그 때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날그날 통보했다는 것이었다. 마침 점검 기간 중 어느 창고에서 화재가 나서 전소되고 많은 양의 양곡이 소실되었다. 수사당국에서 원인을 조사하였는데 군에서는 미비 또는 위반사항을 신속하게 시정조치한 관계로 무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음에 담았다. 공직자의 업무에는 ‘책임’이 따른다. 한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물론이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하는데 소극적이라거나 ‘안 된다’고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책임지지 않으려는 데에도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판단의 문제는 관용 받을 수도 있지만 법을 어기거나 반드시 실행하여야 할 일을 소홀히 하면 책임을 면할 도리가 없다. 감사에서 위법·부당한 행정처분 사항이 발견되면 확인서와 함께 ‘관리자 조서’를 받는다. 행위자와 관리자의 책임소재와 경중을 따져 문책대상자를 가리기 위한 조치이다. 실무자는 물론이고 관리자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무자는 우선 내부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제때, 꼭 해야 하고 관리자는 잘 챙기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것이 결국 공직자 자신과 조직을 위하는 일이다. 앞에서의 사례는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일로 작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무적인 일, 보이는 업무에 대한 잘못은 문책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공직자에게는 이 보다 더 큰 책무가 있다. 바로 시민들에게 도움과 희망을 주는 것, 지역의 미래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온갖 열정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만일 못한다거나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엄중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마련이다./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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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15
  • 베풀 때 찾아오는 행복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역대 최고치란 기사에 놀람도 멈췄다. 예상하기는 연말에 9천여 명, 내년 1월 말쯤에는 1만 1천 명까지 확진자가 나올 수 있을 거란 기사도 있다. 돌아보면 온통 어두운 소식뿐이다. 코로나 여파로 금리와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어들어 가정경제는 점점 더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다. 너도나도 어렵고 힘든 이 시기에 그나마 마음 훈훈하게 녹여주는 따뜻한 기사가 있어 위안을 받는다. 매년 이맘때엔 어김없이 나타나는 얼굴 없는 천사, 바로 김달봉 씨가 또 거액의 기부금을 놓고 갔다고 한다. 지난 3일, 현금 1억 2천만 원을 든 검은 봉투를 전북 부안 군청에 놓고 갔다고 했다. 2016년부터 매년 거액의 기부금을 기탁 하였고 지난해에는 마스크 20만 장을 사서 소외 계층에 전달해달라며 1억 2천만 원을 기탁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기부하는 김봉달 씨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말 인천 3개 구의 공동모금회에도 김봉달 씨가 나타나 1억 5천만 원을 기부했고,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몇 년째 연말마다 1억 원씩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숨기고 선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 자선을 베풀 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김봉달 씨가 기독교 신자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고 더불어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그 정신이 고귀한 것이다. 또 다른 기사도 있다. 1천 원짜리 백반을 파는 식당의 이야기다. 광주 대인시장 안에 있는 ‘해 뜨는 식당’에서는 벌써 11년째 백반을 1천 원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자장면 한 그릇 값도 5천 원이 넘는다. 치솟는 물가에 7천 원, 8천 원은 줘야 밥다운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요즘 단돈 1천 원에 백반을 먹을 수 있다니 이는 공짜나 다름없다. 가격이 싸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나 독거노인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이곳 말고도 전국 여러 곳에서 자비를 베풀고 있다. 이문수 신부님이 운영하는 ‘청년 밥상’이라든가 청주의 ‘만나 김치 식당’, 인천의 ‘민들레 국수’ 같은 곳들이다. 행복에 이르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의 욕망을 채워 얻는 행복감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을 비우고 남의 행복을 주는 방법이다. 문제는 자기의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느끼는 행복 또한 그때 잠시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이, 남의 행복을 주는 방법은 오히려 자신이 더 큰 행복감과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봉사 후에 갖는 심리적 포만감으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까지 가장 높은 상태로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마더 테레사 효과’ 또는 ‘슈바이처 효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벌써 25년 전 이야기다. 필자가 성연농협에서 근무할 당시에 중앙회에서 각 사무소의 업무실적 향상을 위해 각종 시상금을 내걸고 독려했었다. 물론 대규모 조합과 소규모 조합의 평가 기준은 달랐다. 당연히 성연농협은 소규모 조합에 속했다. 년 초에 계획을 세워 전국 1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여러 부문에서 상위에 속하여 상금을 받았다. 상금을 모아 한꺼번에 쓰기로 하고 적립했다. 제법 모인 상금을 어떻게 쓸까를 궁리하다가 그저 회식비로 날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내 불우 이웃을 돕기로 하고 직원들의 의향을 물었다. 전 직원이 기꺼이 동의해줘 면사무소에서 20여 명의 명단을 건네받고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물품을 전달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물품을 전달하고 온 직원들의 얼굴이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기억이 생생하다. 코로나19처럼 기부 행위도 전염된다고 한다. 기부 천사 김봉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1천 원짜리 식당이 더 번창했으면 좋겠다. 구세군 자선남비의 종소리가 들릴 때가 되었다. 한두 사람의 희생이 아니고 십시일반 더불어 사는 기쁨, 베푸는 기쁨이 넘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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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14
