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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확인의 소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요지]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확인의 소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다207547 판결) [개요] 원고가 사립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코로나19 감염병과 관련하여 허위 진술을 하였다는 이유로 정학 2일의 징계를 받은 후 학교법인인 피고를 상대로 징계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소 계속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안. [대법원 판결] 확인의 소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허용되는 것이지만, 과거의 법률관계라 할지라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확인의 이익이 있습니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에 해당하므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➀ 초·중등교육법령상 징계 내역이 기재된 학교생활부 내역은 준영구적으로 보존됨. ➁ 교육부훈령인「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라 학교생활부 기재사항을 정정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재학 당시 또는 졸업한 이후라도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정정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음. ➂ 초·중등교육법이 위와 같이 학교생활기록부의 작성·관리·보전·정정 등의 방식 내지 절차에 대하여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는 이유는,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임용시험령 등에 따라 상급학교 내지 공무원에 지원·응시하는 자는 학교생활기록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그로 인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사항이 대상자의 교육을 받을 권리, 공무담임권, 직업의 선택 등 여러 방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임. ➃ 개인정보 보호법 제4조 제4호에 의하면 정보주체인 당해 학생으로서는 개인정보인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하여 정정 등을 구할 권리가 인정되고, 그 절차는 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서 정한 바에 따르게 됨. ➄ 결국, 원고로서는 피고가 작성 및 관리하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위 징계 내역이 잘못된 경우 그 정정을 요구할 수 있고, 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학교생활기록부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므로, 징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징계 내역이 기재된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요구에 필요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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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7
  •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올해는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4년이 되는 해입니다. 3월이 되면 새봄을 맞는 기쁨과 아울러 늘 함께 떠오르는 것이 3.1 운동의 아픈 역사입니다. 그러나 3.1 운동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도 늦어졌을지도 모르며 국제사회의 이목도 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3.1 운동은 아픈 역사이자 한국 민족 운동사에 우뚝 솟은 민족 저항운동이었습니다. 1919년 3.1 운동은 종교 지도자들이 앞장섰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공포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지도자들 대부분 종교단체로서 천도교 추천 15명, 기독교 추천 16명, 불교 추천 2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16인의 기독교 지도자 중 목사와 전도사가 15명 그리고 평신도 1명이었습니다. 삼일 운동 후 한국교회는 엄청난 핍박을 받았습니다. 민경배 교수(백석 대학교)는 “3.1 운동은 역사의식에 민감한 한국교회에 의하여 치밀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된 운동이다. 3.1 운동은 이처럼 한국교회와 군국주의 일본과의 정면 대결이다”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제암교회 강신범 담임목사가 발간한 ‘제암교회 3.1 운동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1985년 초판 발행으로 129쪽에 불과한 소책자였지만,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알았던 제암교회의 비극적 학살 사건을 소상히 알 수 있는 귀중한 책이었습니다. 당시의 참상을 소개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1919년 4월 15일 발안 주재소 일경들과 당시 수원에 주둔하고 있던 제78연대 소속 아리따 다께오 중위가 이끄는 헌병 1개 소대 30여 명이 화성군 제암리에 들어왔습니다. 발안 주재소 사사까(佐板) 소장과 조희창(趙熙彰)(일경의 앞잡이)은 예배당을 향하여 가까이 다가오면서 “지난 4월 5일 발안 장터에서 너무 심한 매질을 하였기에 사과하고자 왔으니 15세 이상의 남자 신자들은 모두 예배당에 모이라”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된 거짓말이었습니다. 이미 죽음을 각오했던 선열들은 조금도 두려움 없이 교회로 모였습니다. 잠시 후에 사사까는 강단 앞에 서서 호주머니에서 주모 인사의 명단이 기록된 종이를 꺼내 들더니 주모 인사의 명단을 호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터에 나간 사람까지 불러들였습니다. 그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이자 교회 현관에 있던 일경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낸 후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일경과 헌병들은 예배당 문마다 나무를 대고 못질한 후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헌병 대원 30명은 예배당을 포위하여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의 참사를 지켜보던 가족들이 울부짖자 그들을 향해 총을 쏘고 칼로 찔러 죽인 후 불을 놓아 태웠습니다. 