  • 여성 신체 본뜬 인형 수입은 불법
    [요지]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성행위 도구가 관세법상 수입이 금지되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두46421 판결) [사례] 원고가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남성용 성행위도구인 이 사건 물품의 수입신고를 하였으나, 피고(세관장)가 관세법 제234조 제1호 소정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보류 처분을 한 사안. [대법원 판단] 관세법 제234조 제1호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 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또는 그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은 수출하거나 수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37조 제3호는 ‘세관장은 이 법에 따른 의무사항을 위반하거나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이라고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여기서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음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의 음란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사회의 성윤리나 성도덕의 보호라는 측면을 넘어서 미성년자 보호 또는 성인의 원하지 않는 음란물에 접하지 않을 자유의 측면을 더욱 중점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4. 11. 선고 2008도25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이 사건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 이 사건 물품은 그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비교하여 그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물품의 전체 길이(150cm), 무게(17.4kg), 얼굴 부분의 인상,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성기 외관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물품이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라고 판단하고,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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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14
  • 삶의 해석
    지난 1년 가까이 숨 가쁜 나날이었다. 조금은 지쳐가는 걸 느끼면서도 보람 있는 삶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모처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겨울에 들어섰는데도 청명하고 포근한 날씨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천수만 간월호로 차를 몰았다. 바다와 간척지 사이를 갈라놓은 천수만 방조제(지방도 96호선)를 시원하게 달리면서 차 안으로 들어오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시원하다. 평온함을 준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걸 다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생긴다. 궁리까지 갔다가 유턴하여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엔 끝없이 펼쳐진 간척지가 보였다. 넓은 들판엔 검은 흙만 드러나 보였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늦가을의 쓸쓸함이 온 들녘을 가득 채웠다. 한 달 전만 왔어도 황금물결 치는 곡창을 보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일었다. 길가에 있는 간이 전망대 옆에 차를 세웠다. 바로 옆에 큰 입간판이 있었다. 그 유명한 물막이 공사에 쓰인 유조선과 고 정주영 회장의 사진도 붙어있다. 안내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심장박동의 빨라짐을 느꼈다. 나는 발끝만 보고 살았다. 그분은 지도를 보며 살았다. 나라의 국토를 넓히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셈할 수 없는 천혜의 수산자원 보고를 잃었다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식량의 문제를 생각하면, 그 당시의 판단이 그르다고만은 할 수 없을 듯하다. 안내문 끝에 이런 글이 있었다. ‘가지 않는 자에게는 길이 없지만, 가는 자에게는 없는 길도 만들어 간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 어떤 눈으로 삶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정주영 회장의 중동 건설에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났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은 중동 건설에 뜻이 있어 관리를 파견했는데 보고 받기를 중동지방엔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고 따라서 물도 없고 보이는 건 모래와 자갈뿐이며 술과 여자도 없어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그때 중동에 다녀온 정주영 회장은 비가 오지 않으니 1년 내내 일할 수 있으며, 모래와 자갈이 지천이니 자재 조달이 쉽고 술과 여자가 없으니 돈을 낭비하지 않아 좋고, 물은 오일을 싣고 온 유조선에 물을 퍼가면 되고, 낮에 자고 밤에 일하면 더위를 피할 수 있으니 더 없는 조건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불리한 조건들이 정주영 회장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온 세계가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중동 건설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어디를 보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세상은 달리 보이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의 이런 긍정적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초속 8m의 무서운 급류로 인해 집채만 한 바위와 돌을 부어 넣어도 금세 떠내려가는 물막이 공사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기상천외한 유조선 공법을 생각해 낸 그 원동력도 바로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같은 사물도 상하좌우로 또는 가까이 멀리서 볼 때 그 모습이 달라 보인다. 