일경과 헌병들은 교회 옆집부터 차례로 불을 질렀습니다. 33호의 조용한 초가 마을에 외딴집 한 집만 남겨 놓고 모조리 불태웠습니다. 예배당 안에는 남자 21명, 예배당 뜰에서 부인 2명이 불에 타서 죽었습니다. 또한 500m 떨어진 고주리로 달려가 두 가정에서 천도교인 6명을 밧줄로 결박하여 산으로 끌고 가 총을 쏘아 죽인 후 나무를 그 위에 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이것이 제암교회 사건의 전말입니다. 이 사실은 캐나다 의료 선교사 스코필드 박사가 제암리 사건을 전해 듣고 1919년 4월 17일 사건 현장을 찾아와 현장을 둘러보고 일경 몰래 사진을 찍어 일제의 만행을 우방에 폭로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일국교 정상화한 후, 사건이 있은 지 26년 후 1965년 10월에 뜻있는 일본 교회 지도자들이 찾아와 속죄하고 그들이 돌아간 후 낡고 비가 새는 제암교회의 재건을 위해 모금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 뜻을 제암교회에 알렸으나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끈질긴 사죄와 진실한 참회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해서 1969년 교회와 유족회관을 지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당시의 참상과 역사적 교훈을 후손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저자 강신범 목사는 맺는말에서 “이제 민족의 현실을 근심하여 내일의 조국 번영을 기다리며 우리는 민주 독립을 위해 피 흘려 돌아가신 순국 정신을 간직할 것이며 우리 후손들의 가슴 속에 길이 심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역사는 미래를 살아가는 소중한 교훈입니다. 다시는 제암리 사건 같은 민족의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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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1
  • 수급인의 행위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 여부
    [요지] 수급인이 자신의 레미콘차량으로 도급인 사업장에서 제조·생산된 레미콘을 공사현장에 운반하고 돌아오던 중, 하천 인근 교량에서 레미콘 잔여물과 먼지 등이 묻어 있는 레미콘차량의 후미를 세척하면서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여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한 경우 도급인에게 조업정지 처분을 하는 것이 적법한지의 여부.(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두49953 판결) [개요] 원고(도급인)로부터 레미콘운반도급을 받은 수급인이 자신의 직원을 통해 수급인 소유의 레미콘차량을 이용하여 원고의 레미콘을 공사현장으로 운반하던 중 공사 현장으로부터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레미콘차량을 세척하면서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였고, 관할관청이 이를 이유로 조업정지 45일 처분을 하자 도급인인 원고가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조업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 [대법원 판결] 물환경보전법 제2조에 의하면 ‘점오염원’이란 폐수배출시설 등으로서 관거·수로 등을 통하여 일정한 지점으로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배출원을 말하고(제1의2호), ‘폐수’란 물에 액체성 또는 고체성의 수질오염물질이 섞여 있어 그대로는 사용할 수 없는 물을 말하며(제4호), ‘폐수배출시설’이란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물, 기계, 기구, 그 밖의 물체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제10호 본문). 같은 법 시행규칙 제6조 [별표 4]는 그 위임에 따라 폐수배출시설에 해당하는 시설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제2호 53)항에 의하면 ‘시멘트·석회·플라스터 및 그 제품 제조시설’은 폐수배출시설에 해당하고, ‘레미콘차량’은 관련 시설로서 이에 포함된다. 또한, 같은 법 제33조 제1항은 폐수배출시설을 설치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38조 제1항 제1호는 제33조 제1항에 따라 신고를 한 사업자는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아니하고 배출하거나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아니하고 배출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물환경보전법령의 입법 취지 및 내용 등에 위 시행규칙 제6조 [별표 4] 제2호 53)항에서 레미콘차량의 소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더하여 보면, 레미콘차량은 사업자의 소유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폐수배출시설인 이 사건 사업장의 관련 시설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제3자가 이 사건 레미콘차량으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제조·생산된 레미콘을 공사현장에 운반하고 돌아오던 중, 하천 인근 교량에서 레미콘 잔여물과 먼지 등이 묻어 있는 이 사건 레미콘차량의 후미를 세척하면서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여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한 사안에서 레미콘차량은 사업자의 소유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폐수배출시설인 원고 사업장의 관련 시설에 해당하고, 위와 같이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한 행위는 물환경보전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전단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조업정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상담전화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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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1
  • 왜 정치가 이 모양인가?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고, 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다는 말이 오늘날처럼 가슴에 와 닿는 때가 또 있었을까? 왜 그러냐고? 요즈음의 국회의원들이 하는 짓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치인이 한강에 빠지면 구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놓아둘 것인가?”라고 묻자 “빨리 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강 물이 오염되기 때문”이라는 개그까지 나왔겠는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주의가 성숙했다는 독일도 정치인을 납치한 사람이 ‘돈을 주지 않으면 정치인을 다시 풀어주겠다’라는 개그가 있다. 그만큼 정치인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단이요, 혐오대상이 되어버렸다. 입만 열면 국민의 요청이요, 국민을 위해서란다. 하지만 그들의 가면을 한 꺼풀만 벗기면 그것이 거짓이요, 자기를 위하고 자기 패거리를 위함이 드러난다. 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단계가 국회의원 법안 발의요, 두 번째 단계가 관련 상임위원회의 심사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가 법제사법위원회 법적 검토며 네 번째 단계가 본회의 표결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상임위에서 계류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2012년 5월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되었다. 패스트트랙은 국회 선진화법 제82조 2(안건의 신속 처리)의 ‘신속처리안건(신속 안건)’에 해당한다. 어떠한 안건을 신속 처리 대상으로 지정하고자 할 땐 재적 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동의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거나 상임위 소속 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동의서를 해당 상임위원장에게 제출한다. 의장이나 안건의 상임위원장은 곧바로 무기명 표결에 부치고, 재적의원 또는 위원회 재적 위원의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된다. 신속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심사는 최장 180일에서 90일로, 미의결 시 자동으로 법사위에 부쳐진다. 법사위 심사는 최장 90일. 역시 미의결 시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본회의에 올라가서도 최장 60일간 안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물론 빠른 법안 통과가 필요할 경우 국회의장은 ‘직권 상정’ 권한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후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이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법안도 빠르게 통과될 수 있다는데 있다. 지난 5년간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이 더 많이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것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거대의석을 가진 당이 다른 당과 협치를 내팽개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의회 독재요, 독주다. 한마디로 ‘승자독식’이지 민주적 절차에 의한 입법 활동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민주당이 추구한다는 ‘민주주의’는 독식이요, 반 공화제였다. 그것이 민주 없는 민주당이라는 볼썽사나운 꼬리표를 달게 된 이유다. 국회 활동이나 민주당과는 관계없는 성남시장 때 저질렀던 잡범 수준의 범죄를 저질러도 불체포 특권이라는 방탄 국회를 통해서 막아 주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편 들이여 모두 국회에서 나 좀 못 잡아가게 해 달라”고 하면 우르르 달려 붙는다. 이들이 헌법기관이요, 국민을 위한다는 의원이 맞는지 묻고 싶다. 계몽주의 사상가요, 교육자이었던 루소는 “유권자들은 선거할 때만 주인이 될 뿐이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제로 돌아간다.”고 말한 바 있다. 루소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국민들과 그들의 정부 사이에 맺어진 ‘사회적 계약’이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기초라고 믿었는데 정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며, 정부는 오로지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루소가 본 사회현실은 대중이 종종 감정과 열정에 의해 흔들리는가 하면 선동가들과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들에 의해 쉽게 현혹되거나 조종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맥락에서 유권자들이 선거 때에만 주인이 된다는 루소의 발언은 명언임이 틀림없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처럼 선거에 당선되어 의원 배지를 달게 되면 그날부로 자기가 주인으로 군림한다. 그들은 국민의 동의 없이 국민들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 자원과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법을 만들고, 국민들을 정부에 대한 ‘노예’ 또는 ‘복종’의 대상으로 본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결함이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장애 요소다. 따라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성취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누가 의원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파악하여 그런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나의 귀중한 한 표는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한 표를 구걸하는 양아치 무리의 여의도 아지트를 만들어 주는 표로 둔갑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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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1
  • 항아리 탑에서 배운 교훈