휑한 바람만 부는 간척지 벌판에 몇 무리의 철새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보기엔 황량한 들판이었지만, 철새들에게는 겨울을 날 희망의 보금자리다. 시각을 바꾸니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도 자기를 노예상에게 판 형들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요셉의 가족을 살리는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해석했다. 요셉이 만일 원수를 만났다고 시원하게 복수를 했더라면 어떻게 이스라엘이라는 한 민족을 이룰 수 있었을까? 며칠 전, 15주나 앞당겨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됐다. 몸무게는 겨우 288g에 불과했다. 1%의 생존율에 도전한 서울 아산병원 신생아과 김애란 교수는 아이의 몸무게를 뒤집어 팔팔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아이를 볼 때마다 그 이름을 불러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이름대로 그 아이는 이제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인생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눈으로 삶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도 세상도 변한다. 새삼 고 정주영 회장의 삶이 더욱 돋보이는 하루였다./김풍배(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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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8
  • 충남도는 갑질로 설움 받는 도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닌 사는 곳(live)이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공공주택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게 했다. 지난 2015년 내포신도시에도 민간건설사 임대아파트가 처음으로 공급됐다. 민간임대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보다 비교적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내포신도시는 공동주택 건설에 따른 아파트 분양 열기만큼 한 모델하우스 앞에서 주민들의 항의와 투쟁으로 뜨거웠다. 집회는 지난 10월 9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37일 동안 열렸으며, 주민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고 차가운 거리에서 추위에 떨며 항의의 목소리를 내봤지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지난달 3일 한 도민이 필자를 찾아왔다. 내용을 들으며 그동안 도민이 겪었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 5년 후 분양 전환을 조건으로 홍보했으며 임차인의 2/3 이상이 동의하면 분양 전환할 것을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건설사가 분양 전환에 대한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5년 전 신청한 하자보수는 감감무소식이고 지하 주차장에는 건설폐기물이 쌓여 방치돼 있으며, 계약하고자 하는 주민 90여 명에게는 전라도 광주까지 불러 임대계약을 맺도록 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집을 좀 보고 싶다는 계약자에게 잔금을 치러야 볼 수 있다고 말하고는 잔금을 치르고 집에 들어가 보니 거실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어 치워줄 것을 요구하자 입주 청소는 입주자가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조선비즈 칼럼을 통해 “입주하면 ‘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배신’”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세대 전체가 임차인이라는 이유로 위탁운영 업체와 관리업체로부터 홀대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위탁운영 업체도 ‘갑’ 노릇을 하는데 하물며 민간임대주택의 건설사는 얼마나 ‘갑’ 중의 ‘갑’이겠는가. 이런 일이 충남도청을 비롯해 도 교육청, 도 경찰청 등 주요 행정기관이 이전한 내포신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필자는 도청 소관부서 과장과 면담을 통해 도민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민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도지사가 직접 건설사 사장을 만나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아무리 민사적인 문제라지만 도민이 갑질로 인해 설움을 겪고 있다면 당연히 행정기관이 나서서 중재하고 도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행정기관에서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도민의 주거 불안 문제가 조기에 관철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며 현장의 피해 도민들을 만나 다른 피해사례는 없는지 살피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마련에 힘쓰고자 한다./이종화 충남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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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8
  •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재외선거제도
    내년 3월 9일 실시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8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으며(공직선거법 제15조 제1항),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국민들도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 재외선거를 할 수 있는 재외국민은 재외선거인과 국외부재자로 나뉜다. 재외선거인이란 한국에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을 말하며, 국외부재자는 한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재외국민을 말한다.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은 ‘재외선거인 등록’이 되어야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 등록은 투표하려는 선거의 60일 이전에 되어야 하므로,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22. 3. 9.의 60일 이전인 2022. 1. 8.까지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해야 한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5 제1항). 예전에는 주민등록이 있었는데, 국외이주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도 주민등록이 없는 경우일까? 2015. 1. 22. 이전에는 재외국민 주민등록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국외 이주하는 경우 주민등록을 말소하였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도 주민등록이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과거 국외이주 등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도 ‘재외선거인 등록’대상이 된다. 단 2015. 1. 22. 재외국민 주민등록제도가 시행되면서, 국외이주신고를 하고 출국한 국민들도 재외국민으로 분류만 될 뿐 주민등록이 말소되지는 않으므로, 그런 경우에는 재외선거인 등록 대상이 아니다(아래에서 살펴볼 국외부재자신고의 대상이 된다). 재외선거인 등록이 되면, 재외공관에서 대통령선거, 그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보궐선거 제외)에 투표할 수 있다.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은 재외공관에서 가능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선거 홈페이지(https://ova.nec.go.kr)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5 제1항). 주민등록이 있는 재외국민은, 다시 둘로 나뉜다. ‘재외국민 주민등록’을 한 경우와 주민등록을 하고 해외에 잠시 체류하는 경우이다. ‘재외국민 주민등록’을 한 경우는, “외국의 영주권(永住權)을 취득한 자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가 주민등록을 한 경우로(주민등록법 제6조 제1항 제3호), 사실상 해외에서 주로 거주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국외부재자신고를 하면 대통령선거, 그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보궐선거 제외)에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주민등록을 하고 해외에 잠시 체류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주로 거주하면서 해외로 출장, 유학, 여행 등을 가서 선거일 당일에 한국에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국외부재자신고를 하면 대통령선거, 지역구·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보궐선거 제외)에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이들 모두 선거일 150일 전부터 60일 전 사이의 기간에 서면, 전자우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https://ova.nec.go.kr)를 통해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면 재외선거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22. 3. 9.의 60일 이전인 2022. 1. 8.까지는 국외부재자 신고를 해야 한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4 제1항) 재외선거는 선거일 14일 전부터 9일 전 사이의 기간(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22. 2. 23.부터 2022. 2. 28.까지)에, 재외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한 날짜에 재외공관에서 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17 제1항). 재외선거인 등록 또는 국외부재자 신고를 한 사람이, 출장, 유학, 여행 일정 등이 변경되거나, 국내로 입국할 일이 생겨서 위 재외투표기간에 한국에 있게 된 경우에는, 재외투표기간 개시일(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2022. 2. 23.) 이전에 귀국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출입국사실증명서 등)를 주소지(주소지가 없는 경우 최종주소지 또는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면, 선거일에 국내에서 투표(귀국투표)도 가능하다(공직선거법 제218조의16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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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8
  • 올해에도 국화꽃은 피었다
    세월에 날개를 달았는지 노년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어느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서 있다. 부춘산 자락에 국화꽃 몇 송이가 수줍게 웃고 있다. 다른 꽃들은 다 졌는데 아직도 저렇게 피어 있다니…. 해마다 열리는 국화 축제에 아내와 함께 다녀왔는데 코로나19로 이태나 못 가봤다. 갑자기 국화꽃이 보고 싶어 차를 몰고 고북면으로 향했다. 농원 뒤에 있는 공터에 차를 세웠다.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넓은 국화밭에는 파장한 뒤끝처럼 적막감마저 들었다. 몇 군데 듬성듬성 국화를 베어낸 자리엔 꽃을 딴 줄기만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 많은 면적에 갖가지 색깔과 다양한 종류의 국화꽃이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 많은 꽃을 혼자 보는 맛도 특별했다. 국화꽃들의 속삭임까지 들리는 듯했다. 곳곳에 많은 사람이 지나간 흔적들이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근심은 여기에 놓고 국화꽃 향기만 갖고 가세요’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놓고 간 시름과 아픔이 꽃마다 서려 있는 듯했다. 우두커니 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외로움과 고독과 쓸쓸함이 밀려왔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떠올랐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애달피 울었고 긴긴 여름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목 놓아 울었다. 무서리가 내리던 날 노랗게 핀 국화꽃 한 송이. 