    지난해 12월,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절구 집 돌박사 김 선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비가 세워졌으니 와서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습니다. 해미면 오학리 향교 밑 바로 앞마당, 느티나무 아래 아담하고 깔끔한 돌에 필자의 졸작 ‘돌탑 쌓기’의 시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기왕 간 김에 안내해 주는 대로 이곳저곳을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미 기암괴석들을 보아온 터라 처음 보았을 때보다는 감동이 적었으나 오로지 일생을 돌과 함께한 그의 열정과 노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다니다가 문득 항아리끼리 포개어 쌓은 항아리 탑을 보았습니다. 항아리끼리 올려놓아 위태롭기 그지없는 항아리 탑. 어떻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견뎌내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렇게 위태롭게 올려놨는데 넘어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더니 “둥글기 때문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마치 번갯불이 머릿속을 관통하는 듯했습니다. 며칠 전 어느 성도의 말이 가슴에 박혀 욱신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구름에 가렸던 태양이 불쑥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항아리 탑에 얼마나 모진 비바람이 몰려왔을까요? 부딪고 흔들며 밀어댔을까요? 그래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항아리가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둥글어서 비껴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삽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상처를 받고 사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 필연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중에 말이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프다고 합니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모로코 속담도 있습니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5만 마디의 말을 하고 산다는데 어찌 말에 실수가 없겠습니까? 그러기에 야고보 사도는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라고 단정을 지었습니다. 그만큼 말은 상처라는 무기를 항상 품고 있습니다. ‘상처라는 풀은 친밀감이라는 밭에서 자란다’라는 말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상처에 노출되어있습니다. 상처를 받는 것은 다 외부에 있는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 안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에서는 자료만 제공할 뿐이지 정작 상처는 내 안에서 자랍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처의 크기와 길이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태풍이 몰려와도 받아주지 않고 비껴내는 항아리처럼 흘러버리면 상처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항아리 탑을 보다가 문득 제주도의 돌담이 생각났습니다. 제주도는 태풍의 길목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도 제주도의 돌담이 모진 태풍에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중간 중간에 뚫어 놓은 구멍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주쳐오는 태풍을 구멍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간은 항아리나 제주도의 돌담과는 전혀 다릅니다. 감정이 있고 느낌이 있는 생물입니다. 그러나 상처받지 않는 원리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 상하는 말이나 충고의 말은 대개 귀에 거슬립니다. 양약은 입에 쓰다고 했습니다. 충고의 말은 어느 것이든 감사하게 생각하여 나를 돌아보고 고쳐야 합니다. 외모를 고치려면 거울을 보아야 하듯 가까운 사람의 충고는 마음의 거울일 수 있습니다. 자존심 상하는 말엔 애초부터 항아리처럼 돌담의 구멍처럼 무시하고 흘려보내야 합니다. “내가 뭐 그렇게 잘났던가”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상처받을 일도 없습니다. 다 저 잘난 맛에 삽니다. 그는 벌써 잊었을 말을 나 혼자 끌어안고 마음 상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요? 상처를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처를 주지 않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살다 보면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줍니다. 다만, 그걸 인식하지 않고 살아갈 뿐입니다.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언어의 주택 속에서 인간은 산다”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바르고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감정에 동요되어 의도되지 않은 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실수했을 때 지체 말고 바로 사과하는 것도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비판적인 말을 삼가야 합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항아리 탑을 보며 상처받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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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2
  • 명예훼손죄에 관한 위법성조각사유의 해석
    [개요] 명예훼손죄에 관한 위법성조각사유의 해석에 대한 사건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사안] 국립대학교 총학생회장인 피고인이 농활 답사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한 학생회 임원진의 음주운전 및 묵인 관행에 대해 글을 써 페이스북 등에 게시함으로써 음주운전자로 특정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안. [대법원 판단] 형법 제310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등 참조).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니고, 나아가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하거나 획득할 수 있는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ㆍ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건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중요한 부분이 ‘진실한 사실’에 해당하고 주된 의도·목적의 측면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로, 유죄라고 본 원심의 판단에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 (상담전화 : 041-668-7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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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22