얼마나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는가?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거렸고 다른 꽃들이 다 시들어갈 때 무서리 속에서 비로소 꽃대를 밀어 올려 노란 꽃을 피운 국화꽃이 아니던가? 국어책에 나왔던 ‘낙목한천에 너만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라는 시조의 한 대목도 읊조려졌다. 모진 고난을 이겨내고 피어난 국화꽃이 바로 꿋꿋하게 절개를 지킨 선비의 모습과 닮았다는 뜻일 것이다. 국화는 꽃도 아름답지만, 그 향기 또한 그윽하다. 농원에 있는 꽃의 빛깔도 모양도 다양하다. 그런데도 꽃에서 나는 향기는 어느 꽃이든 한가지다. 몇 해 전 내가 섬기던 교회의 모 권사님 댁에 심방을 가면 으레 노란 국화꽃 차를 내왔다. 찻잔에 동동 떠 있는 국화꽃이 서서히 제 몸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했다. 한 모금 마시면 국화꽃 특유의 향기가 입안에 감돌면 정신이 맑아짐을 느꼈다. 농원 한쪽 밭에 노란 감국을 따로 재배하여 그 꽃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쪽으로 모아 핀 꽃도 좋았지만, 그래도 여러 색깔과 모양의 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모습이 더 좋았다. 국화꽃을 보면서 사람도 이렇게 어우러져 살 때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보았던 안타까운 기사 한 토막이 생각났다. 무관심 속에 탈북자 한 사람이 사망했다는 기사였다. 그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10년 이상 머물다 2018년 말 혼자서 한국에 왔다고 했다. 임대 주택에 살림을 꾸렸지만, 외로움과 정착의 어려움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며 술로 인한 간경화로 고생하고 있었다고 했다. 사망한 지 일주일쯤 지나 발견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2년여를 지나도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조차 없다. 백신 접종으로 이제는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되려나 했는데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면엔 온통 어두운 기사뿐이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는 오르고 서민경제는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어둠 속에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아이로 태어난 생존율 1%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를 살려낸 기사였다. 체중 288g, 키 23.5cm로 예정일보다 15주나 앞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1%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만든 것이다. 무서리가 내리던 날 꽃을 피운 국화꽃처럼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 올해에도 국화꽃은 피었다. 김풍배(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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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1
  • 일명 ‘윤창호법’위헌 결정
    일명 ‘윤창호법’ 위헌 결정.(헌법재판소 2021. 11. 25. 선고 2019헌바446, 2020헌가17, 2021헌바77(병합) 결정)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 25일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음주운전금지조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하여 위반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인데, 그 구성요건을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로 정하여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고, 과거 위반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일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 그런데 과거 위반행위가 예컨대 10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이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라거나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이를 일반적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구별하여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한 경우 재범인 후범에 대하여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예컨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과거 위반행위를 근거로 재범으로 분류되는 음주운전 행위자에 대해서는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한 차량의 종류에 비추어, 교통안전 등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행위가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으로 정하여 그와 같이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되어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수 있으므로, 재범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치료나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다. ○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범 음주운전행위까지 일률적으로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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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2-01
  • 그럼에도 감사