  • 서산타임즈와 고향사랑기부제 캠페인
    서산타임즈가 출향인 단체와 함께 ‘고향사랑 기부제’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전국적으로 자치단체나 기초의회 차원에서 이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것을 비해 지역신문에서 자치단체보다 더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해 독자로서 의아할 뿐이었다. 출향인사들의 기부 소식도 지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가 뭐길래 서산타임즈가 이렇게 나서는 것일까? 이유는 서산타임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20년 남짓 지난 2022년 6월에는 인구소멸 지역이 115곳이 된다고 한다. 전국 228개 자치단체가 25년 뒤면 소멸 위험지역에 진입할 것이란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인구감소라는 말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엄청난 과제인데 이제는 인구소멸, 지방소멸이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현실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의 감소가 그 지역의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보다 나은 삶을 원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보다 편리한 지역으로의 이동을 촉진하게 된다. 소위 거대도시는 과밀화가 되어가고 어느 지역은 소멸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의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서산의 이웃인 태안군에서는 현재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없다. 대부분 분만 전 진찰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태안지역 임산부는 서산이나 천안, 대전 등지로 나가서 원정 출산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다. 아기의 탄생부터 엄청난 불편함과 불안함이 시작된 것이다. 육아, 교육, 안전, 문화 등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불편함을 감내하고 지역 구성원으로 삶을 살아가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인구감소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굵직한 대책들이 만들어지고 실행되고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효과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구성원이 살고 싶은 곳을 인위적인 정책만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노후를 조금씩은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바쁜 삶을 위로하기도 할 것이다. 때론 누군가는 여행을 다니며 자신에게 추억이 되었던 곳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 2막을 부모님이 정착한 곳에서 함께 지내는 것을 계획할 수도 있다. 올해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본인이 거주하는 곳 외의 희망하는 ‘고향’ 지자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기부액 1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 10만원 초과분은 16.5%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기부금액의 30%를 지역특산품이나 지역상품권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이 기부금을 활용하여 그 지역의 주민 복리 증진과 지역 활성화에 활용하게 된다. 시행 초기에는 자신의 고향에 기부하고 지역 특산품도 받을 수 있는 1석 2조의 혜택과 함께 다양한 금융상품과의 연계로 많은 사람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의 고향에 기부하고 그 지역에서 생산된 답례품도 받으니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 작은 기부의 시작이 우리 인생의 일부를 보내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어져야 한다. 서산타임즈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꼭 내가 태어난 고향의 의미가 아닌 내가 살아보고 싶은 곳, 내가 살고 싶은 곳, 내가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 등에 대한 기대가 전 국민의 마음에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이렇게 모인 힘들이 나의 꿈의 마을이 실제로 조금씩 변해간다면 20년 후에는 서산타임즈에 ‘살기 좋은 힐링 마을’, ‘지방의 부활’이라는 기사가 ‘고향사랑기부제’라는 프로젝트의 결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이수영(서산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
    • 오피니언
    • 칼럼
    2023-02-14
  • 예술에 대한 지원은 투자다
    이제는 한국의 음식도 세계화가 되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남부 해안 관광 휴양 도시 니스에 초대형 할인(割引)마트 까르푸 안에 한국어 간판을 건 매장이 등장했다고 한다. K-푸드의 열풍이 세계 곳곳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까르푸 매장에 딸과 함께 온 어느 주부는 “넷플리스에서 본 한국 음식을 실제 먹어 볼 수 있어 설렌다”라는 인터뷰기사를 보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짜빠구리’ 열풍으로 라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라면 수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5% 늘어난 7억 6,543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경제는 문화를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음식뿐만 아니라 k-콘텐츠가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분야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뛰어넘으리만큼 크다. BTS를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라고 한다.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1억 4천만 명 이상이 시청하여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로 K-문화를 드높였다. 이처럼 한류가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2월에 발표된 자료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총 7,730만 명으로 무려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인구가 세계에서 14위라는 의미다. 해외 초중고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는 수는 매년 증가하여 2021년에는 43개국 1,800개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커리큘럼에 포함했고 2022년에는 45개국 2,000개교의 커리큘럼에 한국어 수업이 속하게 되었다고 한다(사이버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 학부 공식블로그에서 인용). 이런 결과는 문화 예술의 발전이 경제 발전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 제고 및 기업 이미지의 향상 등 간접적인 효과도 크다 하겠다. 그러나 이런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피와 땀과 눈물과 더불어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진 결과다. 한 사람의 예술인을 길러내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그걸 개인이 담당하기엔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기업이나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술인에 대한 지원사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예술인의 지위 향상을 위해 예술인 등록제도를 만들어 신분을 보장해주고 각종 혜택을 주어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같은 것(예술인 실업급여 형태)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문화재단을 통해서도 예술인 지원사업을 매년 활발히 전개되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예술인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몇몇 소수의 전문 예술인들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지만, 많은 예술인은 경제적 곤란을 겪으면서도 예술인의 길을 가고 있다. 문인의 일은 글을 쓰고, 쓴 글을 책으로 엮는 일이다. 모든 예술이 다 그렇겠지만 한편의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글을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오죽하면 아이를 낳는 고통에 비교하겠는가? 그렇게 힘든 작업 끝에 나온 작품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출판 비용의 일부라도 도움을 받게 된다면 그런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서산시가 도내 최초로 전문 예술인을 대상으로 창작수당을 지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창작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의 직업적 지위와 창작활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조례로 정해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투자는 사회를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다 줄인다고 할 때 더 늘려야 할 곳이 문화 예산이다. 예술을 위해 예산을 쓰는 건 있으면 주고 없으면 못 주는 보조금이 아니다. 소비가 아니고 투자다.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투자다. 2023년의 서산시는 문화도시로서의 원년이 되리라고 한다. 문화의 수준은 선진 국민 삶의 척도이다. 문화는 행복을 나눠주는 힘이다. 행복한 예술인, 행복한 서산시민이 되기를 소망한다./시인·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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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3-02-14
  • 절도죄와 사기죄의 구분
    [요지] 절도죄와 사기죄의 구별이 문제된 사건.(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도12494 판결) [개요] 매장 주인이 매장에 유실된 손님(피해자)의 반지갑을 습득한 후 다른 손님인 피고인에게 “이 지갑이 선생님 지갑이 맞느냐?”라고 묻자, 피고인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허위로 “내 것이 맞다”라고 대답한 후 이를 교부받아 가져갔는 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를 절도로 볼지 아니면 사기로 볼지가 문제된 사안. [대법원 판결]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2963 판결 등 참조). 이에 반해 기망의 방법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절도죄가 아니라 사기죄가 성립한다.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떠한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산적 이득을 얻을 것을 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도2180 판결,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도157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매장 주인이 반지갑을 습득하여 이를 피해자를 위해 처분할 수 있는 권능 내지 지위를 취득하였고, 이러한 권능 내지 지위에 기초하여 반지갑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피고인에게 반지갑을 교부한 것은 사기죄에서의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 피고인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원심판결을 수긍하였습니다. 사례제공 : 박범진 변호사(상담전화 : 041-668-7999)
    • 오피니언
    • 칼럼
    2023-02-14
  • 공부하는 공무원