    불행 중 다행이란 말이 있다. 이는 좋지 않은 일이 더 번지지 않고 잘 마무리되어 다행스럽다는 뜻이다. 사람이 한세상 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불행을 만날 수 있다. 그때 절망하지 않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마음이 바로 이런 긍정의 힘일 것이다. 11월 15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송승환 배우의 기사를 읽고 매우 감동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4급으로 시력을 잃은 배우였다. 그는 30 Cm의 세상에 포위되어있다고 했다. 그 너머는 아득한 절벽과 같다고 한다.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지 4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밝게 웃으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만큼이라도 보인다는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한단다. 시각을 잃자 청각이 더 예민해졌다며 무대에서 반응할 때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됐다며 그것을 뜻밖의 수확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병에 걸리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후유증이 우울증과 자살이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되진 말아야지. 시계는 좁아졌지만, 저 세계는 넓어졌어요. 일상을 유지할 방법을 찾느라 새로운 의욕도 생겼지요. 이제 책은 전자 파일로 바꿔서 듣고 문자 메시지는 500원짜리 동전만 하게 확대해보고 넷플릭스 영화는 자막 읽어주는 기능을 사용해 감상합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란 걸 의식하고 살지 않는다. 연출가 장윤정씨는 ‘가끔은 선생님 눈이 안 보인다는 걸 깜빡 잊을 정도’라고 했다. 그의 아내조차 함께 길을 걷다가 “저 꽃 예쁘지?” 한다고 한다. 그럴 때 퉁명스럽게 “난 안 보여!”라고 할 때가 있다며 농담처럼 “앞으론 눈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녀야겠어”라고 했단다. 그 긍정의 힘, 감사한 마음이 그를 4급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더 드레서’ 리어왕 역으로 맡아 연극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송승환씨는 불행을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럼에도 감사를 찾은 것이다. 지난 주말 아침 교회 차를 운행하다가 잠시 잊은 것이 있어 평소 주차하는 곳에 주차하려고 후진하다가 뒤에 있는 승용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멀쩡히 서 있는 차를 받은 것이다. 물론 다소 좁은 길이었지만 조심하면 비킬 수 있는 간격이었다. 전적으로 나의 불찰이었다. 차종은 모닝이었고 새 차였다. 아무리 훑어봐도 연락처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사고 접수를 한 후, 간단한 내용을 적어 유리창에 끼워놓았다. 오후에 차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정을 설명했더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좋은 분들이었다. 사고 당시가 생각났다. 사람이 타고 있었더라면 어쩔뻔했나? 나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가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사고는 순식간에 난다. 아무리 조심 한다고 해도 일어나는 게 사고다. 운전하다 보면 아찔할 때가 수도 없이 많다. 생각해보면 자동차가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를 알면서도 매일 생각 없이 타고 다닌다. 무사고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박완서 소설가의 ‘일상의 기적’을 다시 음미해본다. 그는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 지었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지금, 감사를 느끼고 계시는지? 우리들의 입으로는 감사를 외치지만,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면 그것이 아주 당연한 걸로 안다. 정말 그럴까?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언제 어떤 일들이 터질지 모른다. 우리가 평범하게 보낸 하루, 그 평범함 자체가 감사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쳐가고 있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극에 달해있다. 그럼에도 감사함을 찾아보자. 말하고 듣고 보고 걸을 수 있다는 것만 가지고도 감사할 일이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오색 단풍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태양은 내일 다시 떠오른다. 매일매일 잠들기 전 오늘 하루가 무사했음을 감사하자. 김풍배(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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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25
  •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
    [사건요지] 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혼외 성관계 목적으로 다른 배우자가 부재중인 주거에 출입하여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피해자(남편)의 처와 교제하고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처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이르러 피해자의 처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였는바, 공동주거에 있어 그 주거에서 거주하는 사람 이외의 자(이하 ‘외부인’이라 한다)가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 사건 [대법원 판단] 그동안 대법원은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이후 공동주거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출입하였다 하더라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위 내용의 종전 대법원 판결은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말하고,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당시 객관적,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고,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재중에 피해자의 처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출입이 부재중인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 자료제공 :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산출장소 (041-667-4054, 서산시 공림4로 22, 현지빌딩 4층, 전화법률상담 국번없이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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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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