    “경전 잘 외우고, 시문 하나 잘 써서 등과만 하면 평생 벼슬아치로 지내는 과거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선의 역사를 연구한 어느 외국인 학자가 쓴 글이다. 수 백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어 온 농경사회에서 조차 ‘한 번의 급제’로 평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외국인의 눈에 이상하게 비쳤던 것이다. 하물며 지금은 어떤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낡은 지식과 묵은 경험으로 공직을 유지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한 문제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결정되는 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받고나서 큰 잘못이 없다면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공무원 세계가 과연 적정할까 의문이다. 갖가지 교육, 연수제도가 있지만 스스로 하는 공부와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계완 충남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주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정지는 곧 후퇴’라며 공부”를 강조했다. 상급자의 가장 큰 책무는 하급자에 대한 ‘교육’이라고도 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한 직장교육에는 앞장서서 참여하고 경청했다. 손수익 지사는 공무원의 폭넓은 지식을 주문했다. 양식(洋食), 와인(wine), 예술에 관한 지식, 심지어 독도법(讀圖法)까지 익히라고 했다. 당시로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도 눈뜨게 한’ 선진리더 였다. 필자가 도청에서 공무원 능력향상 업무를 담당할 때였다. 이때 젊은 과장 급 공무원 대학원 연수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내무부의 승인을 얻어야 했는데 지방에서는 처음 하려는 일이라 그런지 의문시 하는 것을 힘겹게 설득하여 받아냈다. 5명을 대학원에 위탁교육하고 등록금을 지원했다. 이들은 주경야독으로 공부하여 도정에 변화를 이끌었다. 모두 군수, 국장으로 승진했다. 그 후 필자는 자치행정과장이 되어 비슷한 일을 다시 추진했다. 공무원 45명을 선발하여 대학원에 석·박사 과정에 위탁교육하고 등록금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당사자들은 등록금 지원보다도 떳떳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고 했다. 공무원이 소양을 높이고 지식을 쌓으며 측정하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 그 가운데 ‘공무원 소양고사’가 있다. 도와 시군에서 선발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실무에 관한 객관식, 주관식 문제로 성적을 매겨 개인상과 단체상을 주는 것이다. 시·도 단위 고사와 중앙고사가 있다. 도에서 실무자 시절 이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뒷받침하여 충남도가 전국 단체 1위, 개인 2,3위를 차지했다. 이후 자치행정과장으로 재직 시 충남이 다시 전국 2위, 다음해 1위를 차지했다. 서산시 부시장 재직 당시 오은정 주무관을 비롯한 6명(안민수, 김동구, 김명기, 오세중, 이고은)이 도 소양고사에서 단체 1위와 개인 1위를 차지했다. 유병욱 팀장 등이 나간 정보화경진대회에서도 우승했고 공무원 영어연설대회에서도 1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2007년 충남도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3개 대회를 석권함으로써 서산시공무원의 실력을 드날렸다. 이로써 일부에서 ‘시 공무원의 자질이 어떻다’고 운운하는 말을 잠재웠다. 한 젊은 공무원이 석사과정을 마쳤다기에 박사과정까지 해보라고 하니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고 했다. 석사를 하는데도 상사와 주위의 눈총이 따가웠다는 것이었다. 상사가 현재의 수준으로 붙들어 놓으려는 것은 아닌지, 권위를 지키려는 방식으로 여기는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장래를 위하여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계속하라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성원과 격려는 못해줄 지라도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보였다는 상사의 태도가 아쉬웠다. 이완섭 시장은 ‘클레오파트라’ 행정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클’은 clean(투명하고 열린 행정), ‘레’는 lay-out(큰 틀과 비전), ‘오’는 5S5품 행정, ‘파’는 파트너 십, ‘트’는 training과 try를, ‘라’는 라인업을 의미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트’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역량을 높이고 도전하는 행정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공부를 강조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공무원이 시대에 뒤치지 않고 앞서가자면 꾸준한 자기연마와 실력향상을 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조직과 지역 그리고 미래를 위하여 필요한 일이다. 한 때의 공부,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을 ‘우려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알아야 할 수 있고 배워야 잘할 수 있다. 비록 공무원 사회는 덜하다고는 하지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점점 엷어지고 있다. 하니 불투명한 미래, 퇴직 후 긴 시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적잖은 공무원들이 석·박사 학위를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다. 퇴직 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꾸준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결과다. 서산은 대학이 가까이에 있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가질 수 있다.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더욱이 주저앉혀서는 안 될 일이다./전 서산시 부시장<ka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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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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